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스타트업] 탭진 4주년, 디지털콘텐츠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다

안수영 syahn@itdonga.com

[IT동아 안수영 기자] 창업 열풍이 뜨거운 요즘, 실제 창업 기업이 생존하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창업을 하면 3년 이상 버티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2013년 기준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벤처기업 생존율은 창업 3년 후 41%, 5년 후 25%, 10년 후 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자생 역량을 갖춘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는 셈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흘러도 당당히 존재하는 스타트업들은 어떤 곳이며, 과연 어떻게 해서 생존할 수 있었을까?

디지털 매거진 포털 서비스 '탭진'을 운영하는 넥스트페이퍼 엠앤씨는 오는 8월 창립 4주년을 앞두고 있다. 혹시 기억하는 독자분들이 있을까. 2012년, 그러니까 약 3년 전, IT동아는 넥스트페이퍼 엠앤씨를 만나 인터뷰했었다. (잡지계의 카카오톡? 탭진 곽동수 대표를 만나다- http://it.donga.com/10468)

그리고 2015년, 탭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3년 만에 넥스트페이퍼 엠앤씨의 사무실을 찾아가 손명희 대표를 만났다. (공동 창업자였던 곽동수 대표 역시 여전히 탭진과 함께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탭진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디지털 매거진 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넥스트페이퍼 엠앤씨 손명희 대표
넥스트페이퍼 엠앤씨 손명희 대표

탭진 4주년, 디지털 매거진 시장을 이끌며 '살아 있네!'

오랜만에 만난 넥스트페이퍼 앰엔씨의 손명희 대표. 인사말과 더불어 첫 질문으로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지난 3년을 되돌아 본 소감이 어떠한가'라고 묻자, 손 대표는 벅차게 웃었다. 그 웃음은 지난 3년 간의 소회를 담고 있는 듯했다. 3년 전과 달리 널찍해진 사무실이 이 웃음의 의미를 증명하는 듯했다.

"소감이요? 살아 있네! 살아 있고요, 4년 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디지털 미디어의 생태계를 바꿀 것이다'라는 말을 했었는데요, 글쎄요. 저희가 미디어의 생태계를 바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의미 있는 변화의 축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에는 국내 매거진 미디어 분야에서 '탭진'을 모르는 회사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저희가 각 매체에 연락해 탭진에 들어와 달라'고 설득해야 했지만, 이제는 잡지사에서 저희에게 먼저 입점 문의를 합니다"

손 대표의 자신감이 실린 목소리만큼, 탭진은 지난 3년 간 업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크게 3가지 변화가 있었다. 바로 콘텐츠, 유저, 디지털 광고 등이다.

"첫째는 콘텐츠입니다. 현재 탭진은 200여 종의 일반 상업용 매거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기업 브랜딩 잡지, 사회보 역시 크게 늘어났습니다. 또한, 1주년 대비 해외 라이선스의 인기 매거진이 많이 입점됐습니다. 서점에 있는 해외 인기 매거진의 대부분을 탭진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사용자입니다. 현재 탭진의 누적 다운로드는 약 150만을 돌파했고, 실제로 의미 있는 수치인 월별 액티브 유저는 35만 명 이상을 돌파했습니다. 콘텐츠의 다변화로 사용자의 안정적인 증가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탭진의 중심 유저는 20~30대 직장인인데요, 주로 경제 활동을 하고 구매력이 있는 사용자들이 탭진을 이용합니다.

셋째, 디지털 광고입니다. 다양한 프로모션, 콘텐츠, 네이티브 광고 등을 집행하고 있는데요, 작년 7월부터 모바일 광고가 많이 활성화됐습니다. 작년 7월 한 달만 매거진 내 부킹이 30개, 캠페인 브랜드는 10개가 넘었는데요. P&G, 르미에르, 샤넬, 디올, 핀에어 등 대부분 글로벌 빅 브랜드입니다. P&G는 자사의 멀티 브랜드를 탭진에 매월 고정으로 광고하기로 했습니다"

탭진
탭진

탭진의 이러한 3가지 변화는 디지털 매거진 생태계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디지털 광고의 성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 그 이유는 탭진이 처음 출범했을 당시에는 잡지를 무료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손 대표는 "탭진은 잡지 매체에도 광고를 쉐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잡지사들도 멀티채널 전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탭진을 선택한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탭진은 잡지를 무료로 공급하는데요, 가격을 무료로 하는 대신 브랜드 광고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는 영업팀이 없습니다. 자생하는 플랫폼이란 직접 영업을 하지 않아도 문의가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온라인 미디어렙사와 시스템을 구축했고, 렙사를 통해 문의가 들어오는 만큼 별도의 영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광고 제공은 사용자 중심으로 할 것을 전제로 삼는다. 잡지를 보는 사용자가 즐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탭진에서는 광고도 하나의 볼거리처럼 세련되고 재미있게 구현하는 것. 손 대표는 "예를 들면 양주 광고를 하나의 패션 화보처럼 보여주어, 사용자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탭진은 3가지 큰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3년 전과 변화가 없는 것도 있다. 무엇일까?

"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1주년 당시에도 개발, 콘텐츠, 마케팅팀이라는 조직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조직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목마름과 열정도 여전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계속 갈망하라, 우직한 꿈을 버리지 마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처럼, 현재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갈망하는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탭진
탭진

탭진 서비스의 본질은? "콘텐츠와 사용자"

이처럼 탭진은 지난 4년 동안 커다란 변화, 그리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왔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략과 계획, 사용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손 대표는 "디지털 매체이지만 아날로그와 함께 공존하며, 아날로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디지털 시대가 되며 종이가 몰락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잡지가 아날로그 없이 디지털 단독으로만 발전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TV나 라디오 등 다른 미디어는 사장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들 매체는 여전히 살아 있지요.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PC는 그 수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미디어)이 다양화, 다변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 동향이나 기술 발전에 따라 어떤 채널에 무게를 줄 것인가 하는 비중은 다르지만, 트렌드는 또 바뀔 수 있습니다. 만약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다면 아날로그와 프린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어 손 대표는 "탭진의 핵심 가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그릇 자체가 아닌, 콘텐츠라는 내용물"이라고 설명했다.

"탭진과 같은 미디어의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며 대세가 되는 미디어는 변할 수 있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사용자를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에는 끊임없이 집중할 것입니다"

탭진
탭진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서비스의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주년 인터뷰 당시에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변화일까.

"올해 하반기에 탭진의 비즈니스 모델, 매출 창출 기반이 좀 더 다변화될 예정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하반기에 프로토 타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좀 더 지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많은 기대 바랍니다"

이어 손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넥스트페이퍼 엠앤씨는 사용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자들과 직접 연락하며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저희가 1주년 당시 개방성, 단순성, 접근성 등을 중요한 가치로 언급했었는데요, 이러한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저희가 4년 동안 탭진을 운영하면서 열성 팬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사용자 분들에게 이메일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것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한 일 같아요. 해외에서 타지 생활을 하는 독자들이 탭진에서 한국 잡지를 읽고 '타지 생활의 단비'라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사용자 분들과 함께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실제로 독자들에게 APK 파일을 보내주면서 테스트를 요청한 적도 있었고요, 사용자 분들이 보내주신 스크린샷을 보면서 디바이스, 네트워크 환경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에게는 안드로이드 기기를 1주일 동안 빌린 적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사용자 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탭진
탭진

성공하는 벤처의 힘, "기본에 충실하라"

탭진 4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넥스트페이퍼 엠앤씨가 걸어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백 개의 회사가 탄생해서 몇 년이 지나기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자리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넥스트페이퍼 엠앤씨 역시 4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달려왔다.

"사업을 하다 보니, 벤처가 1년 안에 생존할 확률이 약 50%이며 3년 내 생존할 확률은 그보다 더 줄어들고, 5년 내 생존할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죽음의 터널'을 무사히 지나가는 벤처는 생존하고 변화할 것입니다. 사실, 저희도 그런 죽음의 터널을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아직도 다 벗어났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흔히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라, 좋은 회사를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는데요, 뻔한 것 같아도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을 하면서 돈 벌 생각을 하면 창업이 쉽지가 않습니다. 저와 공동 창업을 한 곽동수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했어요. '우리가 성공을 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뚫는 일이다. 돈을 버는 것을 포기할 만큼 올인하지 않는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저희가 용역을 하지 않았어요.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금난 때문에 용역을 많이 하는데요, 문제는 용역을 하다 보면 서비스에 신경을 쓰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월급은 꼭 챙겨줘야 하니까, 결국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까지 도와주신 분들께 참 감사합니다.

아직도 어려운 점은 있지만, 탭진이라는 플랫폼 하나 키우는 데 올인했기 때문에 죽음의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생각해보면, 하나의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하려면 사용자도 늘어야 하고, 광고도 활성화 되어야 하고, 여러 채널이 구축되어야 하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자리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이런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시기였고, 가장 힘들게 걸어온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광고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탭진의 사례를 보면, '서비스의 본질만 생각하고 올인하기'는 가장 어렵지만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탭진 초창기에는 탭진과 유사한 디지털 매거진 포털 앱들이 여럿 있었지만, 현재는 탭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라졌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탭진
탭진

한편, 최근 제2의 벤처 붐이 일며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이 많다. 손 대표에게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전에 창업자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이런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걸 어디에 팔면 대박이겠죠? 회사를 어떻게 파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물론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엑싯(Exit, 회사가 성장해서 매각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창업자)이 염불(서비스)에 관심 없고 잿밥(매각)에 관심 있으면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회사,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입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면 기회를 잃게 됩니다.

또한,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런 상품을 잘 팔려면 생산자적 마인드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만든다고 해서 누구나 그것을 알아주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기를 끌던 시절은 지났고, 유통과 마케팅을 고려해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 됐습니다. 따라서 자사의 상품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매력 있고 유용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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