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제안, 당신도 '애니팡 신화'의 주인공

안수영 syahn@itdonga.com

요리에 관심이 많은 K씨. 그는 평소 요리책을 볼 때마다 '내가 잘 하는 음식도 많은데'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요리법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호기심에 '카카오페이지 웹에디터'를 이용해 레시피를 작성하고 이를 '카카오페이지'에 올렸다. 이 레시피는 예상 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를 통해 제법 짭짤한 수익을 냈다. 재미를 붙인 K씨는 지속적으로 레시피를 만들기 시작했고, 카카오톡 내에서 어느새 요리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이렇듯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쉽고 간편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할 날도 머지 않았다. 내년 초에 '카카오페이지'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이것'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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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1)

카카오페이지는 누구나 다양한 콘텐츠(동영상, 음악, 만화, 책 등)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 판매 플랫폼이다. PC용 편집 프로그램인 카카오페이지 웹에디터에는 누구라도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제작 탬플릿이 들어 있다. 이를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카카오페이지 스토어에 등록된다. 콘텐츠 가격은 창작자가 자유롭게 매길 수 있다. 단 콘텐츠는 모두 유료로 책정해야 한다. 판매 수익은 창작자 50%, 카카오 20%, 구글과 애플(마켓 수수료) 30%로 분배된다. 콘텐츠는 카카오머니인 '초코'로 구입할 수 있으며, 구매한 콘텐츠는 카카오톡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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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2)

문화콘텐츠 산업 성장 가능성

카카오페이지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제작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를 이용하면 누구라도 제작 비용 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 이용자가 늘어나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콘텐츠 제작 및 유통법을 모르거나 비용 부담을 느꼈던 일반인, 학생들도 콘텐츠 제작, 유통 과정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아마추어 제작자지만 콘텐츠를 소비하던 경험을 활용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발굴된 양질의 콘텐츠는 영화, 게임, 음반, 출판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카카오페이지에 올린 소설이 '해리포터'만큼 인기를 끈다면 이 소설은 책, 영화, 드라마로 제작될 수도 있다. 소설 속 등장 인물을 활용한 캐릭터, 장난감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정확한 것은 카카오페이지 서비스가 나와 봐야 예측할 수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여러 방식으로 판매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사례가 많은 만큼,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 역시 원 소스 멀티 유즈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가 유료로 유통되니 콘텐츠를 올바르게 사고 파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콘텐츠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카카오페이지에 판매되는 콘텐츠는 모두 유료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하드웨어 제품은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MP3 플레이어나 PC는 돈을 주고 구입하면서 음악(음원)이나 오피스 프로그램은 불법으로 내려받곤 한다. 카카오는 만약 카카오페이지가 일상화된다면 사용자들도 콘텐츠 유료 구입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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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3)

유해 정보, 저작권 침해 유통 우려돼

다만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유해 콘텐츠 및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유통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이를 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페이지에 신고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들에게 제보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카카오페이지가 크게 성장할 경우 모니터링과 신고만으로는 유통되는 콘텐츠를 모두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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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4)

유료 콘텐츠 판매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일반인이 올리는(즉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에 선뜻 비용을 지불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인맥을 활용하면 입소문에 따라 콘텐츠 유통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카카오톡 게임(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에 기꺼이 비용을 투자한 사용자들이 많은 것처럼, 카카오페이지 콘텐츠가 유익하다면 사용자들이 충분히 지갑을 열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에는 콘텐츠 수가 적고 사용자들이 유료 결제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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