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차=인기' 옛말? 신형 쏘나타에 '실버' 제외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할 때 제조사나 모델의 선택만큼이나 소비자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바로 '색상'이다.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선호도 외에 관리의 용이함, 주변의 시선, 중고로 팔 때의 감가 정도 등을 고려해 색상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면 역시 흰색이나 검정, 회색, 그리고 은색으로 대표되는 무채색 계열이다. 튀지 않으면서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채색 중에도 선호도는 분명 나뉜다. 소형차일수록 흰색, 대형차일수록 검정색이 더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 어두울 색일수록 권위가 살아나지만, 상대적으로 차가 작아 보이는 단점이 있다.

은색 모델이 판매량의 태반을 차지하던
NF쏘나타(2004~2009)
은색 모델이 판매량의 태반을 차지하던 NF쏘나타(2004~2009)

이러한 와중에도 차종에 관계 없이 고르게 높은 인기를 끄는 색상이 바로 은색이었다. 점잖으면서도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료업체인 듀퐁(Dupont)이 발표한 세계 자동차 색상 선호도 조사의 2008년판에에 따르면, 한국시장에서 은색차에 대한 선호도는 5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는 2위인 검은색(25%), 3위인 흰색(18%), 4위인 회색(3%)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였으니 당시 은색차에 대한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이러한 추세는 완전히 바뀌었다. 도료업체 엑솔타(Axalta)가 최근 발표한 2016 세계 자동차 색상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 색상은 흰색(33%)이었으며, 2위는 회색(19%), 3위는 검정색(16%)이었다. 한대 최고의 인기 색상이었던 은색은 12%로 겨우 4위를 차지했다.

은색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신차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최근 각종 신차 동호회 사이트의 이른바 ‘인증샷’ 게시판에서 은색차의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색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현재 팔리고 있는 신차 중에 일부 트림에서는 은색이 제외된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현대 벨로스터 터보 모델, i30 1.6T 모델, 제네시스 G80 스포츠 모델 등은 은색을 선택할 수 없다.

아예 전 트림에서 은색을 제외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지난 8일, 현대자동차는 LF 쏘나타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한 신형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출시하며 이전 LF 쏘나타에서 선택할 수 있던 '이온 실버(은색)' 컬러를 삭제한 대신, 밝은 회색인 '루나그레이(밝은 회색)' 컬러를 투입했다.

실버 컬러를 선택할 수 없는 '쏘나타
뉴라이즈'
실버 컬러를 선택할 수 없는 '쏘나타 뉴라이즈'

쏘나타 뉴라이즈는 루나그레이(밝은 회색) 외에 판테라그레이(어두운 회색), 화이트크림(흰색), 미드나잇블랙(검은색), 그랑블루(군청색), 발렌타인레드(빨간색), 쉐이드브론즈(갈색) 등 8가지 컬러로 운영된다. 한국 중형차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쏘나타에 은색이 빠진다는 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자동차 대리점의 한 판매사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몇몇 차종의 경우, 은색은 군청색보다 주문량이 적을 정도이고, 중형차 이하에선 흰색이 최고 인기"라며 "택시나 렌터카 시장에서 관리가 편한 은색을 선호하다 보니 오히려 예전에 은색을 선호하던 일반 소비자들이 일부러 은색을 피해 회색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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