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빅데이터 기술보다 '인간적 센스'가 여전히 중요하다! '센스메이킹'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누구나 예민한 감각과 통찰력으로 남들보다 앞서 변화를 선두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어 한다. 실제로 판세를 이끌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리더도 많다.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 남다른 통찰을 이끌어 낼까?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와 혁신가들의 책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책이 한 권 있다. '이것은 빅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전략이다'라는 부제로 시선을 잡는 신간, <센스메이킹/위즈덤하우스>이다.

센스메이킹 표지
센스메이킹 표지

이 책의 저자는 '레드 어소시에이츠'의 공동창립자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로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의 수장이다. 특히 구성원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 전공자들로, 비즈니스 전략에서 인문학적 통찰의 힘으로 혁신적 해결안을 도출하며 명성을 얻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은 빅데이터나 알고리즘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에 관한 책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빅데이터 토대의 알고리즘이 모든 답을 줄 것이라는 희망에 도취되어 있지만, 그것은 명백한 착각이라고 말하며, 우리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되려 철학 차원의 비판적 사고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일정한 결과값으로 도출되는 정량적 데이터가 아니다.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개별이 아닌 세계 속에서 존재하며, 그 세계에 포함된 대상은 언제나 맥락에 의존하고, 의미로 중첩되어 복잡성을 가진다.

'센스메이킹(Sensemaking)'은 문화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파악된 맥락과 맥락의 인과관계인 인간의 행동 패턴을 찾는 방법론이다. 즉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 지혜를 얻는 것이다. 최근의 알고리즘식 사고와는 정반대다. 결국 센스메이킹의 근본 원칙은 세계에 대한 이해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센스메이킹의 다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핀다.

2. 파상적 데이터가 아니라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3.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4.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

5.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

현상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은 열린 자세로 주변 환경을 살피고,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를 이해할 때 생겨난다. 창의적 통찰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영역에서 '우리를 통해' 나온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적 가정을 분석하는 최선의 지적도구로 철학을 꼽고 있다.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진리를 얻으려면 인간의 오래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센스메이킹은 감정, 지성, 정신을 비롯한 우리의 모든 것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다.

특히 공감은 다른 사람의 세계관이나 문화적 관점을 이해하는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인 관점은 진정한 관심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관심이 없으면 데이터가 있어도 의미와 통찰이 담긴 큰 그림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데이터가 포착하지 못하는 의미 있는 미세한 차이를 결코 볼 수 없다.

이 책은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과 대가들의 센스메이킹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하고,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학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실전법도 전하고 있다. 수치와 모형에만 의존해서는 정확한 답을 도출해낼 수 없다. 많은 상황에서 인간의 지성은 여전히 맥락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율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매일 이뤄지는 작고도 중요한 행위에는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은 의미를 만들어내고 해석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인문학 영역은 이런 일에 적합한 훈련장이다. 모든 문화나 조직이 직면한 핵심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전략적 도구가 된다. 기계학습만으로는 통찰을 얻을 수 없다. 기술은 분명 우리를 특별한 곳에 이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그 곳에 이르렀어도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앞으로도 결코 쇠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현상학(現象學)을 활용하라! 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실제 세계로 돌아가라! 지식에 현실 속 감각까지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의미 있는 통찰을 하고 싶은가? 충분히 오랫동안 읽고, 대화하고, 관찰하고, 들어라. 당신도 센스메이커가 될 수 있다. 결국 비즈니스는 언제나 인간의 행동에 대한 배팅이다. 그러니 일과 삶에서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연히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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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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