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이제는 삼성 밀크 뮤직과 이별을 준비할 때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2. 이제는 삼성 밀크 뮤직과 이별을 준비할 때

호주, 미국에서 밀크 뮤직 서비스를 접은 삼성 그 다음 행선지는?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필자는 한때 밀크 뮤직의 열렬한 팬이었다>

9월 22일 미국, 삼성 밀크 뮤직과 안녕을 준비하세요

"저는 삼성 기기를 써본 적이 없어서요. 밀크 뮤직이란 무엇인가요?"

삼성 밀크 뮤직은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 업체인 슬랙커(Slacker.com)와 화이트라벨(고객사에 맞게 서비스를 변경하여 제공) 계약을 맺은 후 미국 내 삼성 모바일 폰/스마트 TV/PC 유저들에게 무료로 음악 스트리밍을 제공하던 서비스입니다. 2014년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3년 정도 되었네요.

한국은 삼성 모바일 폰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해 9월 소리바다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그 후에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에도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그런 삼성 밀크 뮤직이 다음 달 9월 22일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사실 작년 9월 20일에는 삼성 밀크 비디오를 종료한 바 있습니다. 피의 9월이네요.)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2016년 9월 22일 밀크 뮤직을 미국 내에서 종료한다는 공식 발표>

사실 지난 2015년 5월에는 밀크 뮤직을 이끌기 위해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애플 출신 임원 케빈 스윈트(Kevin Swint)가 사임을 했지요. 이어 밀크 뮤직/비디오 관련 인력의 15%가 삼성전자를 떠났습니다. 케빈 스윈트는 원래 애플에서 아이튠즈 비디오를 총괄하던 인물입니다. 지금은 프리랜서에요. 안타깝네요.

세계 1위 모바일, TV 제조사는 세계 1위의 뮤직/비디오 서비스는 아직인가요?

한국은 사라진 조직인 MSC(Media Solution Center)의 미국 오피스 MSCA(Media Solution Center America)에서 미국 내 서비스인 밀크 뮤직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투자 대비 효용성이 떨어져서 사업 종료를 선언한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 업계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음악 스트리밍으로 돈을 버는 업체는 없습니다. 스포티파이도 적자고 판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익분기점(BEP)만 맞추면 다행인 상황입니다.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판도라 인터넷 라디오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입니다>

판도라의 이번 분기 적자는 7,800만 달러(약 850억 원)입니다. 작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한 상황입니다.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이 매출의 50%를 넘기 때문에, 광고 기반 무료 라디오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돈을 벌 수도 없고, 성공해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할 금액만 증가납니다. 그렇다고 밀크 뮤직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밀크 뮤직 호주 서비스도 종료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제공 중인 밀크 뮤직 서비스도 풍전등화인 상태입니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그레이스노트사의 리듬(Rythm) 서비스가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삼성 밀크는 이름만 같지 각 국가 별로 솔루션 제공업체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아무튼, 밀크 뮤직은 미국에서 상당히 많은 사용자들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출시 초기에 2백만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한 것처럼, 사용자가 늘면 지불해야 할 금액도 올라갑니다.

게다가 미국 내 인터넷 라디오 시장의 경쟁은 정말 치열하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판도라의 사용자는 7천만 명이 넘습니다.

삼성 밀크 뮤직이 비즈니스 모델(라디오 광고와 같은 내부 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을 넓힐수록 자체 경쟁력은 없어집니다. 반면 스포티파이, iHeartRadio, TuneIn Radio 등 유사 서비스와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입니다.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서비스 개시 후 3년이 지났지만, 위의 어떤 뮤직 서비스들 보다도 낮은 인지도, 어디 있나요 그대... (출처: TRITON, 2016년)>

내부 소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마케팅팀과 MSCA팀의 마찰이 지속적으로 있었고(*투자 개념이냐,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하냐), 이것이 결국 곪아 터졌습니다.

MSCA에게 많은 시간을 줬지만, 삼성전자 그룹 차원에서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제이지(Jay-Z)가 15년 4월 런칭했던 타이달(Tidal), 음반사가 아닌 뮤지션과 직접 계약 및 투자를 받은 최초의 사례>

지난 3월 삼성전자는 제이지의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수 가격에 이견이 있었는지 이후 별다른 소식을 접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애플도 타이달 인수에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혹시, 깜짝 인수 발표가 있을까요? 어려울 거예요... 아마.

라디오 비즈니스는 정말 어렵습니다.

광고를 일정 이상 확보,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고, 없을 경우 대행사를 통해서 광고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지 TV, 스마트폰을 많이 팔고 싶어하는 업체 입장에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운영사인 슬랙커에 맡길 경우, 지속적으로 돈을 지출해야 하고요.

게다가 이미 핸드폰을 잘 팔고 있는 사업부 입장에선 '저 비용을 광고로 쓰면 더 좋을 텐데'라는 고민을 할 것입니다.

사실, 라디오 광고 시장은 생각보다 커지고 있지 않습니다. 무료 광고 사업보다는 월정액 서비스가 더 적합한 사업 모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내 1위 라디오 서비스인 판도라 라디오도 세계 1위 라디오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유사한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스포티파이는 아직 기업 공개를 하지 않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 중에는 가장 큐모가 큰 기업입니다.

서비스 종료 후 삼성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인수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밀크 뮤직과 유사한 서비스를 추천할 전망입니다. 아마 밀크 뮤직의 원조인 슬랙커(Slacker.com)를 추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밀크 뮤직은 계속될까요?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삼성 스토어가 아닌 플레이 스토어에서 설치한 사람은 백 육십만명, 주간 사용자는 40만명 수준>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경쟁 서비스 업체인 비트 라디오, 주간 사용자가 20만명 정도 더 많은 편, 하지만 실행이 더 잦은 편>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콘텐츠 비즈니스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괜히 종료하겠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는 판도라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도 없을뿐더러 애플 뮤직도 아직은 고전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제 주변에도 밀크 뮤직을 쓰는 지인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서비스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가 소프트웨어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인수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여전히 좋은 해법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더 투자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승부의 열쇠입니다. 러에코(LeEco)와 같은 중국 업체들과 콘텐츠로 경쟁해야 할 시간이 곧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밀크 뮤직
삼성 밀크 뮤직

<미국 2위 TV 판매회사인 비지오(Vizio)를 인수한 중국의 콘텐츠 업체 러에코, 그들이 가을에 스마트폰을 미국에서 판매한다>

SK브로드밴드 김조한 매니저는?

SK브로드밴드 김조한 매니저
SK브로드밴드 김조한 매니저

넥스트 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Rovi Asia Pre- 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은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SK브로드밴드 김조한(johan.kim@sk.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