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영체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바꾸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하철,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모르는 길을 검색해 찾아가며,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등의 광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일반 사용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을 대하는 업계의 시각도 많이 변했다. 더 이상 스마트폰 제조사는 스마트폰만 만들고,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사는 운영체제만 개발해서 살아남기 힘들다. 과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뉘어 공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개발해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핵심은 모바일 운영체제에 있다. 현재 스마트폰은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RIM의 블랙베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과거 윈도모바일) 등 어떤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이 구분된다.
변화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
스마트폰이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과 같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모토로라, 노키아 등 해외 휴대폰 제조사들도 앞다투어 스마트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휴대폰 제조사 이외에 델, HP, 아수스, 레노버 등 PC 제조사도 이 경쟁에 가세했다.
스마트폰 전통의 강자 애플, RIM에 휴대폰 제조사, PC 제조사까지 들어선 모바일 시장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손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은 그 별명만큼이나 시장에서의 제품 위치가 불분명했기 때문. 특히, 스마트폰을 이어 등장한 태블릿PC는 노트북, 데스크탑PC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PC 제조사들에게 있어 스마트폰 시장의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경쟁할 무기가 없다
기존 단말기(휴대폰, PC) 제조사들의 최대 약점은 자사 제품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단말기 제조에만 역량을 투입했기에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한 접근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 PC 제조사를 생각해보자. PC용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윈도 시리즈가 꽉 쥐고 있었기에, 제조사는 PC/노트북을 잘 만들기만 하면 됐다. HP나 델이 자사가 제조하는 PC에 탑재할 운영체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는 기존 PC와는 다르다.
현재 애플, RIM을 제외한 제조사는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나 MS가 개발한 윈도모바일/윈도폰 등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해 선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말기와 운영체제간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업데이트한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선보이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제조사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아예 업데이트가 불가한 경우도 생기기 마련.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이전에 선보였던 갤럭시S와 갤럭시탭에 대해서 안드로이드 4.0버전(코드명: 아이스크림샌드위치)으로 업데이트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 참고기사: 갤럭시S와 갤럭시탭, 찬밥신세가 된 이유 - http://it.donga.com/newsbookmark/7761/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MS의 윈도모바일/윈도폰 등을 탑재한 단말기 출시에 대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한다. 또한, 지금의 이 상황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후, (모토로라를 제외한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사용 제한이나 유료 전환 등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지금도 모토로라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구글의 특혜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준비는 하고 있다
기존 제조사도 준비는 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바다 OS 탑재의 웨이브폰을 선보인 삼성전자, 팜을 인수한 이후 웹 OS를 준비 중인 HP 등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리눅스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멀티플랫폼(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운영체제 ‘타이젠(Tizen)’도 오는 MWC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블랙베리의 RIM도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플레이북)를 아우르는 블랙베리10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 나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작년 말 정부가 개발을 언급한 ‘토종 모바일 운영체제’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개발 자체에 대한 방향성이나 현실성 등을 두고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그 ‘시도’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이미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RIM의 블랙베리, MS의 윈도폰 등 모바일 운영체제는 세계에서 날고 긴다는 기업들이 날뛰는 전쟁터다. 그리고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 인력 문제 등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준비는 하되, 또 다른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
앞서 PC 제조사를 예로 들었다. PC 제조사의 기본 임무는 PC를 잘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 탑재되는 부품, 예를 들어 프로세서(CPU), 그래픽 카드(칩셋), 저장장치(HDD, SSD), 메모리(RAM), 메인보드 등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인텔, AMD처럼 프로세서 전문 제조사, 엔비디아, AMD처럼 그래픽카드 전문 제조사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부품을 잘 조합해 하나의 PC로 만들면 되었다(물론, 직접 만들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과거 애플이 ‘애플II’라는 강력한 무기로 개인용 PC 시장을 선점했지만, IBM이 ‘IBM PC’를 공개형 아키텍처로 출시한 이후는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시간이 흐를수록 IBM 호환 PC가 점차 시장을 장악해 지금 흔히 말하는 ‘컴퓨터’가 되었다. 물론, PC와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의 차이, 그때와 지금의 시장 상황 등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참고 자료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이처럼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차선책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리고 지금의 대처방안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과거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마치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어떤가. 삼성전자 및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윈도폰 등을 들고 맹추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15년이면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운영체제의 절반에 가까운 48.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현시점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물론, 각 제조사가 독자적인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은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며, 계란이 약하다고 한탄한다면 그건 바보에 불과하다. 어려울 때는 돌아가라는 말도 있는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