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우주쓰레기를 걱정해야 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이제는 뉴 스페이스 시대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여행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등 최근 우주 산업 관련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우주 시대’를 시작한 이래, 인류가 수천 개의 로켓과 위성을 지구 궤도에 보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말이죠. 그동안 지구에서 발사한 발사체 때문에 우주에서 충돌 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지난 197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이하 나사) 소속 과학자였던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을 발표했었습니다. 우주에서 공전하고 있는 쓰레기들이 서로 부딪힐 경우, 연쇄 충돌로 인해 쪼개진 잔해들이 마치 하나의 고리처럼 지구를 감싸 우주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위성이나 로켓 등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물체들이 다양하지 않았고, 횟수 또한 적어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농구공 정도 크기였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지 어느덧 6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우리 지구 주변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는 이 ‘케슬러 증후군’을 소재로 이용하면서 우주 속 쓰레기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파괴된 위성 조각이 연쇄 파괴를 일으키며,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와 주인공 일행을 덮치는 모습은 아찔했죠.
이제는 민간 기업이 일반인에게 우주 여행을 제공하는 새로운 우주 시대입니다. 더 이상 우주가 그리 먼 곳이 아니라는 뜻이죠. 뉴 스페이스 시대 전환을 맞아, ‘우주쓰레기’에 대한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충돌이라니…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잘 해결하지 않을까요?
당장 우리 집 쓰레기 처리도 벅찬데, 우주쓰레기 치우러 직접 우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우주쓰레기는 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잠시 제 경험담을 전해드릴게요. 지난 주말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데 차가 평소보다 유난히 더 막혔습니다. 평소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내비게이션은 1시간 13분을 더 가야한다고 해서 짜증났었습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중 호주에 있는 지인이 전화해 이러더라구요. 다음주부터 한국이 크게 추워진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건강 잘 챙기라고 말이죠.
혹시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네.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저 일상 속에는, 저 멀리 우주를 날고 있는 인공위성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사용, 비행기로 무려 10시간 거리인 호주에 있는 지인과의 통화 등에 각각 항법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우주쓰레기가 계속 증가하면 앞으로 우주로 위성, 로켓 등을 발사할 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어쩌면 GPS, 내비게이션, 기상관측, 국제전화 등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누렸던 기술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이렇듯 위성을 통해 우리가 취하는 장점들은 이미 일상 속에 깊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죠.
참고로 나사에 따르면, 현재 궤도에 있는 우주쓰레기 수는 약 2만 7,000여 개라고 합니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라고 하네요.
우주 관련 문제는 나사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일하는 소위 천재 과학자들이 해결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전세계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등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는데요, 우리나라도 2년 연속으로 G7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했죠. 이렇게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국제 평화, 코로나19 바이러스, 온실가스 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기 마련인데요.
특이하게도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우주가 쓰레기로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 이번 회의 안건에 ‘우주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용’이 있었습니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며, 이미 우주 산업 선진 국가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우주 산업 강대국 중 한 곳입니다. 1988년 처음 국가우주정책을 마련하면서 우주 환경 보호 및 우주쓰레기 생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는데요. 미국은 현재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라이다(LiDAR) 레이더 및 광학 망원경을 활용해 우주에 떠도는 물체를 확인합니다. 1cm 크기의 파편도 추적할 수 있죠. 또한,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우주쓰레기 관측하고 추적하는 ‘레오랩스’ 등 민간 기업도 우주쓰레기 관측과 수거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은 지난 1975년 공동으로 설립한 우주개발 기구 ‘유럽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 이하 에사)’을 통해 우주쓰레기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에사는 전세계에서 우주쓰레기 관련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기구로 평가받는데요. 2012년부터 매해 약 1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Clean Space Initiative’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 환경 보호를 위해 스위스의 우주쓰레기 제거 인공위성 개발 스타트업 ‘클리어 스페이스’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클리어 스페이스 1호'는 지구 궤도 500km 지점에서 몸통에 장착한 4개의 집게 팔을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인공위성입니다.
일본은 1993년 설립한 ‘국제 우주 잔해물 조정 위원회(IADC, Inter-Agency Space Debris Coordination Committee)’의 설립멤버로, 우주 환경 보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5월 일본 자위대는 ‘우주작전대’를 창설하고 인공위성 및 우주쓰레기 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도 우주쓰레기 수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요. 일본의 위성통신 기업인 ‘스카이 퍼펙트 JSAT’가 2026년 사용을 목표로 레이저 기반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 중이며, 지난 3월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자석을 활용한 우주쓰레기 수거 인공위성 ‘엘사-d(Elsa-d)’를 우주로 발사했습니다.
이렇듯 많은 국가의 다양한 기업이 우주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Fortune Business Insight’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우주쓰레기 감시 및 제거 시장 규모는 약 8억 344만 달러(한화 약 9,500억 원)에 이릅니다. 2021년 8억 6,642만 달러(한화 약 1조 200억 원)에서 연평균성장률 7.84%을 기록, 2028년에는 약 13억 6,267만 달러(한화 약 1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죠.
우주 산업 선진국은 꽤 오래 전부터 우주쓰레기를 고민하고 있었네요. 무엇보다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 확실히 체계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우주쓰레기 수거 업체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어디인가요?
많지 않지만, 다양한 기업이 우주쓰레기 관측과 수거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자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주쓰레기 수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죠. 그 중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우주쓰레기 수거 위성을 쏘아 올린 회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아스트로스케일인데요. 아스트로스케일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유해한 우주쓰레기를 수거하고, 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주 환경 관측, 우주선 수거, 연료 보급 및 위성 프로그램 수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엘사-d의 첫 번째 목표는 우주쓰레기를 도킹하고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실증하는 것입니다. 몸통은 184kg의 ‘제공자(Servicer)’와 약 16kg의 ‘고객(Client)’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제공자는 근접 랑데부(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 공간에서 만나는 일) 기술과 자기 도킹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으며, 고객은 도킹할 수 있는 강자성(强磁性)의 플레이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실증에서는 표적 검색, 표적 검사, 표적 랑데부, 낙하 및 낙하 도킹 등을 시행한다고 하네요.
아스트로스케일은 이후에도 ‘능동형 우주쓰레기 수거 인공위성’과 ‘우주 환경 분석 인공위성’ 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각 국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우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네요.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한국은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 ‘누리호’를 발사했죠. 비록 이번 발사에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키지 못했지만, 향후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 발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우주 산업 선진국 반열에 합류하고, 지속가능한 우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도 우주 위험대비 시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 로드맵도 마련했죠. 지난 2020년 7월에는 향후 3년간 국가 우주 개발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뉴 스페이스 시대의 민간 위성 증가에 대비해 우주쓰레기 감축을 위한 규정 및 법령의 조문을 마련하고, 우주물체 등록 절차도 구축하고 있죠. 특히, 기획부터 운용·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우주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개발 기준을 제시한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도 마련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한국항공우주 산업㈜과 LIG 넥스원이 눈에 띕니다. 한국항공우주 산업㈜은 우주선, 위성체, 발사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LIG넥스원은 카이스트와 인공위성 분야 기술 교류 및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죠. 한화도 그룹 내 우주 사업을 한데 모은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습니다.
다만, 민간 차원에서 아직까지 우주쓰레기 수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입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만 지난 2014년부터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과 위성 애프터서비스(A/S) 개념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민간 차원에서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아쉽네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우주 환경 관리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쓰레기 수거 및 관련 산업은 기초 선행 연구 수준으로, 시장 규모도 작은 편입니다. 우주 산업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셈이죠. 또한, 민간 기업의 연구 개발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예고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 연구진들도 유의미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어요. 바람이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우주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면, 영화 ‘승리호’의 이야기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만 같네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