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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 중소기업 역갑질? CJ-모비프렌 갈등 '점입가경'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블루투스 음향기기 제조사 모비프렌(대표 허주원)과 CJ ENM(대표 허민회)의 '갑질', '역갑질'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양사는 2016년 8월 계약을 맺고 2018년 12월까지 CJ ENM에서 모비프렌의 블루투스 제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유통망과 홍보 마케팅 능력을 이용해 우수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판매, 서로 상생을 하지는 좋은 취지의 계약이었다고 당시 양사는 밝힌 바 있다.

모비프렌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호소 영상<모비프렌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호소 영상>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8년 9월 현재, 양사 모두 큰 손해를 봤다며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비프렌 측은 CJ ENM측이 판매에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성과가 좋지 않자 모비프렌측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CJ ENM측은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제품 경쟁력 부족 및 모비프렌 측의 허위 주장으로 오히려 자신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비프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탄원을 하고 언론사에 입장을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워너원까지 기용했는데" vs. "실패한 마케팅"

계약 초기, CJ ENM은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으며, 드라마 PPL을 하는 등,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비프렌 측에선 이와 관련, CJ ENM에서 독점총판권을 가져간 이후, 모비프렌측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거래처를 정리해 유통망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광고를 해도 제품이 팔릴 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 ENM은 워너원을 모비프렌 제품의 광고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또한 워너원을 이용한 홍보도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졌으며, CJ ENM이 기획한 워너원 한정판 제품의 경우는 패키지의 케이스가 불량이거나 매뉴얼이 누락되는 등의 하자가 발생해 이와 관련된 고객 대응과 이미지 손실을 모비프렌이 모두 떠안는 등, 계획 자체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계약은 이행했다" vs. "유통망 망쳐놓고"

이와 관련해 CJ ENM 측은 유통망이 붕괴되었다는 모비프렌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2018년 8월 말 기준 150곳의 판매 점포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추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최근까지 계약서에 따른 최소구매물량을 구매하는 등, 75억원어치의 제품재고를 떠안고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면서까지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모비프렌측은 CJ ENM이 2017년 중순까지 최소 구매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모비프렌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신용등급을 하락 시켰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에야 제품을 일괄 구매했지만 판매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창고에 쌓아 두기만 하는 이해 못할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CJ ENM과의 계약 전에는 1,000여개 점포에서 팔리던 모비프렌 제품이 지금은 150여개 점포에서만 팔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통망 붕괴의 증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모비프렌 제품은 본래 5개 유통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었으나, CJ ENM과의 독점 총판계약 이후 1개의 유통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 마저도 대형마트나 공항면세점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온라인 판매를 거의 하고 있지 않았던 데다 올리브영과 같은 CJ 계열사 중심으로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어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모비프렌 측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8년 3월부터 모비프렌은 CJ ENM에 납품했던 제품을 10%을 더 주고 재매입하여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고 항변했다.

"상품성에 문제" vs. "CJ 탓에 개발 차질"

제품의 상품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 중이다. 모비프렌의 블루투스 이어폰 및 헤드폰은 실제로 음질 면에서 각종 언론 매체 및 커뮤니티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제품 치고는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는 지적 역시 적지 않았다. 또한, 최근 블루투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완전 무선 제품군(애플 에어팟 등)이 없는 점 역시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CJ ENM 측에선 애플 에어팟과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모비프렌 측에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의 개발 및 납품을 의뢰했으나 모비프렌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히며, 모비프렌 제품의 구성 및 가격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이와 관련, 모비프렌 측은 CJ ENM가 초래한 갈등과 경영 위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CJ ENM 의 주장은 엔지니어인 CEO가 개발에 직접 관여해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궤변이라고 밝혔다.

누가 더 잘못 했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CJ ENM 측 주장의 요지는 "계약 자체는 합의한 대로 이루어졌지만, 제품의 상품성과 가격에 문제가 있어 잘 팔리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모비프렌 측이 여론을 이용한 역갑질을 하고 있다"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모비프렌 측에선 CJ ENM 측의 불성실함과 무책임함을 질타하고 있다. "CJ ENM 측에 독점총판권을 준 이후, 모비프렌 자체적으로 판매 및 마케팅을 할 때보다 판매량과 경영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유통망 마저 붕괴되어 12월 계약 종료 후 다시 자체 유통을 시도하더라도 재기의 발판이 없어 도산 위기"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양쪽 모두 실수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우선 CJ ENM 측이 너무 안일하게 제품 마케팅에 임했다는 정황이 있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를 했다 해도 충실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판매전략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성공한 마케팅이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이를 통해 그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모비프렌 측의 최대 실수는 너무 큰 기대를 했다는 점이다. CJ ENM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자사 제품이 마니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CJ ENM에게 독점 총판권을 선뜻 넘겨줬다. 하지만 CJ ENM의 마케팅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으며, 이런 와중에 ‘비싼 구형’이 되어버린 모비프렌 제품의 약점도 부각되어 브랜드 이미지 및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나친 자신감과 기대는 이렇게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 못했다고 말하기는 힘든 일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양사의 규모다. 같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우는 충분히 이를 감내할 수 있으나, 중소기업은 회사의 존망을 걱정할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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