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올해 CES의 새로운 화두 NFT, 시장에 가져다 줄 변화는?
[IT동아 권택경 기자]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 2022에서 전시 주제 중 하나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설정했다. 그만큼 NFT는 투자 시장 뿐만 아니라 예술계, 게임 업계나 가전 업체 등도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말 NFT 총 거래량은 230억 달러(약 27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약 9500만 달러(약 1143억 원)이던 2020년과 비교해 200배 이상 폭증한 금액이다.
올해 CES 2022에서는 이처럼 높아진 NFT에 대한 관심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전 10시(현지시각) CE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술은 어떻게 마침내 미술 시장을 해체했는가’라는 주제의 대담이 열렸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기존 블록체인에 의한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된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NFT가 기존 미술 시장을 해체하며 예술가들이 작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디지털 캔버스 제작사인 댄버스 CEO 진 앤더슨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중 하나로 ‘2차 판권’을 들었다. 그동안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이 처음으로 시장에 판매되는 1차 시장을 떠나 경매 등을 통해 재거래되는 2차 시장으로 진입하면 작품 가치가 아무리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작가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익은 없는 구조였다.
대담 진행자로 나선 미국 에이전시 UTA(United Talent Agency)의 디지털 자산 부문 책임자인 레슬리 실버맨은 미셸 오바마의 영부인 공식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흑인 여성 화가 에이미 쉐랄드의 예시를 들었다. 실버맨은 쉐랄드의 작품은 2차 시장에서 수 십만 번, 수백만 달러씩 거래가 되지만 쉐랄드는 초기 판매 대금을 제외한 어떤 돈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NFT를 활용하면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작가에게 판매 대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작가가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편이 생김에 따라 창작 활동도 더욱 고취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갤러리나 경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거래 무대가 옮겨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꼽혔다. 기존에 작가가 시장에 작품을 선보이려면 갤러리에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어야 했다. 앤더슨은 “전통적인 미술 갤러리 계약은 가혹하기로 악명 높다”면서 “수수료가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갤러리가 부당하게 작가의 창작 활동의 간섭하는 경우도 생긴다. NFT를 생성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모두 막을 수 있다.
기존 갤러리나 중개상들이 하던 수집가, 관람객 등을 끌어오는 일은 디스코드 등 SNS 플랫폼에 존재하는 NFT 커뮤니티가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 내에서 작가가 수집가 혹은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수집가들끼리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바로 직전에 진행된 NFT를 주제로 한 또다른 대담에서 NFT 플랫폼 아트블록스의 에릭 칼데론 CEO도 디스코드의 NFT 커뮤니티가 NFT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NFT 열기, 디지털 액자 인기로도 이어질까?
NFT에 의한 디지털 예술 시장이 성장하면 이러한 작품을 물리적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액자나 캔버스 제품의 활용도 또한 커질 전망이다. NFT를 향한 회의론에는 NFT가 단순한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서려있다. 하지만 디지털 예술품과 결합된 NFT의 본질은 결국 예술품이므로 대중과 관객에게 좀 더 와닿는 물리적 형태로 전시되면 NFT와 디지털 예술 시장이 좀 더 설득력을 갖추면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날 대담에 나선 진 앤더슨의 댄버스는 이를 위해 디지털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용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전시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장한 NFT를 전시할 수 있는 액자 형태 제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대담 참여자 중 한 명인 록시 페이타가 COO로 있는 인피니티 오브젝트는 개인 소장 영상이나 움직이는 NFT 예술 작품을 액자로 제작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소장 중인 NFT를 전시하거나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관련 제품을 내놓는 건 업계의 전반적 추세로 자리잡을 모양새다. 지난해 7월 넷기어는 디지털 액자인 ‘뮤럴 디지털 캔버스’에 NFT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NFT 작품을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을 탑재한 TV 신제품을 공개했으며, LG전자도 OLED 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