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 무신사 "독보적 성장의 비결은 콘텐츠다"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무신사
출처=무신사

한국에서 열 번째 유니콘이 된 무신사의 전신은 신발 사진을 올리는 커뮤니티였다. 무신사의 창업자인 조만호 의장은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해당 커뮤니티에선 국내외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의 신상품 발매 및 할인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후로, 무신사는 2005년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해 패션 화보와 상품 정보 등을 전했다. 2009년엔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무신사 스토어 서비스를 런칭했고, 차근차근 규모를 키우며 2017년엔 무신사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런칭했다. 콘텐츠 제작과 상품 큐레이션에 치중됐던 역량을 상품 제작으로 넓힌 것이다. 이후 무신사는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KB증권의 ‘무신사-게임체인저’ 리포트에 따르면, 무신사의 2020년 거래액은 1.2조원으로 2위인 지그재그(7500억 원)와는 거래액 규모가 5000억 원이 차이가 났다. 무신사가 밝힌 지난해 29CM, 스타일쉐어, 솔드아웃 등을 합친 거래액 총합은 2조 3000억여 원이었다. 전년 대비 약 90% 성장했다. 무신사 스토어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약 400만 명이며, 회원 수는 2020년보다 30% 정도 늘어나 1천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10월 기준 입점 브랜드 수는 5,650개로 1위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KB증권의 ‘무신사-게임체인저 리포트
출처=KB증권의 ‘무신사-게임체인저 리포트

옷은 직접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제품이라 패션 소매 판매는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분야다(침투율은 산업의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비율을 말한다). 최근 들어, 온라인 구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들은 오프라인 영역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무신사도 홍대에 입점 브랜드 팝업 스토어이자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는 무신사 테라스와 자사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개점했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서도 제품을 고객에게 영상으로 보여주며, 진행자에게 상품과 관련된 내용을 바로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

KB증권의 보고서는 “국내 소매 판매는 현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전체 소매 판매 중 온라인 비중은 21.4%에서 2021년 8월 말 누적 기준 37%로 15.6%p 상승했다. 패션 소매 판매도 전체 소매 판매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라며 패션 분야의 온라인 침투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전체 패션 소매 판매 중 온라인 비중은 36.8%이며, 이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감소하면서 대규모의 온라인 전환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무신사의 힘은 커뮤니티 그 자체다”

이커머스 업체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과 전문몰(버티컬 커머스)로 분류된다. 쿠팡, 네이버 쇼핑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이라면 무신사, 오늘의 집, 지그재그는 특정 상품에 특화된 전문몰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온라인 소매판매 거래액 중 전문몰의 증가세가 종합몰(오픈마켓) 증가세보다 높았다. 패션 분야에선 이미 2018년 4월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됐을 때도 전문몰 거래액이 받은 영향은 종합몰보다 적었다. 종합몰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전문몰 거래액은 증가한 기간도 있다.

출처=KB증권의 ‘무신사-게임체인저 리포트
출처=KB증권의 ‘무신사-게임체인저 리포트

전문몰의 강점은 특정 상품군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패션’에 특화된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사업자다. KB증권의 리포트는 “이러한 지위를 활용해 최저 판매가 확보 및 각종 단독 행사(특정 브랜드 단독 제품 입고, 국내 온라인 독점 판매 권한 등)를 유치할 수 있고, 이것이 이용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지속 중이다”고 했다.

무신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와 이를 통한 큐레이션이다. 옷을 잘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무신사 매거진은 다양한 패션 정보와 스타일링을 소개한다. 무신사의 100여 명의 리포터가 길거리에 나가 패션 피플들의 사진을 찍은 ‘스트릿 스냅’은 대표적인 무신사 콘텐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무신사가 “상품보다 콘텐츠를 앞세운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무신사는 1020세대의 놀이터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 쇼핑몰처럼 상품만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만든 정보는 더 많은 이용자를 불러오고, 이용자는 무신사에 더 오래 머무르면서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구매가 까다로운 고관여 제품인 패션을 이용자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것 역시 특정 상품에 특화된 전문몰의 강점이다.

출처=무신사
출처=무신사

무신사는 축적된 데이터 및 노하우를 활용해 자체 PB를 제작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체 PB상품에서도 특히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대부분 만 원대의 티셔츠, 2~3만 원대의 바지 등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본 아이템이라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이렇게 PB제품으로 유입된 고객은 타 브랜드 상품에 대한 잠재적인 구매자가 되기도 한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무신사라는 커뮤니티에서 (콘텐츠 및 상품) 생산과 소비를 다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내부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도 충분히 소화가 되고 이는 곧 결제로 이어진다. 플랫폼이 커지면서 신규회원도 계속 들어오고, 이는 무신사발 패션 마케팅 혁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 오픈이나 홍보가 어려운 영세한 중소 패션 브랜드의 홍보 채널이자 판매처 역할을 한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넘어 회원과 브랜드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지원하는 연결점이자 이들의 소통을 돕는 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의 창구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를 홍보하면서, 이들의 제품이 트렌디한 상품이 되면 그 자체로 무신사가 보유한 특색 콘텐츠가 되니 사실상 ‘윈-윈’ 전략인 셈이다.

빠르게 규모 불린 버티컬 커머스.."성장엔 한계 있어"

신한금융투자의 박현진 수석연구원은 ‘무신사 No.1 패션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포트에서 “3~4년 전만해도 한국의 패션 산업은 백화점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로 패션 기업들은 온라인 등의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나섰고, 무신사를 비롯한 패션 전문몰이나 자사몰 내 입지 확보에 집중했다. 온라인 패션 생태계를 주도하던 무신사가 편중된 유통채널 구조를 바꾸는 걸 일부 선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버티컬 커머스만으론 시장 확장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는 전문 패션 플랫폼으로 우월한 입지를 갖고 있으나, 국내 패션 시장에서 무신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전히 낮다. 때문에 무신사는 고객층과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해 신규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SNS 기반 쇼핑 플랫폼인 스타일쉐어와 스타일쉐어의 자회사인 29CM를 인수했다. 이 플랫폼은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서 입지가 높다. 2030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던 무신사가 패션시장에서 소비력이 높은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취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무신사는 뷰티 카테고리를 통해서 여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박현진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객층 다변화 외에도 눈여겨 볼 점은 골프나 테니스, 캠핑 등 레저 스포츠용품/웨어의 카테고리 확장이다. 20~30대 젊은 골퍼들이 증가하면서 중저가부터 고가 골프용품/웨어 브랜드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캠핑이나 테니스, 필라테스/요가 등의 관련 패션아이템 소개로 과거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 한정됐던 무신사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점은 외형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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