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안 가리는 휴대용 3D 홈씨어터, 엡손 모베리오 BT-100 출시
요즘 개봉되는 영화 중 상당수가 2D와 3D로 나뉘어 극장에 걸리곤 한다. 3D 영화는 손에 잡힐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최대의 특징이라 특히 액션이나 SF영화를 한층 실감나게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정용 TV 역시 3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이 다수 나오고 있다. 3D TV는 대개 40인치 이상의 대화면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입체음향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더하면 말 그대로 가정극장, ‘홈씨어터’ 환경이 완성된다.
다만, 3D 영상을 한 번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를 꼭 극장이나 가정이 아닌 야외에서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기기가 IT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어 제조사들 역시 3D와 모바일 기기의 결합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 중 하나를 엡손(Epson)이 내놓았다. 7월 11일, 한국엡손은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움직이는 3D 홈씨어터를 지향하는 휴대용 3D 영상 감상기, ‘모베리오(MOVERIO) BT-100’을 발표했다.
모베리오 BT-100은 콘텐츠가 구동되는 본체, 그리고 여기서 출력되는 영상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안경 형태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유닛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용자가 HMD를 머리에 착용하면 양쪽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이 투사되어 입체감 있는 3D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HMD의 특성상, 사용자의 눈 바로 앞에 영상이 펼쳐지므로 매우 큰 화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날 제품을 소개한 한국엡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론상 최대 320인치 가량의 화면을 보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모베리오 BT-100의 본체는 담배갑 보다 약간 큰 정도다. 방향키 및 재생 관련 키가 전면에 붙어있으며, 키 바로 위쪽에는 손끝으로 직접 만지며 조작하는 터치패드도 붙어있다. 이 본체의 내부에는 안드로이드 2.2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으며, 1GB의 내장 메모리와 최대 32GB의 SDHC 카드를 꽂을 수 있는 메모리카드 슬롯을 갖추고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본체에 전송하기 위한 USB 2.0 및 와이파이(Wi-Fi, 무선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MPEG-4, H.264, AAC, MP3 등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구동할 수 있다. HMD 유닛의 경우, 안경 착용자를 위한 안경걸이가 내부에 부착되어 있으며, 돌비 모바일 기술이 적용된 이어폰이 양 옆에 위치하고 있어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엡손은 모베리오 BT-100의 영상이 시스루(See-Through)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본체에서 구동되는 영상 외에 사용자 주변의 영상도 함께 눈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기존의 HMD는 완전한 폐쇄형이라 구동 영상 외에는 검게 표시되곤 했다. 하지만 모베리오 BT-100가 같은 시스루 방식 HMD는 착용한 상태에서도 영화를 감상함과 동시에 주변의 상황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마치 공중에 영상이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엡손은 모베리오 BT-100만 있으면 제한된 공간에서도 기존의 홈씨어터와 유사한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에 구애 받지 않고 혼자만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최대 6시간 동안 배터리 재충전 없이 연속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크게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엡손은 세계 프로젝터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업체 중 한 곳이다. 이번에 출시한 모베리오 BT-100 역시 내부적으로는 프로젝터 기술을 응용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HMD 내부의 디스플레이 창은 0.52인치에 불과하지만, 960 x 540에 이르는 QHD급 해상도를 가지고 있어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 보면 제법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다만, 호환되는 멀티미디어 파일 규격이 제한적(MPEG-4, H.264, AAC, MP3)인 점, 그리고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임에도 구글의 인증을 받지 못해 플레이스토어(구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각종 앱을 내려 받을 수 없는 점은 다소의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구글의 인증 규정 자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아니라면 통과하기 어렵게 설정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모베리오 BT-100는 약 8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컨셉의 제품은 모베리오 BT-100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요즘에는 32인치 정도의 3D TV도 이 정도 가격이면 살 수 있다. 한국엡손은 자사의 모베리오 BT-100가 기존의 홈씨어터나 3D TV에 비해 확연한 차별성이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