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안수영 syahn@itdonga.com

누구나 한 번쯤은 웹하드 업체에서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이나 동영상을 내려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콘텐츠의 상당수는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 배포되는 불법 콘텐츠다. 불법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저작권자가 입는 금전적 피해는 상상외로 크다. 저작권보호센터가 밝힌 2011년 온라인 불법 저작물 시장 규모는 1,870억 원 가량. 만약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했다면, 저작권자와 콘텐츠 및 유통 산업에서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익은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막고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 시장을 만들기 위해 ‘웹하드 등록제’를 도입했다. 웹하드 등록제란, 방통위에 심사 등록을 요청한 사업자에게만 웹하드 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사업자들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야 하며, 정보 유통의 투명성을 위해 로그 파일(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기존에는 사업자 등록 신고만 하고 별도의 검증을 받지 않아도 웹하드 업체를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업체들이 난립했다.

방통위는 2011년 11월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웹하드 등록제를 발효했으며, 2012년 5월 20일까지 웹하드 등록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그렇다면 2개월이 지난 2012년 7월 현재, 웹하드 등록제는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IT동아는 영상물보호위원회(FFAP, 이하 영보위)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판희 본부장(이하 김 본부장)을 만나보았다.

'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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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3)

IT동아 -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업체가 웹하드 등록을 했나?

김 본부장 - 2012년 7월 24일 현재 공개 자료에 따르면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는 약 40%다. 영보위의 리스트에 있는 웹하드 업체는 249개인데, 이 중 107개 업체가 등록을 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도 안 한 음성적인 업체들을 포함하면 500여 개 가량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의 비중은 더 적은 셈이다.

IT동아 - 현재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에 혜택을 주거나,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 불이익을 주고 있는가?

김 본부장 - 등록을 한 업체와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 간 차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웹하드 등록을 하지 않은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됐다. 하지만 2012년 7월 현재까지는 별다른 처벌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IT동아 - 등록을 한 업체와 등록하지 않은 업체 간의 차별이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김 본부장 - 정부에서 실질적인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등록을 한 업체와 등록하지 않은 업체 간 직접적인 차별이 주어져야 웹하드 등록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데, 현재 그렇지 않다. 사실상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은 되었다지만 아직은 실효성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IT동아 - 웹하드 등록제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필요한가?

김 본부장 - 정부가 등록 업체에 혜택을 주거나, 미등록 업체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혜택이나 처벌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웹하드 등록을 하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

또한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에 대해 구체적인 사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등록 행정 절차는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는데, 저작권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현재 정부 부처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 웹하드 등록제의 사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진화된 의식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광대역 통신망이 발달해 콘텐츠를 유통하기가 매우 쉽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대된다면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음란물 등의 불법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 보호 장치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도적 장치와 함께 교육 활동의 적극적인 보완책이 요구된다.

IT동아 - 어떤 업체가 정식으로 웹하드 등록을 했고, 어떤 업체가 미등록 불법 사이트인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김 본부장 - 웹하드 등록 업체와 미등록 업체를 쉽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식별 도구가 아직은 없다.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는 등록했다고 홈페이지에 팝업을 띄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정도로 소비자들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기는 어렵다. 웹하드 등록을 한 사이트에는 웹하드 등록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매우 작게 표시돼 소비자들이 발견하기 힘들다. 별도의 인증 제도 및 캠페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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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2)

IT동아 - 그렇다면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의 콘텐츠는 모두 합법적인 것인가?

김 본부장 - 웹하드 등록제는 사업을 허가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라고 해서 제휴 콘텐츠만 유통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웹하드 등록을 한 업체가 유통하는 콘텐츠 중 약 60%는 여전히 불법 콘텐츠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IT동아 - 실제로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들긴 줄어들었다. 웹하드 등록제가 효과가 있는 것인가.

김 본부장 - 저작권보호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웹하드 등록을 한 사이트에서는 39%, 미등록 사이트에서는 약 30% 가량이 줄었다. 미등록 업체에서도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든 이유는 웹하드 등록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웹하드 등록도 안 했는데 불법 콘텐츠까지 많으면 처벌을 받을까 싶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경우 5%만 줄어들었다. 음악은 반복적으로 들으면 구매 의욕이 발생해서 정식으로 음원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영화는 1회성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보다 더 불법 다운로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IT동아 -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나?

김 본부장 - 정부 기관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산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영화를 유통할 때, 영화에서 일종의 DNA를 뽑아 놓는다. 이 DNA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제휴되지 않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토렌트와 같은 신종 P2P의 경우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동아 - 소비자들이 올바른 콘텐츠와 불법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김 본부장 - 정식으로 제휴된 콘텐츠는 건 당 결제를 통해 제공되지만, 불법 콘텐츠는 정액 결제를 통해 제공된다. 콘텐츠 환불 규정이 명시된 사이트의 콘텐츠는 합법,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사이트의 콘텐츠는 대부분 불법이다. 웹하드 업체에서 이벤트로 제공하는 콘텐츠도 불법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돈을 내고 콘텐츠를 이용하기 때문에 불법인 줄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불법 업체가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또한 포털사이트가 유통하는 콘텐츠는 합법이지만, 포털사이트 내 카페나 블로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불법이다.

영보위는 소비자들이 올바른 콘텐츠와 불법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올바른 영화 다운로드를 위한 가이드북’을 냈다. 7월 말부터는 CGV 등 극장가에도 가이드북이 배포될 예정이다.

IT동아 - 영보위가 궁극적으로는 ‘영상물 통합 데이터 센터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 본부장 - 영상물 통합 데이터 센터란, 모든 콘텐츠를 통합, 관할하며 양질의 서비스 구조를 통해 유통하는 이상적인 개념을 일컫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콘텐츠 저작권도 보호하고 건전한 유통 구조를 만들며 소비자들도 만족하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다만 아직까지는 상징적 의미다. 현재로서는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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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 등록제, 아직 갈 길이 멀죠' - 영상물보호위원회 김판희 본부장 (3)

지난 5월 2일 열린 ‘웹하드 등록제 기자간담회’에서 영보위 신한성 위원장은 “국내 불법 동영상 콘텐츠 중 10%만 감소해도 50% 이상의 긍정적인 수익 구조를 낼 수 있고, 약 8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과 유통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웹하드 등록제가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저작권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시민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어 웹하드 등록제에 힘을 실어야 할 때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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