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1번지] (3) 곽재도 AICA 본부장 "韓 AI 부흥, 광주광역시에서 이룰 것"
[IT동아 차주경 기자] “광주광역시의 인공지능(AI) 집적단지는 AI의 모든 것을 가진 한국 AI 1번지입니다. AI 인재를 기르고 기업을 지원해 우리나라를 AI 강국으로 만들겠습니다.”
곽재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rtificial Intelligence Cluster Agency, AICA) 본부장의 표정은 밝았다. 10월 28일(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호남권을 국가 AI 혁신 거점으로 고도화하는 내용의 ‘AI 지역 확산 추진 방향’을 확정, 발표한 덕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확정한 계획에 따라 충청권은 자율주행차와 반도체, 바이오 등 ‘대형 AI 연구 개발’을 선도한다. 제조 산업 집약지인 영남권은 AI를 활용한 기계와 조선, 철강 등 ‘초광역 물류·제조 융합’을 맡는다. 강원권은 ‘보건 의료 데이터 활용 확산’을, 제주권은 ‘신 서비스 실증 생태계’를 마련하고 수도권은 민간이 주도하는 AI 세계화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한다.
AICA와 광주광역시는 2021년 1월부터 ‘AI 집적단지’를 함께 다졌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이자 최고 성능의 국가 AI 데이터 센터, 자율주행차와 헬스케어 등 첨단 설비로 가득한 AI 실증 융합 서비스 공간, AI 기업 취창업 지원과 융합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이 이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AI 지역 확산 추진 방향을 총괄하는 것 또한 이 곳이다.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지만, 곽재도 본부장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광주광역시를 한국 AI 1번지로 만들기 위해 AICA가 선택한 것은 ‘클러스터(Cluster)’다. 기업, 인력, 자본과 인프라를 한 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AI 집적 단지를 꾸미는 한편, 이 곳에 참여할 기업을 모았다. 지금 광주광역시에 보금자리를 만든 AI 기업은 100곳을 넘고, AICA와 AI 관련 업무 협약을 맺은 기업도 200여 곳에 달한다.
곽재도 본부장은 정부·기업·민간이 클러스터에서 함께 성장하며 AI 산업을 일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민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느슨하게 엮는 미국, 정부가 나서 대규모 인프라를 조성하는 중국,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정책으로 지원하는 유럽과 일본 등 해외 AI 생태계 조성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클러스터는 AI의 학습 효율도 높인다. 광주광역시에는 국가 AI 데이터 센터와 슈퍼 컴퓨터가 모였다. 덕분에 AI 기업은 막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다루고 옮기며 학습, 트레이닝 가능하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성장하면 아주 큰 효과를 낸다. 정부가 국가 AI 데이터 센터를 마련, 클라우드 기업을 지원하면 자연스레 AI 기업들이 수혜를 받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인다. 해외의 AI 데이터 센터나 클라우드를 쓸 때보다, 한결 쉽게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AI 서비스를 만든다.
클러스터 내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생태계 구성원 모두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끄는 것이 AICA의 계획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까지 데이터 혹은 슈퍼 컴퓨터 바우처(이용권) 지원, AI 교육 데이터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폈다. 이들 지원 사업은 초기 AI 기업에게 필요한 것을 잘 가져다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주목할 만한 기술과 전문 인력을 갖춘 초기 AI 기업도 속속 탄생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초기 AI 기업이 중견 AI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맞춤형, 심화 지원 사업을 시작할 때다. AI의 성능과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추론(Inference) 성능이다. 이를 강화할 지원, 즉 추론을 실증하고 개량할 인프라 및 전문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칠 때마다 각기 다른 교과서를 쓰듯, 성장하려는 AI 기업에는 기본이 아닌 심화 단계의 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AICA의 주장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모델 학습, 컴퓨팅 실험을 초기 AI 기업이 하도록 돕는다. 중기 AI 기업이 추론을 비롯한 고급 기술을 익히고 실증을 거쳐 제대로 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도록 이끈다. 심화 단계에 다다른 심화 AI 기업이 마케팅 기술과 네트워크를 익혀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광주광역시와 공공 기관 AICA(국가)가 돕는다.
곽재도 본부장은 늘 ‘일단 광주광역시 AI 집적단지에 방문해보라’고 말한다. AI 비전공자, 사업 아이디어만 가진 창업 희망자, AI로 경력을 바꾸려는 구직자나 퇴직자, 경력 단절에 고민하는 여성 등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AICA는 광주광역시 AI 집적 단지에서 늘 다양한 AI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AI 비전공자나 구직자, 경력 단절자는 AI사관학교나 AI 융합 대학교에 입학해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는다. 창업 희망자는 창업 경진대회나 창업 캠프에 참여해 비즈니스모델을 다듬는다. 창업 캠프 사무실에서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AI 지식과 창업 경력을 쌓고 스타트업을 세우면, AICA가 시제품 제작과 고도화 과정을 돕는다. AI 법률이나 규제, 소프트웨어 컨설팅도 지원한다. 어렵지 않다. 정 모르겠으면, 광주광역시 AI 종합 지원 센터에 연락해 AI 코디네이터와 상담하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정부 기관의 고충 처리 보고 절차처럼, 2022년부터 모든 이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곽재도 본부장은 2022년 이후의 AI 산업 지원 방안을 구상한다. 세계 AI 시장의 흐름은 매년, 아니 매일 바뀐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발 맞추고 나아가 앞서나갈 계획이 필요하다. 우선 단점부터 고친다. AI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의 AI 인프라와 기술은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AI 추론의 성능이 떨어져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받았다. AICA는 기업과 협업해 AI 추론의 성능을 높이고 재학습을 반복, 고품질 AI 서비스와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한다.
AI 관련 법과 규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AICA의 과제다. AI 융합 실증 서비스도 고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AI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이 얼마나 유효한지,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고 보완하도록 돕는다.
그는 “이제 AI 강국으로 나아갈 첫 발을 딛었다. AI 기업 지원을 늘리고 이들이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겠다. 우리나라 AI 산업의 혁신 거점이 될 광주광역시를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