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보다는 기본기? 삼성전자 시리즈5 부스트
노트북 하나 고르는데도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화면 크기나 브랜드 정도만 파악해도 그 노트북이 자신에게 쓸만한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작금에 이르러 노트북을 고르고자 한다면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비슷해 보이는 노트북이라도 어떤 제품은 ‘울트라북’, 또 어떤 제품은 ‘울트라씬’ 혹은 ‘넷북’ 등의 이름으로 분류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들 신세대 노트북은 높은 휴대성이나 슬림한 두께, 혹은 싼 가격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그 어떤 특별한 이름이 아닌 단순한 ‘노트북’으로 분류되는 제품 역시 출시되고 있다. 이런 일반 노트북은 울트라북이나 넷북 등처럼 강렬한 개성은 없지만, 여러 가지 작업에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PC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나 저장 등의 역할에 있어서는 신세대 노트북보다 충실한 편이다. 울트라북이나 넷북은 무게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일부 부품을 생략하거나 처리속도를 낮춘 CPU를 사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일반 노트북들은 어설프게 휴대성을 강조하기 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처리 능력을 강화하고, 최대한 사용하기 편한 큰 화면과 넓은 키보드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데스크탑을 대체할 수 있는 만능 제품을 지향한다. 이번에 소개할 삼성전자의 시리즈5 부스트(NT550P5C-S51R)는 바로 이런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의 외관
요즘 워낙 작고 얇은 노트북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시리즈5 부스트를 접했을 때 크기나 무게가 참으로 묵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중후한 그레이 톤의 컬러를 쓴 것도 그렇고, 3cm의 두께와 2.5kg의 무게만을 봐도 이 제품은 휴대용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를 단점이라 할 순 없다. 이런 제품은 데스트탑 대신 사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할 수 있는 데스크탑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제법 큰 덩치 덕분에 얻은 이점도 많다. 우선 15.6인치의 넓은 화면(해상도 1,600x900)과 숫자패드까지 갖추고도 널찍한 키 면적을 확보한 키보드, 그리고 노트북용 스피커 치고는 꽤나 괜찮은 음질을 들려주는 JBL제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스피커는 크기가 작은데도 생각 이상으로 출력이 강하며, 볼륨을 최대한 높여도 소리가 찢어지는 느낌이 없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노트북 하단에 저음 보강용 서브우퍼까지 갖춘 2.1 채널 스피커라 그야말로 덩치 값을 한다.
측면 포트 구성 역시 여유가 있다. 소형 노트북에서는 생략되곤 하는 ODD(광학디스크드라이브)를 빠짐 없이 갖추고 있어서 CD나 DVD를 읽거나 구울 수 있으며, USB 포트도 4개를 탑재해 주변기기 연결에 큰 무리가 없다.
특히 4개의 USB 중 2개는 기존의 USB 2.0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훨씬 빠른 USB 3.0 규격이다. USB 3.0을 지원하는 외장하드를 꽂고 데이터 복사 작업을 해보니 USB 2.0보다 약 3배 정도 빠르게 데이터 복사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신형 CPU와 GPU 탑재로 성능 높여
삼성전자에서는 시리즈5 부스트가 3D 게임이나 HD급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즐기는데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 제품의 전반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텔의 신형 CPU인 3세대 코어 i5-3210M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코어 i5-3210M의 기본 클럭(동작속도)은 2.5GHz로 제법 높은 편인데,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이는 ‘터보 부스트 2.0’ 기술을 내장하고 있어서 최대 3.1GHz의 클럭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울트라북에도 코어 i5 CPU가 탑재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같은 코어 i5라도 울트라북용은 전력 소모를 줄인 2Ghz 이하의 제품이 탑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게임 구동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GT 650M GPU를 탑재했다. 이는 노트북용 GPU 중에서 중상급 정도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물론 이보다 상위 급인 지포스 GTX 670M, GTX 680M과 같은 모델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GPU는 대게 200만 원대 이상의 초고가 노트북에 쓰이기 때문에 대중형 노트북을 지향하는 시리즈5 부스트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가격대비 성능을 생각해 본다면 지포스 GT 650M도 충분하다.
메모리는 구매 후 업그레이드 추천
1T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점도 눈에 띈다. 멀티미디어 노트북을 지향하는 제품답게 다수의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관하는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메모리 용량은 4GB로 요즘 기준으로 그다지 고용량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낮은 편이니 되도록이면 4GB 메모리를 추가해서 8GB 구성으로 쓸 것을 추천한다(메모리 슬롯은 총 2개이다). 시리즈5 부스트는 DDR3 규격의 노트북용 메모리가 호환된다.
게임용으로 부족함 없는 성능
삼성전자는 시리즈5 부스트를 내놓으며 게임 성능을 강화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트북은 본래 데스크탑보다 게임 성능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신 CPU와 GPU를 탑재한 시리즈5 부스트라면 게임 성능도 제법 기대가 된다. 테스트 해본 게임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액션 RPG ‘디아블로3’다. 화면 해상도는 시리즈5 부스트의 최대 해상도인 1,600x900, 그래픽 품질 옵션은 모두 ‘높음’으로 설정하고, ‘대성당 지하 2층’에서 30여분 정도 플레이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시리즈5 부스트는 평소에는 100 프레임, 적들이 많이 등장할 때는 60 프레임 전후의 프레임을 기록하며 상당히 원활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대개 30 프레임 정도면 원활한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리즈5 부스트 정도의 수준이라면 게임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적들이 화면을 가득 매울 정도로 등장하거나 갑자기 덩치가 큰 대형 몬스터가 등장하거나 할 때는 순간적으로 30 프레임 수준으로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플레이 하기가 곤란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CPU나 GPU의 성능에 비해 메모리의 용량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4GB DDR3 메모리를 추가해 8GB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상당한 내부 발열에 비해 열 배출 구조는 양호한 편
고성능 부품을 많이 사용한 노트북 중에는 발열 문제가 심각한 제품이 적지 않다. 부하가 많이 걸리는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팜레스트(키보드 하단)쪽에 열이 많이 올라와 손목 부분을 데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에 디아블로3를 1시간 정도 구동하면서 좌측의 통풍구와 팜레스트 부분의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통풍구 부분의 온도는 섭씨 69도에 달했다. 생각 없이 만졌다가는 약간의 화상을 입을 정도다. 다만, 다행히도 사용자의 손목이 직접 닿는 팜레스트 부분의 온도는 38도 정도로 따듯한 수준이었다. 고성능 부품이 다수 들어간 노트북답게 내부 발열이 상당했지만, 이를 외부로 배출하는 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진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시리즈5 부스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거나 배출구 쪽에 손을 내려놓고 쓰는 것은 추천할 수 없을 것 같다.
개성 보다는 기본기를 중시하는 사용자들에게
삼성전자의 시리즈5 부스트는 톡톡 튀는 개성을 강조한다기 보단 노트북으로서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무게나 얇은 두께, 발랄한 디자인을 기대하고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LCD의 화질이나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느낌, 그리고 자체적인 컴퓨팅 능력 등은 확실히 수준급이다. 덕분에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동은 물론, 사무용, 교육용 등 다양한 작업에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리뷰에 사용한 NT550P5C-S51R 모델은 2012년 7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44만 원 정도에 판매 중이다. 요즘 워낙 저렴한 노트북이 많이 나오다 보니 살짝 비싼 감도 없지 않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전반적인 사양을 고려해보면 터무니 없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종종 주변에서 ‘어떤 노트북을 사야 오래 쓸 수 있죠?’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디자인이나 휴대성만을 강조한 노트북은 당장 사서 쓰기에는 기분 좋을 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성능의 한계와 마주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런 노트북은 가볍게 추천이 어렵다. 하지만, 시리즈5 부스트는 그런 노트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3~4년 정도 후에 등장할 소프트웨어도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 즉 ‘기본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