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는 다르다?…'개인정보'와 '광고' 다 잡겠다는 구글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구글이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블로그에서 안드로이드 OS에도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기존 관행을 개선하고자 구글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일련의 계획(Initiative)이다.

구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가 가능한 새 추적 기술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올해 말부터 웹 브라우저 ‘크롬’에서 제3자 쿠키 지원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3자 쿠키는 맞춤형 광고 제공을 위해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활동한 이력을 추적한 데이터를 말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구글은 지난 1월 제3자 쿠키를 대체할 기술로 ‘토픽API’라는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감한 개인정보 대신 이용자 관심사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토픽 API’에 앞서 코호트 연합 학습(Federated Learing of Coorts, FLoC)이란 기술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도입을 포기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 OS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는 이날 발표는 제3자 쿠키를 토픽API로 대체하듯, 기존 추적 기술 지원을 점진적으로 종료하고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덜한 새로운 추적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구글은 기존 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의 베타 버전을 올해 말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로고. 출처=구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로고. 출처=구글

그간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에서는 웹에서의 제3자 쿠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광고 식별자’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맞춤형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이뤄지자, 광고 식별자와 같은 추적 기술은 꾸준히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일으켜왔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지난해 4월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도입하며 이러한 기술과 관행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구글도 비슷한 시기에 이용자가 정보 수집을 거부할 시(옵트아웃, Opt-Out) 광고 식별자를 완전히 차단하도록 정책을 바꾼 바 있다. 이전까지는 이용자가 정부 수집을 거부하더라도 단순히 옵트아웃 여부만 표시될 뿐 여전히 일부 정보는 수집되는 방식이었다. 애플이 사용자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적용하며 광고 식별자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순한 정책이다.

출처=구글
출처=구글

이번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도입은 보기에 따라서는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광고 식별자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자신들은 애플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앤서니 차베즈 구글 안드로이드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담당 부사장은 “다른 플랫폼은 개발자와 광고주들이 사용하던 기존 기술을 무작정 제한하는 길을 택했다”면서 “대안을 제공하지 않고 그런 접근법을 취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개인정보 보호에도, 개발자의 사업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메타(전 페이스북)와 같이 맞춤형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지닌 기업은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도입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타는 지난 2일 2021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영향으로 인한 올해 매출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 다음 날 메타 주가는 사상 최대인 26%나 하락했다. 이날 하루 만에 증발한 시가총액만 약 2500억 달러(약 300조 원)로,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구글의 업계와의 공생과 협력을 강조하며 우려를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특히 대체 기술로도 여전히 기존만큼이나 효과적인 광고가 가능할 것임을 강조한다. 차베즈 부사장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목표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 효과적 광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개발자와 기업들도 모바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 식별자 지원을 당장 중단하는 것도 아니다. 구글은 대체 기술 도입되기 전인, 향후 최소 2년 동안은 기존 기술 지원이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업계 반응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앱 추적 투명성을 도입한 애플과 날 선 대립각을 세웠던 메타도 구글의 이번 정책에는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그레이엄 머드 페이스북 마케팅·광고 비즈니스 부문 부사장은 개인 트위터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구글의 장기적이면서도 협력적인 접근법을 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글을 남겼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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