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T, 기술 대신 사람을 좇다

강일용 zero@itdonga.com

"어느 PC에 오피스가 설치되어 있나요?"

받은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이 있거나, USB 드라이브 속 특정 문서를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데 PC가 없는 경우, 근처 PC 방에 뛰어 들어가 가장 먼저 하던 질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얘기다. 그때만 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하려면 ‘이를 위해 꾸며진 환경’을 찾아 다녀야만 했다. 'IT 기술이 활용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가진 환경을 사람이 쫒아 다니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잠시 생각해보자. 본인이 사용하는 디바이스, 그 디바이스가 한대가 아닌 여러 대라도, 본인이 원하는 IT 환경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본인 주변 상황에 맞춰 IT 기술을 꾸미고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이제 오피스를 설치한 PC를 찾아다니는 대신 오피스라는 응용 프로그램(혹은 앱)을 디바이스에 직접 설치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본인의 데스크톱PC에 접속하면 된다. 바로 "여러분의 디바이스를 직접 업무에 활용 하세요"라는 의미를 가진 BYOD(Bring Your Own Device)다. 디바이스 숫자의 폭발적 증가함에 따라 개인용 디바이스와 업무용 디바이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개인과 업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IT 소비자화(Consumerization)'를 넘어설 수 있다. BYOD가 "여러분이 원하는 IT 환경을 그대로 가지고 다니세요"라는 의미의 BYOIT(Bring Your Own IT)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IT 시나리오의 트렌드 변화는 IT 기술의 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줬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사용자가 활용하는 시나리오에서 공통된 특징이 발견되고 있다. '개별 요소 기술에 대한 이동성(Mobility)을 제공하는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나 본인의 데스크톱PC를 활용하고 싶은 경우 원격 제어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된다.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접속 프로그램만 있으면 데스크톱PC를 제어할 수 있고, 디바이스를 입출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비즈니스 원격 데스크톱 제공 기술을 우리는 'VDI –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라고 부른다)

또, USB 저장 장치의 용량이 증가하고 처리 속도가 향상됨에 따라 조그마한 USB 드라이브에 운영 체제와 필요한 앱을 미리 설치한 후, 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시 외부에서 기계만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 (생각해보면 요새 컴퓨터가 없는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더 어렵기에)

IT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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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 화면 크기나 본인의 취향에 따라 '본인이 사용하는 앱(응용 프로그램)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면' 데스크톱PC 환경이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또 다른 IT 활용 시나리오를 유추할 수 있다. 먼 미래의 얘기 같지만, 우리는 이미 이러한 환경에서 디바이스를 활용하고 있다. 특정 유형의 앱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는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 내 앱 장터에 접속해, 필요한 앱을 찾아서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앱 설치는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처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된다. 이를 통해 앱은 디바이스 운영 체제 위에서 설치 혹은 구동된다. 이렇게 앱을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하게 되면 하나의 디바이스가 아니라 본인의 정보(ID, Identity라고 부른다)와 연계되어, 본인 소유로 등록된 디바이스에 모두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 또,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제공받을 수도 있다.

PC만 이용하던 시대에는 특정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한 경우, 기존 응용 프로그램과 충돌해 기존 응용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는 문제가 가끔 발생했지만, 현재의 앱은 서로 격리된 형태(샌드박스, Sandbox)로 설계되어 있어, 이러한 충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IT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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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이동성'은 앞선 두 기술보다 더욱 우리 실생활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는 단순히 데이터 동기화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IT 환경(즐겨찾기, 디바이스 바탕 화면, 보안 정보 등)까지 동기화해 사용하고 있는 디바이스에 반영시켜 준다. 디바이스가 본인의 소유가 아니어도 안심이다. 빌린 디바이스라도 데이터를 동기화하고, 반납 시 데이터를 깔끔하게 삭제할 수 있게 옵션을 제공한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꾸며진 IT 환경을 찾아야 헤매야 하는 형태'를 우리는 기술 중심, 혹은 컴퓨터 중심의 IT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사용 환경에 대한 기술'과 함께 다닐 수 있게 됐고, 모든 것이 디바이스가 아닌 사람을 중심(People Centric)으로 움직이고 있다. 본인이 몇 개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던 관계없다. IT 기술은 그 사람이 사용하던 환경을 적시적소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BYOIT라는 단어가 뜻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사람 중심의 IT를 위해 사용자가 이용하는 디바이스와 디바이스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며, 이는 유연한 형태여야 한다. 사용자가 1개 이상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특별한 광경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 되었다. 디바이스는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바이스 영역을 넘어 다양한 IT 기술을 보이지 않게 제공하는 손, 바로 클라우드(Cloud)가 같이 발전하고 있다.

요새 가장 화두가 되는 IT 뉴스가 '디바이스 회사(HW 제조사)'의 '서비스 회사(SW 제조사)' 인수, 또는 서비스 회사의 디바이스 회사 인수 소식이다. 디바이스만을 가진 회사의 경우 우수한 서비스 회사와 힘을 합쳐 자사 디바이스 구매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반대의 경우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한 디바이스 회사와 연계해 해당 디바이스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왜 이럴까?"라는 의문을 가져보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IT 기술이 이제 실제 사용자를 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한다고 해서 사용자가 당장 체감할 수 없었던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발전된 기술을 사용자가 즉시 체감할 수 있다.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결합'되는 트렌드는 단순히 몇몇 기술 회사의 비즈니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술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던 시소를 사람 중심으로 기울여, 누구나 손쉽게 IT 기술의 진가를 느끼고, 보다 나은 생활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1부: '컴퓨터'는 잊어라, 이제 '디바이스'를 논하는 시대 - http://it.donga.com/13022/

2부: MS의 고민… 윈도8은 왜 변화해야만 했는가? - http://it.donga.com/13286/

3부: 오피스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 - http://it.donga.com/13535/

4부: '소통'은 '업무'마저 바꾼다 - http://it.donga.com/13741/

5부: 악성코드와 보안, 끝나지 않는 전쟁 - http://it.donga.com/14013/

6부: 기업 보안, '분실 대처'와 '유입 통제'에서 시작된다 - http://it.donga.com/14367/

글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백승주(koalra@hotmail.com)
편집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칼럼니스트 백승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전도사(Evangelist) 및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신 IT 동향을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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