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애플 '아이폰 13 프로'로만 찍은 영화 '일장춘몽' 선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애플이 ‘올드보이’, ‘아가씨’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과 손을 잡고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한 단편 영화 ‘일장춘몽’을 선보인다. 박 감독이 아이폰으로 영화를 연출한 것은 아이폰 4로 촬영한 ‘파란만장’ 이후 11년 만의 일이며, 이번 영화는 애플의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의 일환이다. 샷 온 아이폰은 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 및 동영상을 바탕으로 아이폰 카메라의 성능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캠페인으로, 지금까지 미셸 공드리, 데이미언 셔젤, 진가신, 지아장커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샷 온 아이폰에 참여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이 선보이는 ‘일장춘몽’은 배우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이 참여한 무협 로맨스 단편영화로, ‘1987’, ‘고지전’, ‘암살’의 김우형 촬영 감독, 청룡영화상 음악상 수상자인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 음악 감독,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로 댄스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모니카 안무 감독 화려한 배우 및 제작진이 참가했다.
‘일장춘몽’은 어떻게 아이폰으로만 찍혔을까
일장춘몽은 장의사(유해진 분)가 버려진 무덤을 파헤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장의사는 관을 훔치지만, 무덤의 주인인 검객(박정민 분)의 혼백이 깨어나 자신의 관을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은인의 장례를 위해 관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는 장의사의 해명을 듣고, 관만 되찾으려 하는 와중에 장의사의 은인인 여협 흰담비(김옥빈 분) 역시 깨어나게 되고, 요절한 두 귀신이 칼을 맞대는 장면이 반복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일장춘몽은 장례식에서부터 결혼식에 이르는 과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소리로 풀어내 짧은 러닝 타임에도 해학적인 풀이와 한국적인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번 영화 제작에 대해 박 감독은 “아이폰 13 프로로 촬영을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자유롭다는 이미지였다. 그렇기에 장편 상업영화에서는 시도할 수 없던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가 오가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장춘몽을 촬영하는 과정에는 아이폰 13 프로만 사용됐다. 11년 전 촬영한 파란만장은 아이폰 4에 DSLR 렌즈를 부착해 활용했지만, 이번 촬영은 오롯이 아이폰 13 프로의 카메라 및 렌즈 기능만을 활용해 촬영했다. 박 감독은 “당시에는 기기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화상 노이즈를 필름 그레인으로 의도한 것처럼 트릭을 줘야 했다. 하지만 아이폰 13 프로는 가정용 TV 같은 대형 화면으로 봐도 될 만큼 품질이 향상됐다”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 13 프로에 처음 탑재된 ‘시네마틱’ 기능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시네마틱 모드로 영상을 촬영하면, 촬영이 끝난 결과물만으로 영상 중간의 피사체의 초점을 전환할 수 있어서 누구나 영화같은 느낌으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가까이에서 멀리, 멀리에서 가까이로 초점이 오가는 모습은 상당히 영화적인 연출인데, 시네마틱 기능으로 이를 멋지게 구현할 수 있었다. 초점 전환 이외에도 시네마틱을 통해 낮은 심도(주변부 배경 흐림)도 만들어낼 수 있어서, 낮은 심도가 좋은 촬영 장면에서 느낌을 바꿔가며 보여줄 수 있었다. 인물이나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라며 시네마틱 모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우형 촬영 감독 역시 “처음에는 아이폰에 영상용 렌즈를 부착하는 시험을 했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느낌만 들었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촬영할 수 있는 게 뭔지 시험해보고자 그대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촬영에서도 아이폰 13 프로를 별 다른 부착물 없이 그대로 썼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촬영 방식은 어떤 장면을 발견했을 때 카메라를 설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반면 아이폰 촬영은 몇 초 내에 바로 시도할 수 있어서 준비하는 시간이 꽤 줄었다. 이런 기동성 덕분에 상여 위 좁은 공간에서의 리깅 샷(카메라에 핸들을 부착하고 들어서 촬영하는 방식)과 바닷물 속에서 피사체를 근접 촬영하는 등 다양한 구도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촬영에 임한 배우들은 작은 카메라가 주는 몰입감과 기동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배우 김옥빈은 “평소에는 큰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의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폰 13 프로는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더라. 촬영하다 보면 항상 4~5대가 기본적으로 배치가 돼있었는데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화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정빈도 “곳곳에서 감독님들이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찍고 있는지 못 알아차릴 때도 많았고,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하니 좀 더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이폰의 촬영 능력,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수준
박찬욱 감독은 11년 전 아이폰 4로 촬영한 ‘파란만장’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다. 이번 미디어 간담회에서는 당시 아이폰 4의 화질의 한계를 후보정 기술로 만회해야 했던 점을 회자했지만, 10여 년이 지나 다시 만난 아이폰 13 프로는 작품과 배우 모두 몰입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장춘몽을 감상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영상 해석 능력과 몰입감을 보여준다.
애플이 이번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술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iOS 15.1 버전 이상이 적용된 애플 아이폰 13 프로 및 13 프로 맥스는 전문 영상 촬영 포맷인 ‘애플 프로레스(ProRes)’의 4K 30프레임 녹화를 제공한다. 렌즈 교환식, 전문가용 영상 촬영 카메라는 아니지만, 누구나 전문적인 영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장춘몽은 애플코리아 유튜브 홈페이지를 비롯해 전 세계 애플 관련 채널에서 접할 수 있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또한,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재혁 작가가 ‘일장춘몽’ 촬영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을 온라인 갤러리 형식으로 소개되며, 애플 뮤직을 통해 장영규(이날치) 음악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사운드트랙이 함께 공개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