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S 정책만 바뀌면 뭐하나? 외주인데
드디어 말이 많던 애플의 A/S 정책이 바뀌었다.
2012년 5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애플 소형 제품의 A/S 기준을 소비자에게 한층 유리하게 변경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기존 A/S 정책은 보증기간(제품마다 다르다. 보통 1년~2년 수준)내에 고장나면 무상으로 수리해주거나, 신제품 또는 리퍼비시(공장에서 재생된제품, 이하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형태였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환불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대부분 리퍼 제품으로만 교환해줬으며, 다른 정책은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구매한지 채 한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제품이 고장나도 리퍼 제품만을 받아야 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존 애플의 A/S 정책은 구매한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 2주 내에는 ‘구매처’에서 신제품으로 교환해줬다. 그리고, 2주가 지난 후에는 A/S 센터에서 리퍼 제품으로 교환(아이팟, 아이패드)해주거나 수리(맥북)해줬다. 이 가운데 사용자가 새제품을 얼마 쓰지도 못하고 리퍼 제품으로 교환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내 정서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이러한 애플의 A/S 정책이 문제가 있다 지적했고, 지난해 10월 아이폰에 한정해 A/S 기준을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게 끌어올렸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아이맥 제외)의 A/S 기준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걸맞게 한층 강화했다.
따라서 애플의 휴대용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A/S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구매 후 최장 1개월까지 신제품으로 교환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 또한 제품을 구입하고 1개월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제품이 고장 나거나, 제품 고장에 애플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신제품으로 교환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애플의 이 같은 정책 변경이 리퍼 교환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구입하고 한달이 지난 후 고장나면 여전히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정책 변경으로는 부족하다, 직영 A/S 센터가 필요한 시점
다만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 애플의 A/S 정책이 바뀌기는 했지만, A/S의 수준이 국내업체와 비슷해진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A/S 센터는 하나도 없다. 직영 A/S 센터가 없을 경우 가장 큰 문제는 A/S 규정에 없는 고장이 발생하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단지 규정대로 A/S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애플 A/S 센터는 여러 외주업체가 별도로 운영하는 구조다. A/S를 담당하는 직원은 애플의 직원이 아닌 외주 A/S 업체의 직원이다. 때문에 권한이 작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의 A/S 담당자도 어느 정도 임의로 판단할 수 있다. 보증기간이 끝나거나 (보증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소비자의 과실로 A/S를 받는 경우에는 임의로 판단해도 문제가 없다. 이 때 발생하는 A/S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증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다. 이 때 A/S 담당자가 제품이 고장 났다고 판단해 무상 A/S를 진행하더라도, 애플에게 고장 난 곳이 없다고 무상수리를 거부당할 수 있다. 이경우, A/S 담당자는 소비자에게 A/S 비용이 발생했다고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반응은 보지 않아도 훤하며, 경우에 따라 A/S 담당자가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외주 A/S 업체는 임의로 판단하는 것을 되도록 꺼리게 되고, 결국 규정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규정에 없는 고장이 발생하면 외주 A/S 담당자는 소비자에게 애플 고객센터로 전화하라는 뻔한 답변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힘들여 제품을 들고 A/S를 받으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로 전화해 다시금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참고로 고객센터는 애플 직영이기 때문에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외주업체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전화통화만으로 제품의 하자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A/S 센터가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고장이 발생하건 간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직영 A/S 센터가 절실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