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를 몰아낼 무선 인식 기술, RFID
요즘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소규모 가게에서도 바코드 인식기를 사용한다. 시간도 절약되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코드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경우가 있다. 바코드는 저장용량이 적고, 실시간 정보 파악이 불가능하며 몇 cm 이내에서만 정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바코드는 그저 가벼운 계산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전자태그)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RFID는 전파를 통해 일정 거리 내에 있는 IC(프로세서 및 메모리)를 인식, 내부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거나 위치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2012년, 글로벌인포메이션은 ‘RFID 시장 예측, 기업 및 기회’ 보고서를 통해 RFID 시장이 74억 6천만 달러(약 8조 6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인포메이션은 통신 업체뿐만 아니라 IT 산업에서도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RFID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자.
RFID의 역사
1939년, 영국에서 IFF(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자동응답기가 개발되었는데, 이 기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비행기에 부착해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데에 이용되었다. RFID와 비슷한 형식인 셈이다. 한편, RFID의 진짜 시초는 이렇다. 1946년, 첩보전을 위한 장비가 만들어졌다. 이 장비는 공기 중의 전파를 변조하여 정보를 보내는 장치로써, 음파가 진동판을 진동시키면 그 떨림이 전파를 변조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1973년 마리오 카둘로가 RFID에 관한 특허를 신청함으로써 RFID 기술의 역사가 지금과 같은 맥락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RFID, 그 구성과 원리
RFID는 판독이나 해독 기능을 하는 판독기(Reader,리더)와 정보를 제공하는 태그(Tag)로 구성된다. 태그는 제품에 붙여진 상태로 생산, 유통, 보관, 소비의 과정에 대한 정보를 담는 역할을 한다. 태그는 안테나와 집적 회로(많은 전자회로 소자가 하나의 기판 위 또는 기판 자체에 분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결합되어 있는 초소형 구조의 기능적인 복합적 전자소자 또는 시스템)로 이루어지는데, 집적 회로 안에 정보를 기록하고 안테나를 통해 판독기에게 정보를 보낸다. 그러면 판독기는 안테나를 통해서 정보를 읽는 역할을 한다. 주로 인공위성이나 이동통신망과 호환하는 형태로 운영 및 유지된다.
바코드와의 차별화
바코드는 알파벳이나 숫자, 혹은 특수글자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굵기가 다른 막대들의 조합을 이용해 판독이 가능하도록 만든 코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바코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역시 상품을 계산할 때이다. 바코드를 카운터에 있는 스캐너로 문지르면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컴퓨터가 상품 번호를 가격리스트 데이터와 대조하여 금전등록기에 기록하는 형식으로 바코드 인식이 진행된다.
앞서 말했듯이, 바코드의 저장 용량은 RFID의 용량에 비해 훨씬 적고 거리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RFID의 경우, 완제품 상태로 공장 문 밖을 나가 상품화되어 전시되는 전 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 게다가 소비자가 FRID 태그를 부착한 물건을 구매할 경우, 대금이 자동 지급됨은 물론이고, 재고 관리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의 일환?
RFID는 어찌 보면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일환이다. 유비쿼터스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정보통신망에 접속하여 정보통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어느 환경에나 적응하여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RFID기술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에 이용되고 있나
RFID 기술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지금까지 계속 언급했던 바코드 형식의 RFID 기술을 들 수 있다. 상품의 생산 이력까지 수시로 잡아낼 수 있으니 바코드 기술이 한층 더 발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육상 선수들의 기록을 잴 때 RFID 기술을 사용한다. 한편, RFID 기술은 개인의 정보를 수록, 인식하는 데에도 쓰인다. 예를 들어 여권이나 신분증 등에 태그를 부착하면 개인을 식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회사 같은 건물에 들어갈 때 카드를 대고 들어가는 경우도 봤을 것이다. 이것 역시 RFID 태그를 이용한 것이다.
교통수단에서도 RFID를 볼 수 있다. 출근할 때나 등교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찍어대는 교통카드는 물론이고, 쌩 하고 지나가느라 별로 신경 쓰지 못했던 하이패스에도 RFID 태그가 장착되어 있다. 동물의 피부에 태그를 이식해 야생동물 보호에 사용하기도 하니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법 넓다고 할 수 있다.
RFID 태그는 사람의 몸에 이식되기도 한다. 환자를 다룰 때 몸 안에 RFID칩을 넣고 리더기를 사용하여 스캐닝 함으로써 환자에 관한 상세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발전의 여지가 있는 걸까?
그러나 RFID가 마냥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먼저, 정해진 국제적 규격이 없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사용하는 주파수와 일본에서 사용하는 주파수가 서로 다르다. 호환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RFID 여권을 이용하는 공항에서 자동통과를 하기는 아직까지 어렵다. 그리고 RFID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직결된다. RFID 기술이 장착된 신분증 등은 리더기만 있으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상품을 관리할 때 RFID를 이용할 경우, 일련 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태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이동 경로를 다른 사람이 추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면 발전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무조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RFID가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획기적인 기술이고, 지금까지의 부족한 기술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에는 단점도 있는 법,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RFID 기술을 보완하여 우리의 편리함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현명하게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