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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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1)

이어폰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귓구멍에 유닛을 끼우는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귓구멍을 통해 전달된 소리에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청각기관인 달팽이관에 도달하는 공기전도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주(tragus: 귓바퀴 앞에 있는 뾰족한 융기) 앞쪽에 부착한 후 머리뼈를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이어폰도 있다. 바로 골전도 이어폰이다. 골전도 이어폰은 공기전도 이어폰에 비해 음질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 대신 귓구멍을 압박하는 통증을 발생시키지 않아 장기간 사용할 때 적합하다.

혹시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는 버릇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잠자리에 눕는데, 이렇게 이어폰 유닛을 끼운 채로 장기간 잠들어버린다면 귓구멍과 고막이 받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골전도 이어폰이 필요하다. 하지만 골전도 이어폰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귀의 부담은 덜 수 있겠지만 이어폰의 구조상 특유의 거치적거림은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어폰 대신 베개에 작은 골전도 스피커를 결합시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바로 골전도 베개 또는 ‘숙면 베개’다. 이 아이디어는 경매를 통해 발명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무려 25억 원에 낙찰된 후 상품화됐고, 스마트폰 열풍에 맞춰 숙면 유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까지 지원하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국내 중소기업 아이담테크가 출시한 ‘아이필로우(ipillow)’가 그것이다.

골전도 스피커가 베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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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2)

아이필로우의 구조는 간단하다. 100% 폴리우레탄 재질의 메모리폼에 작은 골전도 스피커 2개를 내장했다. 골전도 스피커에는 케이블이 달렸고, 베개 한 쪽으로 튀어나온 이 케이블 끝에는 오디오 단자가 달렸다. 골전도 이어폰을 베개 속에 파묻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제품 이름 때문에 아이폰 전용 제품처럼 보이지만, 단자 규격이 3.5mm 표준 규격이기 때문에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피처폰, MP3플레이어 등 대부분의 모바일 음악재생기를 지원한다.

색상과 디자인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외피는 패턴이 없는 진한 오렌지색인데, 적당히 화려하면서도 오래 봐도 싫증나지 않는다. 베개 모양은 반달 모양이고 경추를 지지하는 부분은 위로 살짝 도드라졌다. 머리를 뉘었을 때 완전히 밀착되는 이상적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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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3)

베개 기능만 놓고 보면, 일반 메모리폼 베개와 대동소이하다. 머리를 받치면 머리 윤곽에 따라 베개가 눌리면서 압력이 고르게 분산된다. 따라서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다. 복원력 또한 우수해서, 머리를 떼면 금세 원래 모양으로 복원된다. 메모리폼 베개라면 으레 있는 항균효과도 갖췄다.

다만 열과 땀 배출에 취약한 메모리폼 베개의 단점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몸에 열이 많이 나는 사람이 이 베개를 쓴다면 제품 수명이 꽤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폼 베개는 원칙적으로 세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제품은 스피커를 내장했기 때문에 물에 담그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그나마 외피를 따로 벗겨내 세탁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곱게 자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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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4)

골전도 스피커는 베개 한 가운데, 경추가 닿는 부분에 위치했다. 스피커의 위치는 일정하기 때문에, 베개에 똑바로 누워야 골전도 방식이 제대로 작동한다. 아이담테크는 “옆으로 누우면 베개커버가 떨림판 역할을 하므로 간혹 옆 사람에게 소리가 들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즉 옆으로 누우면 마치 이어폰 유닛이 귀에서 떨어진 것처럼 소리가 공기중으로 퍼져 옆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이렇게 잠버릇이 험한 사람에게는 골전도 스피커의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일반 베개에 이어폰을 접착테이프로 붙여서 쓰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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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5)

케이블의 길이가 너무 짧다는 점은 아쉽다. 옛날 유선전화 케이블처럼 돼지꼬리모양으로 만들어져 어느 정도는 늘어나지만, 팔에 힘을 주고 당겨야 하기 때문에 베개를 베고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가 힘들다. 만일 케이블 길이가 조금 더 길었다면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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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통해 음악 들려주는 베개, 아이필로우 (6)

숙면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스마트폰 앱 ‘해피슬립’도 지원한다(현재는 아이폰용만 나와있다). 이 앱에는 숙면을 유도하는 소리,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소리,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소리 등이 담겼다. 다만 일부 기능성 음원은 별도로 구매해야 하며, 기본 음원 업데이트는 거의 되지 않으니 앱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또 자신의 코골이 소리를 녹음하거나 뒤척일 때 소리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수면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알람 기능도 있는데, 앱이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는데다 소리가 작기 때문에 아이폰 기본 알람 기능을 쓰는 것이 차라리 편하다.

2012년 4월 기준 아이필로우의 가격은 205,000원이다. 일반 메모리폼 베개가 50,000원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 중 수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나 되고, 숙면을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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