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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지 말고 그려라? 소니 사이버샷 WX50

이문규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찍어 필름(필름카메라)이나 메모리(디지털카메라)에 담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라는 기기가 세상에 선 보인지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기본 명제는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기기다.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찍어 저장하는 것이다.하지만 소니가 최근 출시한 사이버샷 WX50(이하 WX50)은 사진을 ‘찍는다’기 보다 ‘만든다’ 또는 ‘그린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듯하다. 그래서 별명도 ‘웹툰 카메라’다(웹툰-webtoon:포털 사이트를 통해 연재되는 만화).

손바닥보다 작은 ‘사진작화(作畵)도구’

소니 WX50은 본 리뷰어가 얼마 전 소개했던 WX7(http://it.donga.com/review/6295/)의 형제 모델이다. 따라서 외형과 구조는 거의 100% 동일하다. 즉 크기, 무게, 디자인, 조작 버튼 및 레버 형태 등이 WX7과 비슷하다. 다만 공식 사양표에 따르면 WX50이 약 3g정도 가볍고(WX50: 117g / WX7: 120g), ISO 지원 범위가 WX7보다 두 단계 높다(WX50: 최대 12800 지원 / WX7: 최대 3200 지원). ISO 지원 범위가 높을수록 어두워도 밝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단 화질은 다소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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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X7 리뷰 때도 그랬지만 WX50도 역시 다시 봐도 정말 작긴 작다. 이 작은 카메라로 사진이 찍히긴 할까 의문이 될 정도로 작고 가볍다. 또한 젊은 사용자라면 설령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를 단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 해도 금세 익숙하게 다룰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특히 ‘이지 모드’를 적용하면(메뉴에서 설정) 각종 버튼과 메뉴를 최소화하여 사진 찍고(셔터) 확인(재생 버튼)하는 정도만 가능하게 된다. 디지털 기기 활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에게 적합한 설정이다.

WX7 리뷰에서 소개했듯 WX50에도 소니 특유의 촬영 기능/기술이 모두 적용됐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촬영할 수 있는(다만 화질은 약간 거칠지만) ‘Exmor R’ 센서는 물론, 입체적인 사진을 촬영하는 ‘3D 촬영’, ‘파노라마 촬영’, 10장의 연속 촬영 후 이를 연속 동작으로 재생하는 ‘틸팅플레이백’ 기능 등이 그러하다. 디카를디지털 전자기기가 아닌 일상적 장난감으로 인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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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WX7과 마찬가지로 1,600만 화소를 지원하여 본체 크기에 비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동영상 역시 의심의 여지 없이 풀HD(1,920 x 1,080) 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WX50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풀HD TV에서 재생해 보면 왜 소니가동영상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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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1,600만 화소를 지원하긴 하지만, D-SLR 카메라처럼 티 없이 깔끔한 화질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앞서 언급한 대로 WX50은 사진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밝게 찍기 위해,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촬영 결과를 일부 수정/가공하기에 그러하다. 어차피 남녀노소 누구라도 간편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디카니 인정해야 하겠다.

이외에 WX50은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 총 33가지 자동장면 인식(11가지 장면 x 3가지 상황) 기능, 듀얼레코딩(동영상 녹화 중 사진 촬영) 기능, 트래킹 포커스(초점 추적) 기능, 스마일 셔터(미소 감지 자동 촬영) 기능 등컴팩트디카가 갖춰야 할 촬영 기능 대부분을 제공한다. 그것도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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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소니는 WX7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제품을 왜 출시했으며, 본 리뷰어는 그런 제품을 왜 또리뷰하는 걸까?

‘찍지 말고 그려라’, WX50의 독특한 촬영 기법

사이버샷 WX50은 출시부터 ‘웹툰 카메라’라는 별명을 달았다. 촬영 기능, 정확히는 촬영 후 보정 기능을 통해 다양하고 독특한 사진을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야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면 그만이라 하겠지만, 여러 가지 효과를 적용해 전혀 색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의미는 있으리라 본다.

WX50의 뒷면 조작 휠을 돌려 ‘사진 효과’에 맞추면 총 9가지 사진 효과 기능을 입맛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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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tg / HDR 그림: HDR은 ‘High Dynamic Range’의 약자로 사진 촬영 시 노출값에 따라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합성함으로써 명암이나 색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능이다. 이는 애플 아이폰 카메라에도 들어 있는 기능으로, WX50에서는 회화적인 효과를 가미하기 위해 사용된다. WX50에서는 HDR 그림 효과를 ‘낮음(Lo)’, ‘중간(Mid, 기본설정)’, ‘높음(Hi)’로 변경하며 촬영할 수 있다. 사진 결과에서 보는 대로, HDR 그림 기능은 사진이라기 보다는 ‘잘 그려진 유화’같은 느낌이다. 물론 원본 사진을 왜곡하는 형태지만, 남과 다른 독특한 사진을 연출한다는 측면에서는 꽤나 쓸만한 촬영 기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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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h BW / 리치톤모노크롬: 일반적인 흑백 모드다. 경우에 따라 총천연색의 컬러 사진보다는 은은한 느낌의 흑백 사진이 훨씬 감동적일 때가 있다. 특히 인물 사진의 경우가 그렇다. 대개 컬러 사진을 포토샵과 같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흑백 사진으로 가공하곤 하는데, WX50으로는 곧바로 흑백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다(물론 흑백 사진 기능은 다른 디카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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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 / 미니어처: 건물이나 풍경을 마치 미니어처(실물과 같은 정교한 모형) 사진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다.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싶을 때 한번쯤 시도해 볼만 한 촬영 모드다. 포커스가 맞은 부분을 기준으로 위 부분과 아래 부분을 흐리게 처리하고, 색감을 더욱 강조하여, 얼핏 보면 정말 모형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심지 여행 시 건물이 빼곡히 들어 찬 거리를 촬영할 때 적용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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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y / 토이 카메라: ‘로모카메라’처럼 사진 가장자리를 둥그렇게 어둡게 촬영하면서 독특한 효과를 적용하는 촬영 기능이다. WX50은 ‘Cool(차가운 색조)’, ‘Warm(따뜻한 색조)’, ‘G(녹색 색소)’, ‘M(자홍 색조)’ 등의 옵션을 추가 제공하여, 같은 피사체라도 여러 가지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니홈피 등에 게시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참고로 로모카메라는 화질이나 색감 등이 일반 디카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것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로모특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사진매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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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 / 팝 컬러: 원색의 색감을 보다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빨간 튤립 꽃이 만발한 풍경을 찍으면서 빨간색을 더욱 강조한다거나, 특정 제품의 색상을 특히 부각하는 경우에 사용하면 좋다. 찍어 보니 인물보다는 정물 또는 풍경 사진에 적합하리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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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 컬러 추출: 말 그대로 사진 내 특정 색상, 여기서는 ‘R(빨강)’, ‘G(초록)’, ‘B(파랑)’, ‘Y(노랑)’ 색상 만을 남기고 나머지 색상은 흑백으로 처리한다. 직접 찍어 확인해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사진 효과라 여길 만하다. 이는 대개 포토샵 등을 통해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WX50으로는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어 편리하겠다(컬러 추출 기능 역시 일부 다른 디카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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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tH Key / 소프트 하이 키: 사진을 전반적으로 밝게 처리하여 화사한 느낌을 부여한다. 다만 ‘소프트’한 효과가 극명하도록 촬영 결과를 강제로 밝게 만들기 때문에 화질은 다소 저하된다. 이 기능은 인물이나 제품 등에 적용하면 좋지만, 남발 촬영하면 사진이 너무 허여멀겋게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다. 흔히 말하는 ‘뽀샤시’한 인물 사진을 연출할 때 사용해 봄직하다(참고로 WX50 내‘소프트스킨 효과’를 활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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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rC / 수채화: 의미는 ‘수채화처럼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능이지만, 실제로는 수채화스러운 느낌이 확연하게 나지는 않는 듯하다. 그래도 사진이 아닌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처럼 보이긴 하니,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하면 되겠다. 그러니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에 적합하다. 알록달록한 꽃 사진에 적용하면 이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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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us / 일러스트레이션: 자, WX50의 사진 효과의 하이라이트인 ‘웹툰’ 표현 기능이다. 웹툰 작가가 사진을 그려낸 듯한 독특한 효과가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어찌 보면 원본 사진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지만, 그 왜곡 결과가 썩 나쁘지만은 않다. 진짜 웹툰처럼, 일러스트레이션이 적용된 사진에 말풍선 등을 달아 놓으면 영락 없이 웹툰 분위기가 난다. 셀카(셀프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메신저 프로그램의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면 ‘딱’이다. 본 리뷰어의 소견으로는 위 9가지 효과 중에 가장 의미 있고 쓸만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 특히 밋밋한 사진을 식상하게 여기는 젊은 사용자(특히 여성)에게 사진을 찍는, 아니 그리는 색다른 묘미를 제공하리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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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보다 작은 디카로사진을 그린다

100g 남짓한 무게의 초소형 디카지만 소니 사이버샷 WX50은 참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셔터를 누르는 재미와 함께 결과를 보는 재미까지 가미한 제품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이 모든 이들에게 환영 받을 순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한다. 본 리뷰어 주변 여성 사용자들의 호의적인 평가가 이와 같은 평가에 근간이 됐다. 이에 그들에게 WX50의 특징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 달라 요청하니, 역시 예상대로 작은 크기와 9가지 사진 효과를 우선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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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얼마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40만원 대라 대답했다. 하지만 WX50은 2012년 5월 중순 기준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239,670원(11번가, 정품케이스/4GB메모리/멀티카드리더/보호필름 등 포함)이다. 1,600만 화소에광학줌 5배, ISO 감도 12800, 풀HD 동영상(1920x10180) 촬영, 117g 초소형 크기 등의 사양적 측면을 고려할 때, 그리고 ‘소니’라는 브랜드를 감안할 때 비교적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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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설명한 ‘사진 그리기’기능을 적용하면 1,600만 화소디카답지 않게 다소 거친 화질을 보여주지만, 애당초 남녀노소를 위한 재미있는 디카이기에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본 리뷰어도 이만한 가격대에 이만한 사양, 이만한 기능을 지닌 ‘요만한’디카에서 구태여 단점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며칠간 사용하면서 간편하고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니 그거면 됐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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