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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열전: 댄 프라이스] 노동자들의 영웅? 비즈니스를 모르는 철부지? 최저연봉 8000만 원 논란 부른 사회적 기업가

강일용

"미국 노동 계층의 영웅",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모르는 철부지"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받는 미국의 기업가가 있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카드 결제 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Gravity Payments)의 최고경영자 댄 프라이스(Dan Price)다. 프라이스는 지난 2015년 4월 110만 달러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을 7만 달러까지 낮추고, 대신 전 직원 117명의 최저 연봉을 3년 내로 7만 달러 수준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2주 동안 밤잠을 설치며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해 전 직원의 연봉을 5만 달러로 인상했고, 매년 1만 달러씩 단계적으로 최저 연봉을 올려 2017년 전 직원의 최저 연봉 7만 달러라는 약속을 지켰다. 최저 연봉을 7만 달러로 정한 이유는 뭘까.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인간은 7만 달러(약 79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댄 프라이스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페이먼츠 대표. 출처 그래비티페이먼츠 미디어키트>

이러한 프라이스의 결정을 놓고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트위터와 같은 SNS에는 5억 건 이상의 반응(멘션)이 올라왔다. 프라이스의 결정을 다룬 NBC 뉴스는 역대 최다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자기 몫을 줄여 노동자의 임금을 챙겨주려는 프라이스의 모습은 현대판 '로빈후드(영국의 의적)'를 연상시켰다. 정치권에선 프라이스의 결정을 두고 임금인상과 기업 경영의 상관관계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폭스뉴스와 같은 보수 성향 언론들은 과도한 임금은 노동자를 게으르게해 생산효율을 떨어뜨리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프라이스의 결정을 공격했다. 심지어 백만장자 방송인 러시 림바우는 방송에 출연해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왜 사회주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지에 대한 예시로 활용해야 한다"고 비웃었다. 프라이스의 친형이자 전부터 그와 갈등을 빚고 있었던 공동창립자 루카스 프라이스는 자신을 따르는 임원과 함께 회사를 나가며 "댄 프라이스는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얼마 후 루카스는 그의 동생을 배임 혐의로 법원에 고발했다.

이후에도 그를 향한 악의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이스가 직원 임금 인상 및 본인 임금 삭감에 따른 개인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개의 저택을 매물로 내놨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저택은 거주용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효용을 알아보기 위해 구매한 것이었고, 임금 인상 전부터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프라이스는 원래 히피 정신이 강해 여름철에는 주요 임원들의 집에 함께 머무르고, 겨울철에는 에어비앤비의 장기 임대 서비스를 이용했다. 무엇보다 그는 5년 넘게 백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은 백만장자로, 1년도 안돼 자금난에 시달릴 이유가 없는 인물이었다. (다만 저택 판매 대금과 자신이 모아둔 둔을 회사의 여유자금으로 돌린 것은 사실이다.)

작은 결제 시스템 회사에 불과한 그래비티 페이먼츠와 그 CEO인 프라이스의 결정은 왜 이렇게 큰 이슈가 된 것일까. 이는 그의 결정이 '저비용 고효율'이란 기존의 기업 경영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의 사례를 살펴보자. 구글의 평균연봉은 14만 달러로, 그래비티 페이먼츠 최소연봉의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글의 높은 연봉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숙련된 고급 인력에게 높은 연봉을 제공해 더 큰 영업 이익을 거둔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평균 연봉은 미국 기업들의 평균에도 한참 못미치는 2만 8000달러에 불과하다.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상위 직급 직원에겐 구글과 대등한 연봉을 제공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물류 담당 직원에게는 형편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평균연봉은 극과 극으로 차이나지만, 둘 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기본 원칙만은 지키고 있다.

직원들의 불평에 큰 충격... 임금 인상으로 직원 만족에 나서

댄 프라이스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페이먼츠 대표가 2010년 미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고 백악관에 초청돼 오바마 대통령과도 악수하는 모습. 출처 그래비티페이먼츠 홈페이지>

프라이스는 왜 갑자기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일까? 낮은 임금에 대한 직원의 불평불만에 큰 충격을 받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1984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태어난 프라이스는 19살때 시애틀 퍼시픽 대학 기숙사에서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창업했다. 고등학교 시절 프라이스는 동네 커피샵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도중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너무나도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제 과정은 너무나 복잡했고, 심지어 느리기까지 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소매점들이 더 편하게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순 결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고객의 유형과 취향을 분석해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컨설팅 사업도 함께 제공했다. 2008년 금융위기때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1만 5000곳이 넘는 가맹사를 확보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10명이 채되지 않았던 직원수도 100여명이 넘는 등 스타트업에서 워싱턴주 지역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0년 미국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청년 기업가, 2014년 시애틀 지역 최고경영자 등에 선정되는 등 탄탄대로를 밟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본인의 연봉도 100만 달러를 넘는 등 청년 백만장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는 직원의 하소연을 듣게되면서 프라이스의 행보에는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2011년 담배를 피우던 프라이스는 부하 직원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다가 이런 대답을 들었다. "당신과 회사가 나를 착취하고 있잖소."

개발자로 일하던 해당 직원은 당시 3만 5000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프라이스는 직원에게 "당신의 급여는 시세에 맞게 책정되어 있다. 뭔가 다른 데이터가 있다면 알려달라. 당신을 착취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요청했다. 직원은 "인간다운 삶을 데이터만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프라이스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과도한 카드 수수료로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의 불편을 없애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더 적은 수수료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의 불만과 불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엄습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직원들의 연봉인상을 소홀히했던 점이 떠올랐다. "경기 침체로 회사가 망할뻔한 나머지 임금 인상 억제로 향후에 닥칠 위기를 극복할 여유 자금을 마련하려 했는데, 그것이 직원들에게 상처를 줬던 겁니다."지금이라도 잘못을 고쳐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즉시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나섰다. 2012년 이후 프라이스는 전 직원의 임금을 평균 20%씩 인상했다. 그래도 회사의 이익 성장률은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다. 자신감을 얻은 프라이스는 2015년 문제의 최저임금 인상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의 결정은 2015년 갑작스럽게 내려진 것이 아니라 3년간의 준비와 심사숙고 끝에 신중하게 내려진 결정이었던 것이다.

3년 동안 꾸준히 성장... 직원 행복도 향상이 최대 성과

댄 프라이스
<출처 그래비티페이먼츠 페이스북>

프라이스의 결정 이후 회사와 직원들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적어도 2018년 현재까지 프라이스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인상이나 서비스 악화가 발생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와 달리 그의 발표 6개월 후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객유지비율(회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고객의 비율)은 95%로, 기존의 91%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월평균 30건에 불과하던 고객문의도 2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프라이스의 선언 이후 그의 회사에는 많은 우수 인력이 몰려들었다. 연봉 인상을 발표한지 1주일 만에 회사에는 4500통의 이력서가 배달됐다. 야후의 주요 임원이었던 태미 크롤도 연봉이 80%나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그녀는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지만, 이제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이회사에 합류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시애틀의 높은 집값과 월세를 감당할 수 있게 된 직원들은 교외에서 시내로 이사왔다. 1시간이 넘던 평균 통근 시간이 20분 내외로 크게 줄어들었다. 사정에 여유가 생기자 직원들의 출산율도 크게 높아졌다. 기존에는 한해 아이를 가진 직원이 2명 남짓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12명으로 6배나 늘어났다. 이직률도 크게 감소하고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다. 3년이 흐른 지금 직원의 수는 160명이 넘는다.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함으로써 고객의 수도 80%나 증가했다. 현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평균 연봉은 10만 3000달러로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대등한 수준이고, 시애틀 지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의 친형이 제기한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 소송에서도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승소했다.

댄 프라이스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페이먼츠 대표. 출처 그래비티페이먼츠 미디어키트>

프라이스의 실험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휠러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교수는 "프라이스와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성공요인은 직원들이 최고경영자가 자신들을 존중하고 있고, 이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프라이스의 이러한 도전이 직원수가 180명이 채되지 않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프라이스의 임금 인상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고임금 지역인 시애틀 지역의 평균에 맞춘 것에 불과하며 직원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시애틀은 실리콘밸리, 뉴욕, LA 근교와 함께 미국에서도 손 꼽히는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의 밀집 지역이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와 비슷한 직원수를 보유한 시애틀 지역의 SW 개발기업 '번지'의 경우 전직원 평균 임금 역시 그래비티 페이먼츠와 비슷하다. 다만 두 회사의 연봉구조에 차이점도 있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최소 연봉은 7만 달러가 넘는 반면, 번지의 최소 연봉은 4~5만 달러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최소 연봉과 최대 연봉의 폭이 적으냐 크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돈을 많이 받는 직군과 적게 받는 직군간의 위화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미국은 회사 소속 직원들의 평균 연봉뿐만 아니라 직군별 평균 연봉까지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으며, 모든 직원이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프라이스는 "전체 부의 80%가 상위 1%에게만 돌아가고 나머지 99%는 20%가 채되지 않는 것만 받고 있다"며 불평등한 부의 배분 구조를 비판했다. 특히 시애틀 지역의 맹주이자, 불평등한 임금체계의 대표 사례인 아마존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트위터를 통해 "세계 최대의 가치를 지닌 아마존에는 55만 명이 넘는 직원이 있는데, 그들의 평균 임금은 2만 8000달러에 불과하다. 제대로 분배가 이뤄지면 직원 1명당 돌아가야 할 돈은 140만 달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 자신이 기업의 주인이자 최고경영자이면서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꼬집은 것이다. 그의 트위터 소개란에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최고경영자"라고 적혀있는 이유다.

참고문헌
댄 프라이스의 삶과 비즈니스 철학 - https://gravitypayments.com/dan-price/
한국일보: 글로벌 Biz리더 ‘미친 사장님'의 최저연봉 7만달러 실험 -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5241109039370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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