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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자들아, 구두 벗고 러닝화를 신어라 - 푸마 이그나이트 러닝화

이문규

[IT동아 이문규 기자]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그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겹살'이 나타났다. 허리띠를 잡아 삼킬 듯 고개를 내민 뱃살이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운동부족으로 인한 것임을 잘 안다.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 돼서' 혹은 '운동 안 해도 건강하니까', '나중에 하지, 뭐'로 일관하며 애써 밀어냈던 지난 날에 대한 대가다. 봄도 왔으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움츠렸던 몸 좀 풀어야겠다. 시간을 내서, 여건을 만들어서, 아직은 건강하더라도(아니 건강해 보이더라도)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뭐가 좋을까?

별다른 능력(?)이 없는 우리 같은 평민에게 가장 보편적인 운동이 '뜀박질'이나 '걸음질'이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전신 근육에 자극을 주며 특히 심장과 폐 활동에 유용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누구라도 언제든 어디서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준비물도 딱히 필요 없다. 뛸 수 있는 시간의 여유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뜀박질'이라 쓰니 우리말이라 좋긴 한데, 왠지 확 와 닿지 않는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러닝-running'으로 통일해 적겠다.)    

운동화라... 등산에는 등산화가 필수다(발과 발목의 안전을 위해서다). 러닝에도 운동화가 필요하지만, 무릎과 발목, 관절에 걸리는 체중 부담을 덜어주는 러닝화가 아무래도 장시간, 장거리 러닝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일반 운동화와 러닝화(혹은 조깅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 러닝화가 좋긴 좋은 건가? 그리고, 러닝화, 조깅화, 워킹화.. 뭐가 이리 많나? 러닝화로 다른 운동은 하기 어려운가? 큰 마음 먹고 운동 한번 하려는데 궁금한 게 쏟아진다.

그리고 여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즐겨 신는다는 '푸마 이그나이트'가 놓여있다.

푸마 이그나이트

우주의 혜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푸마 이그나이트(Ignite)는 무게 약 560g(남성용 한 켤레, 265mm, 여성용은 약 470g, 230mm)에 불과한 푸마의 '신상' 러닝화다. 신어 보면 일반 운동화와는 확연히 다른 가벼운 무게를 체감할 수 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신었던 실내화가 떠오르는 무게다. 리뷰에 사용된 이그나이트는 검은색 밑창(아웃솔)에 주황색 중간창(중창, 미드솔), 보라색 겉감을 적용했다.

이그나이트 중창, 밑창

이그나이트 밑창 그립

처음 봤을 때 짙은 원색 디자인에 약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보다 보니, 신어 보니 오히려 일반적인 러닝화보다는 눈에 확 띤다. 요즘 나오는 러닝화는 대개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으려 하고 있다. 뒤꿈치 부분에는 불빛을 반사하는 반사띠를 세로로 덧대어, 야간 길거리를 뛰고 있을 때 차량 운전자가 쉽게 알아보도록 했다.

디자인이 좀 요란하다 해서 반드시 운동할 때만 신어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정장/수트 차림에는 약간 이질감이 있겠지만, 캐주얼 스타일에는 큰 문제 없이 코디가 가능하다. 실제로 본 리뷰어 역시 외근에 이그나이트를 신고 다니고 있다. 봄볕이 완연한 시즌에는 화사한 봄 분위기와도 잘 맞을 듯하다.

청바지와 이그나이트

트레이닝복과 이그나이트

참고로 본 리뷰어는 평소 구두든 운동화든 265mm를 신는데, 이그나이트 265mm 사이즈 역시 정확하고 편안하게 딱 맞는다. 러닝화는 대개 맨발로 신는데(우사인 볼트도 그렇다), 양말을 신어도 겉감 신축성이 좋아 발이 답답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아울러 이그나이트는 끈을 든든하게 묶어도 신고 벗을 때 끈을 풀지 않아도 된다. 이 역시 겉감 탄력이 우수하기 때문이겠다(단 끈구멍 가장 안쪽까지 묶는다면 끈을 풀어야 한다).

우사인 볼트와 이그나이트

<우사인 볼트, 그가 신고 있으니 역시 느낌이 다르다. 사진 제공: 푸마>

이그나이트를 처음 신고 두 발로 섰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폭신폭신한 주방용 (메모리폼)발매트 위에 서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밑창이 딱딱한 운동화만 신었기에 더욱 그리 느껴졌다. 이그나이트는 중창 옆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갈 정도로 탄력이 좋아 쿠션감이 정말 탁월하다. 이러한 쿠션감이 뒤꿈치부터 발가락 앞까지 고르게 퍼져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러닝화가 이와 비슷한 쿠션감을 제공하겠지만, 이그나이트는 '아, 이래서 러닝화를 신는구나'라 감탄할 만큼 인상적인 쿠션감을 발바닥에 전달한다. 무게까지 가벼우니 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저녁식사 후 아파트 주변을 두어 바퀴 봤다. 일반 운동화로 뛰던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뛴다'기 보다는 '튄다'라고 표현할 만큼 발이 가볍고 편하다. 발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아 발바닥 가운데 용천을 거쳐 발가락 끝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밑창과 중창의 쿠셔닝이 살아있다. 폐활량이 낮아 평소에 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그나이트를 신으니 자연스레 뛸 수 밖에 없다. 쿠션감, 착화감, 밀착감 모두 만족스럽다. 푸마에 따르면, 뒤꿈치 부분에 업계 최초로 '포에버폼(Forever Form)'이 적용되어 러닝 시에 체중의 충격을 분산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면 우사인 볼트가 즐겨 신을 만하겠다.

이그나이트 중창, 깔창

이그나이트 겉감과 끈

본 리뷰어는 러닝 외 다른 운동에도 이그나이트를 신었다. 체력 소모가 심한 실내 운동인 탁구다. 소싯적에 스매싱 좀 날린 적 있어 20여 년 만에 다시 라켓을 잡았다. 이그나이트의 쿠션감이 탁구 같은 실내 스포츠에도 적합할까?

무엇보다 이그나이트는 가벼우니 발놀림이 한결 빠르고 경쾌하다. 러닝과는 달리 체중이 완전히 실리는 모션은 없지만, 시종일관 다리와 발을 움직여야 하기에 '이그나이트'표 큐셔닝은 피로를 더는데 도움이 된다(펜홀더 라켓 사용자라 움직임이 훨씬 많다). 밑창 접지력도 좋아서 빠른 스텝에도 미끄럼이 없다. 농구나 배구 등 실내 경기에서  발생하는 신발 마찰음이 연신 발생했다. 러닝화지만 실내 스포츠화로도 전혀 문제 없음을 온 몸으로 확인했다. 탁구뿐 아니라 배드민턴, 스쿼시 등에도 무난하게 신을 만하다. 2시간 이상의 격한 운동에 다리와 허리, 어깨는 몹시 뻐근했지만 발과 발바닥 만은 정말 편안했다. 70kg 체중의 하중을 2시간 내내 받았을 텐데 말이다.  

실내 운동 시 이그나이트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본 리뷰어는 운동 외 외근 시에도 이그나이트를 신고 다니고 있다. 이전까지는 밑창이 딱딱한 부츠형 구두를 즐겨 신었는데, 구두와는 애초에 비교가 안 될 만큼 쿠션감과 착용감에서 차이가 난다. 이래서 직장인들(특히 여성들)이 출퇴근 때 러닝화, 워킹화를 신는가 보다. 전철/지하철로 이동하며, 일부러 목적지 역 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갔다. 이그나이트를 신으니 일상이 바로 운동이 된다.   

우사인 볼트도 신는 푸마 이그나이트는 현재 12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달 전부터 이그나이트로 운동 지향형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삶의 가치는 가격의 몇 곱절 이상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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