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모르면 찬밥 신세… 서러운 노년층

안수영 syahn@itdonga.com

‘스마트’ 모르면 찬밥 신세… 서러운 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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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르면 찬밥 신세… 서러운 노년층 (1)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며 청년층과 노년층 간 정보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나 단체의 예약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청년층에 비해 노년층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예약제도다. 여수 엑스포 조직 위원회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시관 관람을 예약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스마트폰에서 ‘여수 엑스포 전시관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원하는 전시관과 시간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바로 예약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20~30대 청년층은 줄을 서지 않고 시간에 맞춰 입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전시장 내에 비치된 80여 대의 키오스크(전시관 예약 기기)을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행사 첫날 3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서 키오스크 앞에는 예약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줄을 선 관람객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이 없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해 현장 예약을 하지 못하는 노년층이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보고 싶은 전시관 예약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

그리고 5월 26~28일 간 이어진 황금 연휴를 맞아 27일 하루에만 1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에 관람객의 불만이 커졌다. 이후 여수 엑스포 조직 위원회는 5월 27일 8개 전시관에 대한 예약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전시관에 선착순 입장 원칙을 적용했다.

철도 역사에서는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기차표를 예약하지만, 노년층은 직접 기차역으로 찾아가 승차권을 예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좌석 승차권은 이미 온라인에서 매진되고 현장에는 입석 승차권만 남는다. 코레일이 현장에서만 발매하는 좌석 비율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몇 시간을 기다려 좌석 승차권을 구입하거나 입석으로 가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또한 현장 예매를 하고 취소할 경우 7일 이전부터 400원의 수수료가, 1일 이전에는 5%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반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약한 경우 1일 이전까지 취소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물론 전화 예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화 예매를 하려면 반드시 코레일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데, 1만원의 비용이 든다.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면 비회원도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다. 인터넷도 할 줄 모르는데다 멤버십도 가입하지 않은 노년층은 현장 예매밖에 할 수 없다.

인터넷 시대에 소외되는 사람 없어야

세대 간 정보 격차에 대한 우려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 업무, 금융, 상거래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점차 온라인으로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점차 도태된다. 2011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의 활용이 어렵고, 용도를 알지 못해서’(40%)였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년층도 여전히 많다. 일각에서는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폰이 없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수 엑스포 조직 위원회는 6월 23일부터 8개 전시관에 대한 인터넷 사전 예약제를 개선해 재개했다. 이전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사전 예약하는 비율을 30%, 스마트폰과 키오스크를 이용한 현장 예약을 70%로 운영했다. 이제 사전 예약은 인터넷으로만 할 수 있으며, 관람 인원의 30%까지 제공된다. 나머지 70%는 선착순으로 자유 관람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오후 1시까지는 100% 선착순으로만 자유 관람할 수 있고,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에 대해서만 예약할 수 있다.

코레일은 2012년 7월부터 정보 기기 활용이 어려운 노년층을 위해 ‘승차권 전화예약 서비스’를 확대하고, 경로 우대자 전용 좌석을 확충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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