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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부터 다른 30만 원대 BA 이어폰, 소니 XBA-4

김영우

자동차와 카메라, 그리고 오디오를 이른바 남자의 3대 취미라 하곤 한다(물론 일부 여성들이 이런 취미를 가질 수도 있다). 이들 취미의 공통점이라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즐기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 ‘튜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3가지 취미 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역시 오디오다. 특히 요즘은 MP3 플레이어나 PMP, 스마트폰과 같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기기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다만, 휴대용 기기라면 ‘튜닝’이 쉽지 않다. 일반 컴포넌트 오디오라면 앰프나 플레이어, 혹은 스피커나 케이블을 바꿔 음질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휴대용 기기라면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휴대용 기기 이용자들은 ‘이어폰’의 선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제조사들 역시 이러한 사용자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최근 들어 매우 다양한 이어폰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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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팔리고 있는 이어폰은 불과 몇 천원에 살 수 있는 저가형부터 수십 만원에 이르는 고급형까지 셀 수 없이 종류가 많다. 가격대의 차이는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차이에 의해 갈리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음향기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음질’에 의해 가격대가 나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이어폰과 근본적으로 다른 밸런스드 아마추어형 이어폰

이어폰의 음질은 소리를 내는 드라이버 유닛의 구동방식에 의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어폰의 구동방식은 ‘무빙코일(moving coil)형’이다. 다이내믹형이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코일이 달린 진동판과 자석 사이에 자력을 발생시켜 진동판을 울리게 해 소리를 내는 구조인데, 생산 단가가 비교적 낮고 대량 생산도 쉬운 데다 저음에서 고음까지 다양한 음역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소리의 해상력(섬세한 정도)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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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형’ 이어폰이다. ‘BA방식’이라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것은 진동판이 아닌 자석 사이에 있는 바늘 모양의 진동자를 구동시켜 소리를 낸다. 무빙코일형에 비해 매우 해상력이 높은 섬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BA방식의 장점이지만, 생산 단가가 높은데다 음역이 매우 좁아서 음악용 보다는 보청기용으로 주로 쓰였다.

소니의 의미 있는 도전, XBA시리즈

하지만 보다 고음질 이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BA방식의 음악용 이어폰이 본격적으로시장에 등장하게 되었다. 소니(Sony)가 2011년 말에 처음 공개하고 올해 초에 출시한 ‘XBA’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XBA 시리즈는 소니에서 직접 설계, 제조한 BA 유닛을 탑재한 제품으로, 일부 전문가용, 혹은 보청기용으로만 쓰이던 BA 이어폰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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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역 폭이 좁은 BA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니는 하나의 제품에 복수의 BA 유닛을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2년 5월 현재 판매중인 소니 XBA 시리즈는 XBA-1, XBA-2, XBA-3, 그리고 XBA-4로 나뉘는데, 모델명 뒤의 숫자가 바로 내부에 쓰인 BA 유닛의 수다. 최상위급인 XBA-4의 경우, 고음용 트위터, 중간 음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풀 레인지, 그리고 저음용 우퍼와 초저음용 수퍼 우퍼 등 총 4개의 BA 드라이버 유닛을 갖췄다. 30만원대(2012년 5월 기준)의 제법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XBA 시리즈의 맏형, XBA-4를 살펴보자.

착용감과 소음 차단 능력 우수한 본체와 이어버드

XBA-4는 4개의 BA 드라이버 유닛을 내장하고 있어 하위 제품에 비해 본체의 크기가 약간 크다. 케이블을 제외한 본체는 성인 남성 중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이어버드(이어캡)이 우수해서 착용감이 좋고, 귀에 꽂으면 주변 소음도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 소니에서는 이 이어버드를 ‘하이브리드 실리콘 이어버드’라고 하는데, 귀에 밀착되는 외부는 부드러운 실리콘, 이어폰과 결합되는 내부는 딱딱한 실리콘으로 구성되어있어 착용감과 외부 소음 차단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 효과는 매우 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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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XBA-4는 휴대용 케이스, 케이블 고정용 클립, 케이블 길이 고정 장치 등 다양한 액세서리가 동봉되어있고 교체 가능한 이어버드도 총 7쌍(기본장착 1쌍 포함)이나 제공한다. 그 중 3쌍은 내부에 스폰지를 넣어 외부 소음 차단 효과를 높인 것이라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이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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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A-4 시리즈는 범용 제품인 XBA-4 모델과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용인 XBA-4iP모델로 나뉜다. 두 모델은 기본적으로 거의 같지만 XBA-4iP모델에는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를 지원하는 리모컨 유닛이 케이블 중간에 달려있다. 이를 이용해 음량 조절이나 재생, 정지, 곡 넘기기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이 리모컨 유닛은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용이므로 다른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기기에서도 소리를 듣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직접 들어본 XBA-4의 소리

XBA-4를 이용해 음악을 감상해봤다. 사용한 플레이어는 아이폰 4S다. 우선 최근 다운로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인기가요를 감상해봤다. 감상한 느낌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균형감’이다. 일부 개성파 이어폰처럼 귀가 울릴 정도로 강렬한 저음이나 찢어질 듯 날카로운 고음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음원이 가진 모든 데이터를 빠짐 없이 귀에 전달하려는 듯한 섬세함은 확실히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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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감상해본 콘텐츠는 클래식 음악이다. 체코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루돌프 세르킨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CD에서 음원을 추출해 아이폰4S에 넣고 들어보았다. 감상해 본 느낌은 이전에 대중가요를 들었을 때처럼 섬세함이 돋보였는데, 특히 연주자의 숨소리나 피아노 페달을 밟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즐겨보았다. 플레이 해 본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 중에서도 영상과 음향의 화려함을 높게 평가 받고 있는 ‘인피니티블레이드2’다. 이 게임은 격렬한 검투 와중에 출력되는 날카로운 금속음, 그리고 플레이 도중 간간이 등장하는 동영상에서 출력되는 대사와 배경 음악이 들어볼 만한 포인트다. XBA-4는 가상 5.1채널 출력 같은 입체음향 기능은 없지만, 소리 자체의 해상력이 높아 묘한 입체감을 자아낸다. 게임은 물론, 영화 감상 시에도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취향 타는 제품? 하지만 들어볼 가치는 충분

소니 XBA 시리즈는 그 동안 음향 기기 시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BA 방식 드라이버 유닛을 탑재한 이어폰을 대중화 시키고자 태어난 제품군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최상위 제품인 XBA-4는 30만원 대의 가격과 고급스런 디자인과 충실한 액세서리 구성을 갖추고 있는 등, 여러모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띄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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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제품이 들려주는 소리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특히 높은 해상력은 이 제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원음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능력이 일품이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상당수의 대중들은 원음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다소 과장된 저음이나 고음을 들려주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XBA-4의 소리를 들어본다면 어딘가 모르게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취향을 다소 탈 수도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절대 싼 제품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구매 전에 반드시 직접 소리를 들어보라는 이유는 또 한가지 있다.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이 들려주는 소리는 한 번 정도 들어볼 가치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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