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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신간산책] 학교보다 더 큰 세상을 배운 아이,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이문규

[IT동아]

우리는 태어나 길게는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사회가 짜놓은 단일한 교육시스템에 속한 채 성장한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그 시스템에 들어가 오롯이 자신을 맞춰왔다. 그리고 또래 집단 안에서 '성적'이라는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 받았고 그 꼬리표는 그대로 사회적인 평가가 되어 버린다. 과연 이런 식의 교육과 평가가 적합한 걸까? 교과목만 잘하고 외우다시피 한 정답을 맞히는 게 진정 '배움'이라는 것일까?

한 소년을 소개한다. 태어나 단 한번도 학교에 간 적이 없는 아이, 임하영. 6살 때까지 유치원에 잠시 다닌 게 전부며, 평소 '홈스쿨링'을 꿈꿔온 부모님 덕분에(?) 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홈스쿨링이라 해서 장소만 집으로 옮겨 똑같은 학교공부를 한 게 아니다. 아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공부하는 '언스쿨링'으로 온 세상과 모든 사람을 학교 삼아 배웠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신간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천년의상상>이다.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표지

자신만의 진짜 공부를 찾아 헤맨 아이는 어느 덧 올해 스무 살이 됐다. '명문대 입시'라는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공부보다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그래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무던히 고민하고 찾아 다녔다.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지 않고 먼저 스스로에 물었다. '공부는 왜 해야 하지?', '어떤 주제를 배워야 하지?', '그걸 가르쳐 줄 선생님은 어디 있지?'… 이렇게 배움에 대한 근본 질문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배움을 개척했다. 그러다 보니 또래보다도 다양한 주제와 분야를 탐구할 수 있었다. 책읽기와 글쓰기, 예술, 운동, 사회봉사, 여행, 종교, 역사, 철학 등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진짜 공부를 했다.

우리는 대부분 성적을 위한 공부, 출세를 위한 공부, 사회적 잣대로 보는 성공을 위한 공부에 매진한다. 저자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사회를 향해 이제는 공부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고 작지만 힘있게 말한다.

"각자의 길을 걸으며 각자의 고민을 발견하고, 또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는 것. 그 것이 바로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요? 오로지 자신만의 배움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그리하여 어떻게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의 모든 배움은 사유의 기틀이 되었어요. 물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기쁨과 더불어 자아가 산산조각 나는 아픔도 역시 존재했어요. 이러한 시간들을 겪으며 저는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고, 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공감하게 됐습니다. 만일 제가 학교에 있었다면 스스로 공부의 주인이 되는 게 가능했을까요? 삶과 분리 된 공부는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고 봅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잠깐! 이 아이가 몇 살이라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짧지만 강력하다.

"공부란 무엇일까요?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이러한 물음이 생길 때마다 길을 나섰습니다. 때로는 책을 읽고, 때로는 여행을 떠나고, 때로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혼자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배우며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고 죽은 지식을 앵무새처럼 암기한 결과는 어떠한가? 암기와 문제풀이를 누구보다 잘했던 이들은 막대한 재산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기로 남을 속이고 짓밟으며 호가호위했고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간다. 이러한 악순환이 얼마나 뿌리 깊게 우리의 삶을 옭아매고 사회를 병들게 해왔는지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만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끊어 낼 때가 됐다.

미래의 주역인 하영이는 어른들에게 책을 통해 호소한다. 지금과 같이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고 획일화된 기준에 따른 줄 세우기가 계속 된다면, 학벌 또는 물질의 축적이 여전히 성공 기준으로 여겨지고 지금과 같은 교육시스템과 입시제도를 고수한다면, 탐욕스러운 저질 엘리트들만이 탄생되는 교육의 비극은 되풀이 될거라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저자는 군대에 다녀 온 후, 서른 살까지는 공부를 더 할 계획이란다. 그러면서 인간이나 사회에 대해 좀더 폭넓은 이해를 갖춰 사회가 나아지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정치대학을 목표로 지금도 세상에 대한 공부와 함께 프랑스어를 열심히 하고 있다. 태어나 온전히 홀로 자신만의 '배움'을 개척하고 쌓아 온 하영 군의 미래를 응원한다! 아울러 한 아이의 진솔한 인생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 교육에 대한 진중한 담론이 시작되길 바라본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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