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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저 용품의 세대교체, 외발 전기 스쿠터 나인봇 원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사실 이 제품 리뷰 의뢰를 받아봤을 때 난감했다. 바로 외발자전거처럼 생긴 디자인에,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 스쿠터 '나인봇 원'이다. 분명 모터로 작동한다고 했으니 조작 장치가 있을 터인데, 제품을 꺼내보니 발판이 달린 바퀴 하나와 충전기가 전부다.

나인봇 원 E+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인지 알 수 없어 동영상을 검색해봤다. 생각보다 흥미로운 제품이었다. 조작 방식은 자이로스코프. 3차원 공간에서 이동 방향이나 수평 여부를 파악하는 센서다. 발판을 딛고 나인봇 원에 올라서고 발을 앞으로 기울이면 전진, 뒤로 기울이면 후진한다. 회전하고 싶으면 한 쪽 발에만 힘을 주면 된다.

그러고 보니 지난 설 연휴, 터미널에서 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본 기억이 났다. 그 때는 외발자전거 바퀴에 LED를 설치해 타고 다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이 물건이었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Z8jbNhLeByw>

이 물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니 흥미가 생겼다. 사실 필자는 '탈 것'을 조금 험하게 타는 편이다. 2013년에는 팔꿈치가, 2014년에는 앞니가 부리진 적도 있다. 이런 전력(前歷) 때문에 편집부에서는 리뷰를 만류했지만, 이미 '끓어오르는 피'를 식힐 수는 없었다.

첫 탑승

처음 발판을 딛고 올라서는 순간 생각했다. '아... 괜히 한다고 했다...'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앞뒤로 움직이기는커녕 두 발을 발판에 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탑승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에서는 시연자가 도우미의 손을 잡아 발판 위에 가볍게 올라타고, 전진과 후진의 감각을 익히는 모습이 나온다. 필자도 똑같이 따라 했다. 하지만 앞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서도 균형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균형을 잡으려고 발에 힘을 주면 자이로스코프 때문에 나인봇 원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더 어려웠다.

자유롭게 타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타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은 균형을 잡아야겠다. 처음 두발자전거를 배울 때  약간 높은 턱에 발을 올리고 연습한 것처럼, 벽에 붙어서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균형을 잡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약 10분 정도 연습하니 벽을 짚은 상태에서 두 발로 일어서는 정도는 거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앞에서 누군가 잡아주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벽을 집고 일어서면 조금 더 수월하다

균형을 잡고 일어서니 이제 조금씩 움직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한 손은 계속 벽을 짚고, 발을 조금씩 기울여가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각도를 익혔다. 몇 번 앞뒤로 오가는 것을 반복해보니 이제 손을 놓고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긴 복도나 차가 적은 지하주차장 등에서 벽을 짚고 연습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인 듯하다.

서는 것이 익숙해졌으니 이제 손을 놓고 움직여볼 차례다. 벽에 짚은 손을 떼고,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니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손을 놓고 움직이니 다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넘어지고 나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

자전거를 탈 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페달을 밟아야 한다. 즉 어느 정도 속도를 내야 균형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나인봇 원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느리게 움직이면 오히려 균형을 잡기 어렵고, 속도를 내서 움직이기 시작해야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꾸준한 연습만이 방법이다

하루 30분 정도를 투자해서 일주일 정도 연습하니 손을 놓고도 50m 정도는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실내에서 연습했기 때문에, 속도를 많이 낼 수 없어 비틀거리긴 했지만 일주일 정도만 더 연습하면 밖에서도 자유롭게 탈 수 있을 듯하다.

생각보다 튼튼하다

사실 연습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부분은 넘어졌을 때 제품이 파손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튼튼했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도, 두 세 바퀴씩 굴러도 망가지지 않았다. 제조사에 따르면 제품 뼈대와 발판은 내구성이 높은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했다. 특히 발판 부분은 120kg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제작했다. 넘어지더라도 흠집 정도만 생긴다.

다만 LED 조명을 보호하는 덮게 부분이 충격 때문에 빠지기는 한다. 이것만 다시 끼워 넣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충격으로 덮개가 빠진 모습
<LED 조명 덮개가 빠진 모습. 가볍게 두드리기만 하면 다시 끼워진다. 참고로 나인봇 원은 분해조립이 쉬운 편이다. 때문에 각종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도 있다>

IP65 등급의 방진방수 기능도 갖췄다. 때문에 소나기가 쏟아지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외부가 더러워졌을 때 샤워기로 가볍게 헹굴 수도 있다. 다만 빗길이나 눈길에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특별한 계기판이나 표시장치가 없는 나인봇 원은 바퀴 양옆에 있는 LED 조명을 통해 각종 정보를 보여준다. 우선 배터리 잔량이다. 정지한 상태에서 옆에 있는 조명은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표시해준다. 또 다른 기능은 경고 표시다.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거나 문제가 생기면 빨간색 조명이 켜진다.

측면 LED 조명 다양한 표시 기능을 갖췄다

물론 제품을 '블링블링'하게 만드는 데도 쓸 수 있다. 전원 버튼을 1.5초 정도 누르면 LED 조명의 색상이나 점멸 패턴이 바뀐다. 이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다시 1.5초 정도 누르거나 우측면을 두 번 두드리면 다른 패턴으로 계속해서 바뀐다.

스마트폰 앱을 계기판처럼

나인봇 원은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해,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할 수 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인 '나인드로이드'를 사용하면 단순히 제품만으로는 조작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나인봇 원의 전원을 켜고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주변에 있는 나인봇 원을 검색한다. 이후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나인봇 원을 터치하면 연결이 완료된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연결하는 모습

몇 가지 기능을 살펴보자 우선 디스플레이 기능이다. 여기서는 속도, 모터 온도 등 제품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잔량이나 평균 속도, 사용 시간 등의 정보도 모아서 보여준다. 설정 기능도 있다. 이 앱을 통해 자이로 스코프 수평 조정, 주행 방식 조정 등을 직접 조절할 수 있으며, 이밖에 LED 조명의 색상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LED 조명 색상 설정 모습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잠금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나인봇 원을 앞으로 기울여도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움직이려고 하면 제품 자체에서 경고음과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도난을 막을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경고가 발생하면 스마트폰 앱에서도 진동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더 유용하다.


<잠금 기능을 활성화하고 나인봇 원을 움직이려고 하면 동영상과 같은 경고음과 함께 제품에서 진동이 발생한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MiRY5r0puN8>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처음 연결한 이후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나인봇 원과 연결해 제품을 잠가 버릴 수도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반드시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주의사항

나인봇 원을 탈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우선 전원을 켠 상태에서는 손에 들지 않는 것이 좋다. 자이로 스코프 때문에 조금이라도 앞으로 기울어지면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공중에서 바퀴가 움직이면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빠른 속도로 바퀴가 돈다. 이 때문에 몇 초 뒤 속도가 빠르다는 경고음과 함께 제품이 일시적으로 멈춘다. 만약 손에 들었다가 빠르게 움직이는 바퀴 때문에 놀라서 바닥에 다시 놓는다면 앞으로 튀어 나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같은 이유에서 내리막길에서 사용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복장에 관한 주의점이다. 만약 익숙하지 않다면 두꺼운 양말과 신발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목을 다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슬리퍼를 신고 타다가 넘어질 때 발판이 발꿈치를 찍어서, 발꿈치가 까지기도 했다.

봄철 레저용으로 추천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겨울 동안 묵혀뒀던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등을 꺼내서 공원으로 나갈 시기다. 나인봇 원은 색다르고 흥미 있는 탈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 제품이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쾌적한 속도감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충전도 간편하다. 가정용 220V 전기로 약 2시간이면 완충된다. 한 번 충전하면 두어 시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충전하는 모습

하지만 출퇴근용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복잡한 출퇴근길에서 바글거리는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며, 계단이나 내리막길 등이 있으면 내려서 손에 들고 움직여야 할 테니… 제품 가격은 2015년 모델인 나인봇 원 E+ 기준으로 109만 원이며, 앱토커머스(http://c.appstory.co.kr/itmove313)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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