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밴드 LTE-A 논란, "과연 사용자는 '최초'를 원하는가"

지난 2014년 12월 29일, SK텔레콤이 "4배 빠른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 개시"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SK텔레콤은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 평가단을 통해 29일부터 세계 최초로 기존 LTE 보다 4배 빠른 '3밴드(band) LTE-A'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라며, "2014년 6월 SK텔레콤이 '10MHz + 20MHz' 주파수를 묶어 최대 다운로드 225MHz를 구현하는 '광대역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6개월 만"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보도자료 말미에는 '무선 데이터 통신의 진화'라는 도표를 첨부해하고, 그간 SK텔레콤이 국내에서 상용화한 통신규격 상용 서비스가 언제나 '세계 최초'임을 강조했다(하단 표 참고).

SK텔레콤 최초 마케팅
SK텔레콤 최초 마케팅

SK텔레콤이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 개시'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자 KT가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전했다. KT는 "SKT, 3밴드 LTE-A 상용 서비스 개시' 보도자료에 대한 KT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일 SK텔레콤이 배포한 보도자료 관련해 고객 혼선의 우려가 있어 입장을 밝힙니다. SK텔레콤의 발표는 아래와 같이 고객 입장과 통신시장의 상용화 정의에 비춰볼 때 문제점이 있어 실질적인 상용 서비스로 간주할 수 없습니다"라며, "SK텔레콤이 고객 체험단에 제공한다고 밝힌 단말기는 제조사의 최종 품질 검수를 통과하지 않은 테스트 단말기로 품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통신 시장에서 '상용화'란 유통망(대리점)에 대말이 상당수 보급돼 고객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서비스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상용서비스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이동통신 3사 로고

LG유플러스는 KT와 달리 애둘러 표현했다.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 '3밴드 CA' 1월 초 상용화"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LG유플러스는 2.6GHz 광대역 LTE와 800MHz 및 2.1GHz LTE 대역을 묶어 최대 300Mbps 속도를 제공하는 3밴드 CA 기술 적용, LG전자 신규 단말을 내년 1월 초에 선보인다"라며, "LG유플러스는 경쟁사가 준비중인 모델을 포함해 내년 초에 LG전자가 선보이는 3밴드 CA 특화 신규 모델을 국내 최초로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먼저 SK텔레콤이 '300Mbps 전송속도의 3밴드 LTE-A 상용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시한다'라고 알렸다. 그러자 KT는 'SKT의 3밴드 LTE-A는 아직 테스트 중이다. 상용 서비스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LG유플러스는 '우리는 3밴드 LTE- A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확보해 1월 초 상용화 할 것'이라고 받았다.

당시 상황은 이정도로 일단락 정리됐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 이어졌다. SK텔레콤이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로 마케팅을 본격화했기 때문. 이에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2015년 1월 11일, 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LG유플러스, '시범 테스트로 상용화? 그건 우리가 먼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상용화 개시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LG유플러스는 "지난 2014년 6월 이미 3밴드 LTE-A 상용망에서 시험용 단말기를 통해 속도 측정 등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완료했다"라며, "실제 고객 판매용이 아닌 체험용 테스트 단말기로 최초 상용화를 주장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논리라면, LG유플러스는 이미 6월 3밴드 LTE-A 서비스를 세계 최로로 상용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3밴드 LTE-A
테스트
LG유플러스 3밴드 LTE-A 테스트

이동통신 업계의 통상적인 '상용화 서비스 개시'에 대해서도 꼬집으며, '제조사 및 이통사의 단말 테스트 완료', '단말기에 대한 공식 출고가 책정', '일반 매장에서 구매 가능 여부' 등을 내세웠다. 이어서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 말미에 "일반 고객들이 3밴드 LTE-A의 속도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등 상용 서비스를 완료했으며,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진정한 의미'의 상용화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겠다"라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참고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3밴드 LTE-A TV광고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서를 지난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한 상태로, "사실이 아닌 광고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 오인으로 인한 기장 왜곡 우려 및 막심한 손해가 예상되는 만큼 법원으로서도 신속히 기일을 지정해 재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KT, "소비자를 기만하는 SK텔레콤의 편법 마케팅에 불과하다"

KT도 LG유플러스와 같은 메시지를 담아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KT는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고객 사전 체험용으로 수령한 '갤럭시 노트4 S-LTE' 단말 100대를 근거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단말은 '고객 판매용 단말'이 아닌 '체험단말'이므로 상용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체험단용이라 적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S-LTE
체험단용이라 적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S-LTE

< 갤럭시 노트4 S-LTE에 '체험단용'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

이어서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했다. KT는 "'고객 판매용 단말'은 '제조사 검수가 완료'되고, '단순 체험용이 아닌 고객 판매를 목적'으로 하며, '정상적인 가격(출고가)으로 제조사에서 사업자에게 판매'되어야 한다"라며, "SK텔레콤이 체험 고객에게 제공한 단말은 제조사 검수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단말을 제공한) 삼성전자측도 해당 단말에 대해 공식 출시 후 전량 회수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해당 단말은 공식적으로 '출고가'가 설정되지 않았다. SKT가 상용화했다고 주장하는 단말은 SKT 대리점 및 콘센터 등 정상적인 유통 채널에서 구매할 수 없으며, 공식 온라인 판매채널인 'T월드 다이렉트'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최초'가 아니다

이통 3사의 '최초'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로운 이동통신규격을 선보일 때마다 서로 '세계 최초', '국내 최초'라고 자신했으며, 실제 서비스를 개시한 시간에 대해서도 1분 1초를 다퉜다. 불과 3년 전인 2011년 6월 30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동시에 7월 1일부터 LTE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서로 '최초'라고 알렸다. 이어서 LTE-A 상용화 서비스 시점을 두고 '최초'라고, 광대역 LTE-A 상용화 시점을 두고 '최초'라고 경쟁했다. 심지어 서로 '국내 최초'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글쎄. 이제 기자는 '최초'라는 단어가 새롭지 않다. 되려 안쓰럽다. 대체 왜 그렇게 '최초'에 매달리는지.

SK텔레콤 3밴드 LTE-A 세계 최초
광고
SK텔레콤 3밴드 LTE-A 세계 최초 광고

물론, 이통사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경쟁사보다 먼저 개발/출시/상용화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누구보다 먼저, 앞서서, '최초'로 새로운 기술을 서비스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지금까지 내세운 '최초' 마케팅에 진정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는 얼마나 담아 냈는지 의문이다. 가계통신비는 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늘었으며, 단말기 구매 비용도 덩달아 뛰었다. 분명 과거와 비교해 통화 품질은 향상됐고, 데이터 전송속도는 늘었지만, 결코 사용자가 느끼는 상대적 부담은 줄지 않았다(오히려 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사용자가 '최고'라고 인정한 서비스가 과연 있었는지 묻고 싶다.

사용자는 3밴드 LTE-A 서비스를 언제 상용화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LTE를 상용화한 전세계 168개국 584개 사업자 중 상용망을 통해 3밴드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시한 사업자가 SK텔레콤인지, KT인지, LG유플러스인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기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바란다. 정작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라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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