'군침이 싹 도는 로봇 청소기?'··· 이색 콜라보에 지갑 여는 MZ세대
[IT동아 남시현 기자]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업의 공통점은 남들이 하지 않은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전에없던 제품을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거나, 경쟁사들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는 식이다. 하지만 기업과 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 마케팅)을 거치면 손쉽게 창의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가 손을 잡고, 새로운 제품이나 시도를 하는 작업 전반을 뜻한다. 대체로 소비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쉽게 참신하다는 평가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콜라보레이션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개성의 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중심 세대로 떠올랐고, 또 코로나 19로 억눌려있던 소비 심리가 표출되면서 독특하고 참신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된 제품은 MZ세대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진다. 기존의 제품과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한 제품을 찾는 수요에 대응하고, 또 기업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다.
덕분에 뷰티, 패션 시장 같이 전통적으로 협업 마케팅이 활용되는 시장은 물론, 신상품의 주목도로 수익을 창출하는 식음료 시장이나 협업 가능성이 높은 캐릭터 산업 등이 제대로 수혜를 입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이나 제약 업계 등 콜라보레이션 사례가 드물었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 산업군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대세는 콜라보레이션, 가전 시장의 판도도 바꿔
IT 업계 역시 콜라보레이션이 대세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는 새로운 AAA 타이틀이 나올 때마다 해당 게임이 그려진 한정판 콘솔을 내놓고, 게이밍 기어 업계도 매번 패션 및 캐릭터 산업과 협업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 보니 콜라보레이션에 보수적이었던 가전업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그간 가전 제품은 단순하고 평이한 제품이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어서 과감한 시도가 어려웠다. 하지만 MZ세대처럼 나만의 특별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뚜렷해지면서, 삼성 비스포크처럼 개인의 취향을 맞춘 제품이나 독특한 콜라보 가전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MZ세대는 창의적이고, 예상하기 어려운 제품을 더욱 선호한다. 최근 등장한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 ‘루피’와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트 봇 AI 스페셜 에디션’의 협업 사례가 눈여겨볼만하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로봇 청소기인 비스포크 제트봇 AI에 관한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했다. ‘잔망루피와 함께하는 청소 - 신혼집 편’ 영상에서는 뽀로로의 캐릭터, 루피가 등장해 어지르는 사람이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얘기를 하며 비스포크 제트봇 AI를 활용한다. 깔끔하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로봇 청소기가 루피를 통해 애정 넘치는 이미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루피가 그려진 로봇 청소기는 기성세대에게 있어서는 전혀 연관 지을 수 없는 조합이겠지만, 오히려 MZ 세대에게 있어서는 신기하지만 납득할만한 조합이다. 특히나 루피와 조합한 대상이 로봇청소기인 건 뜬금없는 게 아니라, 매우 계산적인 조합이다.
최근 로봇 청소기는 신혼부부나 맞벌이 가정,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조 청소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반려동물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에 ‘애칭’까지 지어주는 사용자들이 생길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이런 이들 중에서 잔망루피를 좋아하는 MZ세대 소비자라면, 비스포크 제트봇 AI 스페셜 에디션은 이상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로봇 청소기와 잔망루피일까? 그것은 오히려 MZ세대의 소비 심리를 잘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뽀로로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3년으로, 지금의 10~20대인 MZ세대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세대에게는 여전히 추억의 대상이자 친구다. 물론 루피의 인기 배경은 어린 시절의 향수가 아닌 디지털 유행인 ‘밈’때문이다. 원래 루피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캐릭터지만, 한 누리꾼이 루피의 캐릭터에서는 전혀 떠올리기 어려운 ‘군침이 싹도노’라는 멘트와 표정으로 패러디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 패러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10~20대를 중심으로 ‘잔망루피’라는 새로운 캐릭터성을 갖게 되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오픈한 ‘잔망루피 팝업스토어’는 대대적인 오픈런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필수 코스로 손꼽힐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풍성한 시장 생태계 만든다
잔망루피와 로봇청소기의 독특한 조합은 성공적이다. 22일 오후 8시 시작된 라이브 커머스는 약 4만 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나 코로나 19를 계기로 급성장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의 특성, 그리고 라이브 커머스의 주 사용자층이 MZ세대라는 점 역시 콜라보레이션의 인기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매출 2억 원을 목표로 진행한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6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사례도 있을 정도로 라이브 커머스의 열기는 뜨겁다.
루피와 비스포크 제트 봇 AI 스페셜 에디션의 협업은 2022년 최신 가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은 구태의연한 제품보다는 독특한 제품에 더 관심을 가지며,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일수록 소비자들은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대중성도 갖춰야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조건만 맞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다가올 가전 시장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하고 창의적인 작업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