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익스플로러 제국을 무너뜨리다
도전자 ‘크롬’이 마침내 웹 브라우저의 황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따라잡았다.
IT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카운터는 5월 2주간 전세계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집계해본 결과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32.68%, 크롬이 32.07%를 기록해 양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사실상 대등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경쟁자 ‘넷스케이프’를 제친 이래 14년만에 처음으로 타 브라우저에게 점유율을 따라 잡힌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최고 전성기였다. 경쟁자 넷스케이프는 점점 점유율이 줄다가 결국 사멸했고,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 ‘파이어폭스’는 아직 그 힘이 미약했다. 이 당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전세계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다른 웹 브라우저는 존재감이 없었다.
이러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2008년 파이어폭스의 제작사 모질라 재단에게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채택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모질라 재단은 파이어폭스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나갈 수 있었다. 자금을 지원 받은 후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기존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구글은 자사의 웹 브라우저 크롬을 같은 해 공개했다. 이후 크롬은 빠르게 업그레이드 해나가며 성능을 개선했고, 많은 사용자에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체재로 선택받았다. 크롬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흡수해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안이함도 한 몫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윈도XP’와 함께 선보인 ‘인터넷 익스플로러6’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5년간 유지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6는 웹 표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고, 보안이 취약하다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 받았다. 이후 등장한 ‘인터넷 익스플로러7’과 ‘인터넷 익스플로러8’의 성능도 경쟁자보다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11년 중반 크롬과 파이어폭스를 합친 점유율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넘어서기에 이른다. 특히 크롬의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을 따라잡았다. 지난 3개월간 크롬의 점유율이 매달 1% 이상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6월 경에는 크롬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웹 브라우저 점유율 1위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아직도 매우 높다. 5월 현재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국내 점유율은 76.78%로, 크롬(14.88%)과 파이어폭스(4.45%)보다 압도적이다. 이는 아직 많은 사용자들이 굳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두고 다른 웹 브라우저를 사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는 ‘액티브X’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상당수의 관공서 및 금융기관 홈페이지에서 액티브X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강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