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TV에서 나오는 소리 맞나요?" -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이문규 munch@itdonga.com

우리나라 대표 뮤지션이 들어 본 LG전자 울트라HD TV '84UB9800'의 사운드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전국민이 열창했던 노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오, 필승코리아'였다. 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에게 더 인기를 끌었던 노래는 바로, 남성 듀오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보컬, 기타, 전태관/드럼)'의 '브라보, 마이라이프(Bravo, My Life)'였다.

2002년 7월 정규앨범 7집을 통해 발표된 이 노래는, 40대 이상 장년층의 애환과 심정을 그대로 녹여낸 가사와 리듬, 여기에 김종진 씨의 담백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가미되어 그 해 '대박곡' 반열에 오른다. 이후로도 이 노래는 윤수일 씨의 '아파트'와 더불어 30~50대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노래방 애창곡이 되어 지금 어딘가 에서도 불리고 있을 것이다. 2002년은 어찌 보면, 당시 월드컵 국가대표축구선수보다 김종진, 전태관 두 멤버에게 더 짜릿한 한 해였던 셈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씨와 인터뷰는 본 인터뷰어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질풍노도의 학창시절을 보내며 그의 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25년 동안 줄곧 듀오로 활동하면서도 듣는 이를 배려하는 풍부하고 알찬 사운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리뷰한 '사운드 TV' LG전자 울트라HD TV(모델명: 84UB9800)의 사운드에 관한 고견을 듣기에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했다.

김종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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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서울 LG베스트샵 강남본점에서 만났다. 'TV와 사운드의 융합'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들으려면 아무래도 그가 직접 보고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1962년 생, 올해로 53세인 그는 지천명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예술인(?)다운 패션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예/문화 분야가 아닌 IT산업 분야 매체와의 인터뷰는 흔치 않을 텐데, 일단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최근 들어 IT/전자 매체와 인터뷰할 기회가 종종 있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음질에 치중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사운드, 음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내게는 굉장히 반가운 정보다.

작년이 봄여름가을겨울 활동 25주년이 되는 해라 신곡 몇 곡을 묶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영국의 유명 락그룹인 '롤링스톤즈'는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GRRR!(그르르르, 2012년)'라는 앨범을 냈는데, 그들을 오마주(존경, 경의를 표함)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우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라는 의미에서 'GRRRNG!(그르르릉)'이라 이름 지었다.

이번 앨범에는 이전 발표 음원을 모두 고음질로 다시 작업해(리마스터링) 수록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이런 고음질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그에 맞춰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생각한다.

앨범 작업 외 2004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와인콘서트'를 개최하며 라이브 앨범을 내고 있다. 대부분 거의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는 매년 이렇게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웃음). (봄여름가을겨울은 현재까지 정규 앨범 8집, 라이브 앨범 11집을 발표했다.)

예전 곡을 고음질로 다시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평소 사운드 품질과 관련해 어떤 생각과 철칙을 가지고 있는가?

1950년 대 미국에 '캐피털 레코드' 사가 발매한 음반을 들어보면, 지금의 사운드 기술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의 음질에 감탄하게 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딱 한번 들으면 이처럼 감탄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곡을 만들면서 그러한 목표에 최대한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처음으로 작곡, 작사한 노래인 '쓸쓸한 오후'라는 곡이 아마도 그러한 나의 '소리적 철칙'이 잘 반영된 양질의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내 자랑 같긴 하지만, 사운드 정말 좋으니 한번 들어보고 평가해 달라(웃음). 참고로 이 곡은 고 김현식 씨가 불렀는데, 그가 사망한 후 봄여름가을겨울 2집(1989년)에 수록했다.

김종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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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려면 아무래도 만족할 음향기기나 영상기기를 사용해야 할 텐데, 이들 기기를 구매하는 나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무조건 직접 보고 듣고 결정한다. 모든 소비자는 화질이 선명하거나 음질이 또렷한 기기를 원한다. 나는 여기에 '따뜻함'이나 '온화함'을 더 찾으려 한다. 마치 가을저녁의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런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좋은 영상기기, 음향기기라 생각한다. 물론 이런 기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평소에 오디오 전문매체, 오디오 전문가들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요즘에는 특히 가전기기 제조사가 사운드에 관심을 갖고 음질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기가 하만/카돈 기반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한 LG전자 'UB9800 시리즈' TV다. 그 동안의 TV가 '보이는 것'에 치중했다면, UB9800 시리즈 TV는 그와 더불어 '들리는 것', 즉 사운드 품질에도 중점을 뒀다. 본 인터뷰어가 사용해 본 바로는 TV로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음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직접 들어보니 일반TV와 어떤 차이가 있던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UB9800의 사운드에는 '따뜻함'이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울트라HD의 화질에 먼저 눈길이 갔는데, 차분히 사용하며 사운드를 들어 보니 조목조목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다. 더구나 세계 유수의 사운드 브랜드인 '하만/카돈'에서 스피커 등을 튜닝했다 하니 믿음이 갔고, 또 그만한 사운드를 들려 주는 듯했다. 여담인데, 제조사가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해서 제품을 만들 때 제조사의 고집으로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 탄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소리를 듣자마자 '하만/카돈' 특유의 사운드를 느꼈다.

특히 스피커 부위는 마치 사운드바를 좌/우측에 세운 듯한 모양이며 금속 소재지만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이를 테면 부드럽고 따스한 섬유 같은 느낌이었다. 눈으로 보는 스피커는 강함이 있지만, 귀로 듣는 스피커는 편안함이 있는 듯하다. 스피커 유닛(unit, 스피커 내부구성. 스피커 음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은 크기는 작아도 퀄리티는 제법 훌륭한 듯싶다.

김종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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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TV 메뉴 내 사운드 설정 항목을 보니, 'EQ(이퀄라이저, 세부설정)' 모드가 있던데, 음향기기가 아닌 TV에 사운드 이퀄라이저 기능이 들어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구나 5단계로 구분해서 나와 같은 사운드 관련업 종사자에게도 어느 정도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HDMI ARC' 기능 지원도 이점으로 꼽을 만하다. 이는 TV와 리시버 등의 AV기기를 HDMI 케이블로 연결해 사운드를 전송하는 기능인데, 내게는(혹은 뮤지션들에게는) 여러 모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 기능이 지원되지 않으면 두 기기를 광케이블 등으로 따로 연결해야 한다. HDMI ARC를 지원하는 TV가 많지 않아 보자마자 정말 반가웠다.

김종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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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가 사선 방향으로 설치된 디자인(오케스트라 폴)이 적용됐다. 스피커를 숨기지 않고 전면으로 향하게 하여 음향을 강화했다 하는데, 일반 TV와 사운드에 있어 차이가 느껴지는지?

양쪽 스피커의 전방 각도를 좌우로 45도 정도 돌려 배치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만일 스피커가 전면으로 배치되어 음량이 큰 사운드가 정면 출력되면 듣는 이의 귀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라운드 효과를 주어 듣는 사람이 입체감 있고 풍부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음질을 모두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또 특히 저음을 집중적으로 듣는 편이다. 음질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말하자면 저음의 질감이라든가 깊이, 균형, 형태 등을 면밀히 듣는다. 두께를 얇게 한 1자형의 스피커임에도 '벙벙'대지 않아서 좋았다. (아, 이게 역시 말로 표현하려니 어렵다) 동일한 형태의 다른 스피커였다면, 소리의 직진성 때문에 소리가 바닥이나 벽에 튕겨 들릴 때 '벙벙'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를 웅장하고 풍부한 소리로 인식하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계속 듣다 보면 금방 지치고 맥이 빠지게 된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 제품은 일반 풀HD(1920×1080) 보다 네 배 이상 화질이 선명한 '4K해상도의 울트라HD TV(3840×2160)'다. 실물에 가까운 생생한 화질을 제공 하는 게 특징인데, 화질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화질 면에서도 지금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TV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화질이라니. 다른 가수들의 공연 영상을 볼 때에도 정말 유용한 것 같다. 아까 일반 화질의 영상을 재생해 봤는데, 왠지 다른 TV보다 화질이 보정되는 듯했다.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업스케일링 기능' 때문이라 한다. 아주 좋은 기능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울트라HD급의 고화질 TV를 들여 놓고 싶은데, 아내(배우 이승신)는 아무래도 여배우다 보니 자신의 모습, 특히 얼굴이 고화질로 클로즈업 되는 걸 원치 않는다(웃음). 게다가 5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으로 보인다면 그 민망함은 더욱 더할 테니까.

김종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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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카돈'이라는 오디오 브랜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 있나?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승용차의 카오디오를 포함, 전문 오디오 분야에서 워낙 정평이 있기에, 오디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사운드 하나만큼은 인정하는 브랜드다. 그 동안 오디오 전문가들이나 접하던 하만/카돈 같은 프로 사운드 기술과 음질이 이제 일반 TV에도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 이 제품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LG전자가 TV뿐 아니라 블루투드 헤드셋에도 하만/카돈 기반 사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하던데, 인터뷰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한번 들어볼 계획이다.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처럼 음질이 강화된 가전기기가 대중화된다면, 앨범 제작에 더욱 신경 써야 할 테니 부담이 되지 않을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얼른 그리 되길 고대한다. 뮤지션이라면 누구든지 혼신을 들여 제작한 사운드를 팬들이 제대로 만끽하길 바랄 것이다.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TV, 오디오 등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기기가 이전보다 우수한 음질을 출력할 수 있다면 뮤지션으로서 사실 그보다 좋은 일이 없다. 그렇게 되면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음악쟁이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깨닫게 될 테니까. 뮤지션이라면 또한 늘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좀더 세밀하고, 좀더 독특하고, 좀더 풍부한 사운드를 녹음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도전해야 하는데, 도전의 결과를 대중들이 알아 준다면 얼마나 힘이 나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제품을 보고 들어 보니 제조사가 고맙기까지 생각된다. 이 제품이 음질 좋은 전자제품 대중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김종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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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인부터 당장 한 대 들여놓는 건 어떤가?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긴 하다. 아내가 기존 TV의 음질에 대한 불만족을 토로하곤 하여 자그마한 홈씨어터 시스템을 구축해 줬는데, 제어할 기기가 여러 개다 보니 우선 리모컨부터 헛갈리고 각 기기 조작하기도 번거로워 한다. 이에 비해 UB9800 시리즈 TV는 하만/카돈 기반의 사운드시스템이 일체형으로, 그것도 멋들어진 디자인으로 적용돼 있으니 아내가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앞서 말한, 여배우로서 화질에 대한 부담을 먼저 덜어야겠지만.

내 경우 최근 여행 관련 방송을 즐겨 보고 있어, 84인치 대형 화면에 하만/카돈 기반의 사운드로 보고 듣는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음악 작업에도 많이 필요하다. 요즘의 공연은 시각적인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잘 보여지는 것 또한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니 인터뷰어로서 참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음질을 강조한 TV가 등장하는 트렌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후 TV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정말 바라는 바다. TV는 다분히 가정적인 기기라 음질이 강화된 사운드가 출력된다면 영상이 아닌 음악으로 가족간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집안 분위기가 딱 그랬다. 어릴 적 내 아버지는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 늘 전축으로 음악을 틀어 놓으셨는데('벤쳐스'의 '파이프라인(Pipe Line)' 같은 연주음악이었다), 집안을 꽉 채우는 선율 덕에 화기애애한 집안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음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아버지의 음악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좋은 음질의 좋은 음악을 들려 준다는 건 책임이고 의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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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개인적으로, TV와 같은 일반 소비자용 가전제품이 기존보다 좋은 음질을 내장함으로써 온 가족이 함께 편안하게 보고 듣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하만/카돈 기반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UB9800 시리즈 TV는 '성공적인 합작 제품'이라 평가하고, 향후 TV시장 트렌드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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