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꺽 삼키면 건강 상태 진단하는 마이크로 로봇 ‘가시권’

김동진 kdj@itdonga.com

[댈러스(미국)=IT동아 김동진 기자] 꿀꺽 삼키기만 하면 몸속에서 소화관을 타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마이크로 로봇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이 개최한 연례행사에서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 ‘엔디엑스(Endiatx)’가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Pillbot)’을 선보였다. 필봇이 상용화되면 병원을 찾아 의사를 대면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 의료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디엑스가 선보인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 / 출처=IT동아
엔디엑스가 선보인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 / 출처=IT동아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의료접근성 떨어져도 원격 진단 가능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은 11일부터 14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나흘간 미국 댈라스에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4’을 개최한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4는 다양한 패널 발표와 기술 및 교육 세션, 네트워킹을 통해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부터 협업 혁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에 이르기까지 설계 및 제조에 관한 최신 주제와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버추얼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해 더 나은 선택을 돕는 방식으로 쓰이는 기술이다.

13일 오전 진행된 제네럴 세션에서는 버추얼 트윈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웍스(3DEXPERIENCE Works)로 혁신 기술을 개발한 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 ‘엔디엑스(Endiatx)’가 소개됐다.

엔디엑스가 선보인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 / 출처=IT동아
엔디엑스가 선보인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 / 출처=IT동아

엔디엑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 ‘필봇’을 개발했다. 엔디엑스는 이날 버추얼트윈 기반의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로 가상 공간에 필봇의 쌍둥이를 구현해 놓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상의 부품 조합 또는 제품 내 불필요한 공간 등을 동료들과 고민하고 결정사항을 공유하며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가상 공간에서 초소형 의료기기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직접 실험하는 위험도 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쏘시스템 연례행사인 3D익스피리언스 월드에서 연사로 나선 토마스 실바 엔디엑스 제조책임자 / 출처=IT동아
다쏘시스템 연례행사인 3D익스피리언스 월드에서 연사로 나선 토마스 실바 엔디엑스 제조책임자 / 출처=IT동아

이날 연사로 나선 토마스 실바(THOMAS SILVA) 엔디엑스 제조책임자는 “오늘날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39초마다 한 명씩 위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엔디엑스는 의사가 생명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늦은 진단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2019년 창립됐다”며 “자사가 개발한 피스타치오보다 작은 알약 형태의 소화관 영상 진단 로봇인 ‘필봇’을 꿀꺽 삼키기만 하면 병원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의사를 대면할 필요 없이 원격으로 위암 검진 등을 받아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최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검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봇은 위내시경을 대체할 기술로 식사를 거르는 것 외에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으며 깨어 있는 동안 필봇을 삼키기만 하면 의사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환자의 뱃속에 있는 필봇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진단이 끝나면 6~24시간 후 환자의 몸 밖으로 필봇이 빠져나간다. 이 같은 진단이 상용화되면 한 명의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고 물리적 거리의 제약이 없어지므로 의료 기술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가능케 하는 원격 진료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복잡하고 미세한 설계 데이터 동료와 공유하며 개발 속도 앞당겨

엔디엑스가 만든 필봇의 초기 버전은 큰 축구공 크기였다. 당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로봇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이 엔디엑스의 당면 과제였다.

토마스 실바 엔디엑스 제조책임자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헤엄칠 수 있는 필봇은 아주 작은 원격 조종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며 “초기 버전과 비교하면 크기를 90% 가까이 줄였는데, 핵심적인 역할은 버추얼 트윈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다쏘시스템 3D 익스피리언스 웍스였다. 여러 엔지니어가 가상 공간에 구현한 필봇을 두고, 예컨대 프로펠러를 어디에 달면 좋을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와 설계 요구사항을 공유하며 신속한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엔디엑스 ‘필봇’의 구성 / 출처=엔디엑스
엔디엑스 ‘필봇’의 구성 / 출처=엔디엑스

그는 이어 “덕분에 13 x 30밀리미터 크기의 초소형 알약 안에 모터와 인쇄회로기판(PCB), 배터리와 렌즈 등 수많은 미세한 구성 요소를 담을 수 있었다”며 “자사는 현재 버전보다 더 작고 접근하기 쉬운 필봇 2를 개발해 진단 영역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엔디엑스는 필봇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으로 꼽히는 2023 에디슨 어워즈(Edison Awards)에서 수상했다. 필봇이 실제 활용되기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먹는 알약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기술이 완성도를 보이면서 원격진료가 가시권에 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