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관심 쏠린 삼성전자 주총, 이변은 없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삼성전자의 제53기 주주총회가 16일 오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행사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이번 주총에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가장 많은 1600명이 현장 참여했다. 소액주주가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으로 504만 명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에 대한 경영진 책임론도 이번 주총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관심은 질의응답 시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GOS 사태와 관련한 주주 질문이 나오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은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부회장은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 한도까지 CPU, GPU의 성능을 제한해 발열은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GOS 도입 취지를 상세히 설명하며, 의도적인 성능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과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사업 사령탑으로서 이번 GOS 논란의 책임론에 휩싸였던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97.96%의 높은 찬성을 얻으며 가결됐다. GOS 논란이 불거진 후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날도 주총장 밖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비토 여론이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노 사장은 함께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경계현 사장(86.34%), 박학규 사장 (86.11%)보다 오히려 높은 찬성표를 받았다. 경 사장과 박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감시 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며 찬성률이 90%를 밑돌았다. 노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흥행을 이끌며 거둔 실적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IT·모바일 부문 매출 109조 2500억 원, 영업이익 13조 6500억 원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총 결과와 별개로 GOS가 촉발한 삼성전자의 신뢰도 하락 논란과 이에 대한 경영진 책임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자기기 성능측정 사이트인 긱벤치는 지난 5일 삼성전자가 GOS로 벤치마크 점수를 조작했다며 갤럭시 S22, S21, S20, S10 시리즈 31개 모델을 성능비교 목록에서 제외한 바 있다. 긱벤치의 공식적인 성능 순위 집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셈이다. 지난 15일에는 갤럭시탭 S8 시리즈 6개 모델도 같은 이유로 목록에서 제외했다.
벤치마크 점수 조작을 이유로 긱벤치 평가 목록에서 제외된 건 원플러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 외에는 전례가 없다. 이번처럼 수십대에 달하는 기기가 무더기로 퇴출된 사례는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기기가 퇴출 목록에 오른 제조사는 5개가 퇴출된 중국 화웨이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