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이적료 2억달러 우버 새 CEO 다라 코스로샤히, 흔들리는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는 정작 그 이름 값을 못하고 내홍에 시달리고 있었다. 엉망진창 사내 문화에 이은 사내 성차별과 성희롱, 최고경영자의 성추문까지 밝혀지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었다. 더 큰 문제는 우버는 이익을 내야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창립 이래 계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버는 2009년 설립된 후 8년 동안 흑자를 내 본적이 없는 회사다. 2016년에 기록한 영업 손실만 28억 달러에 이른다. 일반인의 상식에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흑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 8년이나 지속될 수 있는걸까.

답은 사용자의 호응과 높은 시장점유율에 있다. 우버는 사용자의 호응을 바탕으로 불친절한 택시 업체를 몰아내고 미국의 대중교통 시장을 장악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 진출해 현지의 택시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용자와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본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우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쉬지 않고 유입되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우버는 빠르게 성장했고, 1만 2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운송업계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버
우버

그런데 이러한 투자 기반의 비즈니스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회사의 성장이 멈추면 회사의 모든 것이 함께 멈추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이다. 우버는 택시 업체를 밀어내고 미국의 운송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전 세계 운송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었다. 어떤 국가에선 정부의 규제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고, 어떤 국가에선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경쟁자에게 밀려 사업을 철수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일본 등에선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사업을 철수해야만 했다. 중국, 동남아 등에선 디디추싱, 그랩 등 경쟁자에게 밀려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버의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되었다.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던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이 멈추자 들고 일어났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우버의 기업공개(IPO)였다.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한 돈의 수십, 수백 배에 이르는 이익을 회수하길 원했다. 하지만 적자투성이의 기업을 상장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투자자들은 우버의 창업주인 트래비스 칼라닉에게 이익을 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칼라닉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월 20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칼라닉은 우버의 CEO직을 사임해야만 했다. 자신이 세운 기업에서 해고당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버의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 투자자 벤치마크캐피탈이 칼라닉을 사기 및 계약 위반으로 고소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칼라닉이 보유한 우버 지분이 10% 내외이니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참다못해 들고 일어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투자자들로 구성된 우버의 이사회와 칼라닉은 우버의 새 CEO를 찾기 시작했다. 우버의 새 CEO는 미숙한 우버의 조직문화를 단단하게 정비할 수 있도록 기업 운영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게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물이어야 했다. 무엇보다 적자투성이 기업을 정비해 이익을 내고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영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했다.

칼라닉은 자신의 후임으로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익스피디아 최고경영자를 추천했다. 우버의 사령탑이 공석이 되고 2달이 지난 8월 30일, 우버 이사회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 올라 코스로샤히는 우버의 CEO 자리를 맡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버를 위한 전사가 되겠다. 우버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 18~36개월 내로 우버가 기업공개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 출처 flickr viral newest>

이란 재벌에서 미국의 CEO로, 코스로샤히의 독특한 이력

코스로샤히는 지속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떨어져 나온 조그마한 홈페이지였던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익스피디아'를 세계 최대의 여행 관련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코스로샤히가 CEO에 오른 2005년 이후 11년 동안 익스피디아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2년 21억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6년 87억 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났다. 2005년 1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총 예약금액(익스피디아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이 지출한 금액)도 2016년 720억 달러로 증가했다.

코스로샤히는 단순히 익스피디아 서비스뿐만 아니라 익스피디아의 하위 서비스였던 호텔스닷컴을 성장시키고, 트리바고(Trivago), 비아 트레블 등을 인수하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지휘 아래 익스피디아는 75 개국에 약 200 개의 여행 예약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대규모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었다. 회사의 직원들이 경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서비스 '글래스도어'에서 93%의 높은 지지를 받을 정도로 직원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익스피디아 CEO 시절 코스로샤히 / 출처 익스피디아>

코스로샤히는 196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금융, 제약, 화학, 식품, 유통, 포장, 무역 등 이란의 모든 사업에 진출한 재벌회사 '알부즈 인베스트먼트(Alborz Investment)'의 주인이었다. 재벌의 상속자로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나이 9살때인 1978년 팔레비 왕가가 호메이니에게 쫓겨난 이란혁명이 일어나자 코스로샤히의 삶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알부즈 인베스트먼트의 자산은 모두 국유화되었고, 코스로샤히와 그의 집안은 성난 민중을 피해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망명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고 했던가. 코스로샤히는 알부즈 인베스트먼트가 건재하던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친척들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뉴욕의 부촌인 테리타운에 정착했고, 유명 사립 명문고를 거쳐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아이비리그의 명문 브라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150여개의 미디어를 보유한 대형 인터넷 미디어 그룹 IAC로 이직해 부사장이 되었다. 2003년 IAC가 익스피디아를 인수하는 것을 주도했고, 2005년에는 직접 익스피디아의 CEO로 취임했다.

코스로샤히는 미국에서 손 꼽힐 정도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 CEO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코스로샤히의 2015년 연봉은 9460만 달러에 이른다. 코스로샤히는 우버로 이직하면서 익스피디아로부터 2020년 받기로 되어 있었던 1억 8000만 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포기했다. 이를 보상해주기 위해 우버는 코스로샤히에게 적어도 2억 달러가 넘는 보상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충실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삶... 칼라닉이 직접 뽑은 오른팔?

익스피디아의 주인은 코스로샤히가 아니라 미국의 미디어 사업가 배리 딜러(Barry Diller) IAC 회장이다. 코스로샤히는 배리 딜러의 오른팔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IAC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도중 딜러 회장에게 익스피디아를 인수할 것을 제안했고, 딜러 회장은 회사를 인수해 코스로샤히에게 맡겼다. 그후 11년 동안 코스로샤히는 익스피디아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딜러 회장은 이러한 성과를 최고 수준의 연봉으로 화답했다.

이런 코스로샤히를 칼라닉이 직접 우버 CEO로 영입했다. 칼라닉은 향후 자신이 우버 CEO로 복귀할 것임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없는 동안 우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인물을 물색했다. 자신의 오른팔로서 회사를 경영하며, 이익을 내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 코스로샤히가 딱이었다. 코스로샤히가 지난 11년 동안 보여준 경영 능력 덕분에 칼라닉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벤치마크캐피탈조차 코스로샤히가 우버의 새 CEO에 임명되는 것에 동의했을 정도였다.

코스로샤히는 스스로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과 반대로 가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러한 코스로샤히의 발언은 이민자 출신이 많은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한다는 칼라닉의 패착을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코스로샤히의 행적은 그가 우버의 CEO로 지명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과연 그는 흔들리는 우버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 출처 코스로샤히 트위터>

코스로샤히는 회사의 주인(오너)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다. 전문경영인은 경영 능력이 부족하거나, 일선에 나서기 힘든 회사의 주인(오너)을 대신해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춰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오너의 의향에 맞춰 기업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적어도 코스로샤히의 지금까지 행보는 이러한 전문경영인으로서 흠 잡을데가 없다.

지난 11년 동안 성공적으로 익스피디아를 이끌었던 코스로샤히는 이제 우버라는 시험대에 올라 자신의 능력을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그에게는 막중한 사명이 주어졌다. 창업주와 투자자의 내분, 엉망진창 사내문화, 쌓여만 가는 영업 손실 등 문제를 따져보면 진작에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3년 내로 기업공개를 완수해야 한다. 이를 성공시킨다면 그는 전문경영인 업계의 새로운 전설이 될 것이다. 실패하면 그저그런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다고 경영학 교과서에 이름이 실릴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