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S의 고민… 윈도8은 왜 변화해야만 했는가?

강일용 zero@itdonga.com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단순히 쇳덩어리인 컴퓨터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좀더 가치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는 운영체제(OS)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의 공이 컸다.

만약 운영 체제가 없었다고 가정해보자.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전문가들에게만 국한돼, 결국 '그들만을 위한 기계'로 자리잡았을 터. 이렇게 우리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운영 체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의 윈도(Windows)다.

<편집자 주> MS는 자사의 운영체제 Windows를 '윈도우'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맞춤법 표준에 따르면 외래어 'ou(오우)' 발음은 '우'가 탈락하고 '오' 발음만 남겨야 합니다. 이에 IT동아는 윈도우를 윈도로 표기하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1985년 11월 20일, 윈도 1.0이 시장에 처음 등장한 날이다. 이후 약 30년 동안 윈도는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걸음을 해왔다. 윈도 3.1부터 국내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윈도는 윈도95와 98 에 이르러 컴퓨터를 보급하는데 1등 공신이 됐다.

윈도ME, 윈도2000, 윈도XP, 윈도 비스타, 윈도7 그리고 작년 가을에 등장한 윈도8까지… MS는 사용자, 시장의 요구 사항과 IT 기술을 어떻게 연결할지 많이 고민했다고 생각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IT 기술이 등장해 우리의 생활에 일부분이 되고 있는 시대다. IT 기술은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자동차, TV, 엔터테인먼트 콘솔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때문에 컴퓨터에만 국한된 운영 체제에 대한 기존의 시각도 재정립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윈도8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입력, 디바이스와 사용자간의 '대화'

먼저 사용자와 운영 체제 사이의 대화를 담당하는 '입력'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가장 대중적인 컴퓨터의 입력 방식은 키보드와 마우스다. 하지만 컴퓨터에 국한하지 않고 디바이스란 단어를 떠올리며 생각을 넓혀보면, 2가지 입력 방식이 더 등장한다. 바로 감성적인 입력 장치인 '터치 스크린'과 '전자펜'이다.

터치 기술은 이제 컴퓨팅 환경에 필수적인 기술이 됐고, 운영 체제 자체적으로 터치 기술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터치 스크린이 컴퓨터 영역에선 시기 상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터치스크린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터치 입력 방식이 보급되고 있다. 터치 기술은 딱딱한 기계와 사람을 감성적으로 연결해주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은 '좀더 쉬운 컴퓨터 사용'이라는 운영 체제의 기본 목적과 부합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금전 입출입을 처리하는 ATM 기기, 길을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기기, 쇼핑몰이나 놀이동산내 안내 시스템까지 터치 스크린으로 입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디바이스를 사용시 주위에 키보드나 마우스가 보이지 않으면 일단 화면을 손으로 누르는 습관이 생겨날 정도다.

터치 스크린과 더불어 손으로 직접 글을 적고 수정할 수 있는 전자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 전자펜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점차 대중적인 입력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MS 역시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윈도8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변화가 그 증거다. '윈도8 스타일 UI'라고 부르는 새로운 모습의 시작 화면은 타일(Tile) 형태의 새로운 시작 화면이다. 누구나 쉽게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찾을 수 있고, 이를 배치하고 활용할 수 있다. 라이브 타일(Live Tile) 기술을 통해 일정, 메일,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번거롭게 앱을 직접 실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바로 일정, 메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유시하다.

단순히 키보드, 마우스, 터치 스크린, 전자펜만이 윈도8 입력 방식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입력 장치를 사용하는지 감지해 상황에 맞춰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상황 인지(Context-Aware) 기술도 더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렀을 때와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했을 때 버튼의 크기가 달리 표현되는 것이 그 예다. 좀더 정확한 입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다.

홀로 사용하는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부터 여러 명이 사용하는 대형 TV까지 윈도8은 상황에 맞춰최적화된 입력 기술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센서(중력 센서, 위치 센서(GPS), 조도 센서 등)를 인식한다. 때문에 윈도8은 컴퓨터에 국한된 기존 활용 범위를 넘어 다양한 디바이스 및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윈도8과 하나 되다

터치 및 센서 기술과 더불어 클라우드(Cloud)도 윈도8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이다. 클라우드란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 글에선 사용자 입장(Consumer)에서의 클라우드만으로 의미를 좁히려고 한다.

한 기관의 조사 결과, 사용자는 하루 평균 4개의 디바이스 화면을 본다고 한다. 첫 번째 칼럼에서 언급한 디바이스를 넘나들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집에서 작성한 문서를 사무실에서 이어받아 작업하고 싶은 경우나 태블릿PC에 내려받은 앱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싶은 경우 등 자신의 컴퓨팅 환경을 다른 디바이스를 사용할 때에도 동일한 형태로 이어받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원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디바이스간 사용자의 환경을 조율할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클라우드가 담당한다.

윈도8은 클라우드를 통해 작은 파일 하나부터 사용자 환경까지 일치시킬 수 있다. 미리 설정한 바탕 화면, 인터넷 브라우저의 시작 페이지나 즐겨 찾기, 최근 사용한 문서의 목록, 각종 앱의 설정 등이 클라우드를 통해 상호 연결되고 일치된다. 멀티 스크린(혹은 N 스크린)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형태의 트렌드를 통해 본인이 바라보는 화면(스크린)에서 처리한 사용자의 환경이 연속적으로 그리고 상호 보완적 연결되어 하고자 하는 바를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앱, CD와 DVD를 벗어나다

앱(App)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앱'이란 단어는 '응용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보다 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앱은 원할 경우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형태를 요구한다. 한 컴퓨터에만 설치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 아니란 것. 과거에는 프로그램을 CD, DVD, USB 메모리 등을 이용해 설치했지만, 오늘날은 앱 장터(Store)를 통해 앱을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받고 있다. 윈도8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 기존의 응용 프로그램 설치 방식과 함께 '윈도 스토어'라는 앱 장터를 내장했다. 사용자는 윈도 스토어를 통해 원하는 앱을 찾을 수 있다. 내려받은 앱은 클라우드와 연동돼, 디바이스간 동일한 사용자 환경을 유지한다. 또한 악성 앱이 사용자 환경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자 앱 사전 확인 절차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용자는 문제가 발생하는 컴퓨터를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네트워크(인터넷) 환경에 퍼져있는 악성 코드(바이러스, 스파이웨어)다. 윈도XP 출시 이후 MS는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의 제공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보안(Security)을 가장 중요시했다는 의미다. 악성 코드가 사용자의 컴퓨터를 좀먹지 않도록 '사용자 계정 컨트롤(UAC)' 기능을 채택했고, 인터넷 브라우저가 컴퓨터를 쉽게 제어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 윈도 보안은 컴퓨터를 켜고 윈도를 부팅한 이후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악성 코드는 점차 진화해 윈도가 부팅되기 전을 노리고 있다. 이에 MS는 윈도8에 하드웨어 표준 기술(UEFI)을 채택했다. 윈도 부팅 후가 아닌 부팅을 개시하자마자 보안 기술이 작동되도록 설정해 보다 안전한 사용자 환경이 될 수 있게 노력했다는 의미다.

일과 취미생활을 동시에

윈도는 개인 생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부분이 윈도와 다른 운영체제의 차별점이다. 기업의 요구 사항과 사용자의 요구 사항 모두 적절하게 구현하는 것이 윈도의 방향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네트워크 기술, 클라우드 등을 활용해 개인과 회사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같은 디바이스와 운영 체제를 사용하면서도 각각의 영역을 나누고 싶어한다. 또한 사용자가 개인 디바이스를 조직 내에서 활용함에 따라 보안과 규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용자가 보다 나은 업무 효율성 및 생산성을 위해 기기를 활용했다고 답하면 기업 입장에선 딱히 할말이 없다.

많은 디바이스 및 운영 체제가 사용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한 디바이스는 한 사용자가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었다. 암호나 제스처를 통해 접근을 허가 또는 거부할 뿐, 업무 환경인지, 개인 환경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업무용 태블릿PC를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에게 개인 용도로 제공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혹시라도 가족 중 누군가가 중요한 데이터를 손대거나, 실수로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심할 경우 잘못된 암호를 계속 입력해 디바이스를 초기화할 수도 있다.

윈도8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인과 업무용을 구분할 수 있는 '이중성(Dual-Personality)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개인 계정으로 사용할 때와 업무 계정으로 사용할 때를 구분해 나눠준다는 의미다. 이는 하나의 디바이스를 업무와 개인 생활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 준다. 기업 역시 규정이나 보안 걱정 없이 개인 영역을 분리할 수 있다.

MS-DOS 시절 만들어진 앱도 실행 되야

마지막은 호환성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난색을 표하는 부분이다. 시장의 흐름을 받아들이고자 많은 변화를 꾀한 윈도8이지만, 기존 윈도와 연결 고리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윈도8은 기존 윈도7과 동일한 데스크톱(바탕화면)이라는 환경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윈도7에서 실행되던 프로그램을 동일한 느낌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한 IT 매니아가 MS-DOS를 시작으로 윈도7까지 본인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서 처음 설치한 MS-DOS 기반 프로그램이 윈도7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새로운 윈도가 나올 때마다, 기존 환경과 호환성을 유지할 것인지는 윈도 개발의 매우 중요한 숙제다. 이번 윈도8 데스크톱은 이러한 MS의 고심이 담긴 결과물이다.

지금도 IT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의 컴퓨팅 환경도 같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의 발전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10년전 환경이 나에게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다만, 한가지만은 명확하다. 어린 아이들부터,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

기술의 진화를 다양한 사용층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어떻게 좀더 나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게 할 것인가는 새로운 윈도를 만들 때마다 하게 되는 중요한 고민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운영 체제에 녹여, 원하는 장소와 시점 그리고 원하는 디바이스에서 누구나 쉽게 컴퓨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고민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윈도8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1부: '컴퓨터'는 잊어라, 이제 '디바이스'를 논하는 시대 - http://it.donga.com/13022/

글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백승주(koalra@hotmail.com)
편집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칼럼니스트 백승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전도사(Evangelist) 및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신 IT 동향을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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