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IPTV, 스마트TV, 이젠 그 놈이 그 놈?

김영우 pengo@itdonga.com

예전에 TV라 하면 단순히 수상기에 지상파 안테나를 연결해 공중파 방송국에서 전송하는 방송만 보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2년 지금, 그런 식으로 TV를 보는 시청자는 적다. 누구는 케이블TV, 누구는 IPTV를 보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스마트TV를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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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어떤 TV가 어떻게 다른지 알기가 어렵고, 심지어 지금 자신이 시청하는 TV가 어떤 형식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케이블TV나 IPTV, 그리고 스마트TV가 서로의 특징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즉, 각 TV간의 차이점이나 특징을 구분하기 힘들게 바뀌고 있는 것.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케이블TV, IPTV, 스마트TV의 기본적인 차이점

케이블TV는 비교적 다른 TV보다 잘 알려져 있다. 케이블TV는 지상파(무선) 신호를 이용해 공중파 방송국에서 전송하는 채널만 시청하는 기존의 TV와 달리 케이블(유선)을 통해 방송신호를 수신한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국 외의 다양한 방송국에서 전송하는 채널을 함께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채널 수가 많고, 난시청 걱정이 적은 TV다. 씨앤앰, 티브로드, 씨제이핼로비전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사업자들이 케이블TV를 서비스 중이다.

IPTV의 경우, 신호를 전송하고 시청하는 과정이 마치 PC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과정과 비슷하다. IPTV는 지상파나 방송용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 회선을 통해 디지털 형태의 데이터를 송수신하는데, 이 데이터를 받아 영상과 음성으로 변환해 TV로 전달하는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는 IPTV를 시청한다. 인터넷 회선과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는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에 적격이다.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TV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TV는 좀더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는 지상파 신호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지만, 인터넷 회선도 함께 연결해 웹 서핑을 하거나 VOD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앱(응용프로그램도)을 설치해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일반 TV와 IPTV, 그리고 스마트폰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이 완제품 스마트TV를 제조하는 대표적인 업체이며, 애플이나 구글, 다음 등에서는 기존 TV에 추가 장비를 달아 스마트TV를 구현하는 셋톱박스를 판매 중이다.

점차 비슷해지고 있는 3종류의 TV

그런데 최근 이들 다른 형식의 TV들이 저마다 기능을 확장하면서 서로 특성이 비슷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우,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IPTV 수준의 VOD 서비스가 가능해졌으며, 생활정보나 방송녹화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IPTV의 경우, 초기에는 VOD 서비스가 주력이었지만, 2009년을 즈음해 공중파를 비롯한 실시간 방송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2년 현재, 지금에 이르러서는 케이블TV 못지 않은 다양한 실시간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간단한 게임이나 학습 콘텐츠용 앱을 설치하는 기능 역시 속속 추가하는 중이라 스마트TV와의 차이점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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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복합적인 요소가 강했던 스마트TV도 IPTV나 케이블TV와의 차이점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론적으로는 스마트TV에 앱만 설치하면 얼마든지 IPTV나 케이블TV용으로만 공급되던 채널을 스마트TV로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각 방송 사업자들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런 앱이 본격적으로 출시되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스마트TV의 콘텐츠가 한층 충실해질 것이라는 데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다.

TV간 경쟁 갈등 심화되어 소비자 피해도 속출

이렇게 각 TV가 서로의 영역을 넘보게 되자 업체들간의 눈치보기도 심화되고 있다. IPTV에 실시간 방송이 본격화될 즈음,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케이블TV에만 채널을 공급하던 전문 방송사들이 IPTV에 진입하는 것을 은근히 견제했다. 또한, 공중파 방송사은 자사의 채널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재전송하는 것에 대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항의하는 의미로 작년 11월에 일시적으로 공중파 방송을 전송 중단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KT는 스마트TV가 지나치게 많은 인터넷 부하(트래픽)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5일간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 조치의 배경에는 IPTV 사업을 하는 KT 입장에서 ‘장차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 스마트TV를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콘텐츠’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PC나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는 앞으로도 여전히 일반 대중들이 가장 쉽고 친숙하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매개체로 남아있을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TV가 등장해 서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과, 각 TV가 서로의 장점을 너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차별성마저 모호해진 점은 아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아닐까. 바로 ‘콘텐츠’다. 결국 사용자는 어떤 TV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법이다. 아무리 다양한 부가 기능이 들어갔다 해도 본인이 보고 싶은 영화나 중계를 볼 수 없다면 그 TV는 당사자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관련 기업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도 바로 콘텐츠의 확보 문제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TV는 무엇인지 엄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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