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가격도 고공행진··· 최저가 믿고 사다간 '낭패'
[IT동아 남시현 기자] 올해는 소소하게 브이로그, 유튜브를 시작해보겠다는 소망을 세웠다면, 잠시 기다리는 게 좋겠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위기로 인해 카메라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어서다. 일본사진영상공업회(CIPA)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3월~5월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47%에 불과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자, 카메라를 구매하는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황이 나아진 2021년 1월~6월 사이에는 2020년과 비교해 카메라 생산량이 100~192%까지 상승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요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카메라 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며 실제 구매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미 소니는 2021년 11월부터 카메라 일부 제품의 주문을 받지 않고 있으며, 부품난을 문제로 a7 II와 a6500, a6100 등의 구형 미러리스 카메라의 생산을 중단했다. 또 12월에는 ZV-E10과 a6600, a7C 등 신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주문도 중단됐다. 캐논 역시 EOS R3을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고, 후지필름 역시 XF 23mm F1.4R LM WR 등 일부 제품의 판매 일정을 미루게 됐다. 문제는 소비자 시장이다. 본사에서 제품에 대한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제품이 공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일부 소매점이 현재 보유한 재고를 높은 가격으로 팔기 시작해서다. 지난 몇 개월간의 가격 추세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원래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11월부터 가격 상승, 신제품일수록 상승세 높아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가격 추세를 바탕으로, 인기 있는 제품 몇 가지의 가격 추이를 짚어봤다. 소니 알파 ZV-E10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소니의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로, 영상 및 크리에이터를 겨냥해 사진 촬영한 뷰파인더를 제거하는 대신 동영상 촬영에 주력하는 기능을 접목한 게 특징이다. 공식 출시 가격은 94만 8천 원이었으며, 출시 직후 8월의 오픈마켓 기준 최저가는 81만 8천 원대까지 떨어졌고, 생산 일시 중단이 공지되기 이전인 11월까지는 86만 원대로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단 공지가 내리자마자 제품 가격은 103만 원까지 상승했고, 2월 현재 가격은 138만 9천 원대다. 16-50mm f3.5-5.6 렌즈를 포함한 기본 제품 가격은 154만 원에 달한다.
소니 a7C도 마찬가지다. 소니 A7C은 2020년 9월에 출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뷰파인더를 소형화하고 스위블 스크린을 탑재해 초보자나 영상 촬영 용도로 인기를 모았다. 당시 공식 출시가는 220만 원대였으며, 수급이 원활한 2021년 7월에는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 196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ZV-E10과 마찬가지로 10월에는 216만원을 유지하다가 11월이 되자마자 243만 원을 찍었다. 2월 현재 오픈마켓 최저가는 271만 원에 달한다. 동일한 구성과 성능, 센서를 갖춘 소니 a7 III은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어도 가격이 폭등하진 않은 점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캐논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캐논 EOS R3의 상황도 비슷하다. 캐논 EOS R3의 출시 가격은 679만 원대다. 하지만 최상급 제품이 필요한 전문가층의 수요와 반도체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출시 직후 가격은 765만 원대로 상승했고, 2월 현재 가격은 781만 원에 달한다. 제품 수급이 원활할 경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7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지금은 소매점을 통해 781만 원을 줘야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코로나 19로 원활하게 소비되지 않은 보급형 DSLR은 상황이 반대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출시된 캐논 EOS 850D는 출시가가 119만 원이었다. 하지만 보급형 DSLR의 주요 소비자층인 일반-취미 사진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고, 또 전통적인 성수기인 여름휴가 시즌이 전 세계적으로 멈추면서 판매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캐논 EOS 850D에 18-55mm IS STM은 2021년 3월 기준 97만 원대고, 지금도 출시 가격보다 낮은 103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
카메라 공급난 길어질 것, 시기 잘 맞춰야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최신형 카메라를 현명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본인이 필요한 제품의 가격 추세와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을 통해 가격이 어느 순간부터 폭등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이므로 소매점이나 오픈마켓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건 금물이다. 이는 제품의 권장 판매 가격이 아닌, 소매점에서 품귀 현상을 틈타 높은 가격을 형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고품인 만큼 생산 날짜가 최신이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결국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를 제품의 수급 여부를 자주 확인하고, 공식 판매처를 통해서도 예약 판매 및 재고 수급 상황을 안내받는 수밖에 없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가격이 비정상적인 제품은 십중팔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품절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 제품이 유통될 경우 예약 판매 물량을 소화한 다음 품절 상태가 풀린다. 이 시기만 잘 맞춘다면 정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대다수 브랜드가 카메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카메라 공급 재개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낙관적일 경우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비관적인 경우 2024년은 되어야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카메라 시장에도 영향을 준 만큼, 길면 2024년까지는 가격의 등락이 계속될 것이다. 지금 카메라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오픈마켓을 통해 바로 제품을 구매해선 안된다. 국내 제품 수급 현황을 확인하고, 국내 시장에 제품이 공급되는 타이밍에 맞춰 구매해야 제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 혹은 수요가 몰리지 않아 최근 1년 사이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