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1의 진정한 후계자, 파나소닉 GX1 미러리스 카메라
IT 매체에서 일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성능은 최상급에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우며 가격도 싸야 한다’는 무모한(?) 조건을 내세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이런 조건을 완벽히 갖춘 제품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다만 요즘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위의 조건들을 100%는 아니더라도 최소 51% 정도는 만족시키는 제품이 더러 있기는 하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미러리스(mirrorless) 디지털카메라’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컴팩트 카메라의 휴대성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전문가용 DSLR 카메라의 고성능과 렌즈교환 기능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품군으로, 컴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특성을 모두 갖췄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 카메라로 부르기도 한다.
초기형 미러리스 카메라는 성능 면에서는 DSLR보다 못하고, 휴대성이나 가격 면에서는 컴팩트 카메라에 미치지 못하는 어중간함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러한 단점들이 개선된 미러리스 카메라가 시장에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파나소닉(Panasonic)이 2009년에 출시한 ‘루믹스 GF1’은 성능과 휴대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큰 인기를 끌었다.
GF1 히트 이후, 파나소닉은 GF2, GF3 등의 후속모델을 연달아 내놓으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 제품들은 화소수의 향상이나 동영상 기능 강화, 터치스크린의 도입, 무게 경량화 등 많은 부분에서 GF1보다 향상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GF 시리즈의 후속 모델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수동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전문가들이나 매니아들의 불만이 컸는데, 촬영모드 다이얼이 삭제(GF2)되거나 외장 플래시를 연결하는 핫슈 단자(외장 플래시 장착부)가 생략(GF3)되는 등 제품이 지나치게 캐주얼해진 탓이다.
이번에 소개할 ‘루믹스 GX1’은 이런 위와 같은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들에 대한 파나소닉의 대답이다. GX1은 GF1에서 호평 받은 전문가 지향의 기능을 그대로 계승함과 동시에, GF2, GF3의 특징이었던 편의성 및 부가기능 역시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줌 렌즈와 단 렌즈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신형 렌즈인 ‘X렌즈’를 같은 시기에 출시,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듯 다른 이란성 쌍둥이, GF1과 GX1
GX1의 전반적인 외형은 이전에 출시된 GF1의 그것을 그대로 계승한 모습이다. 한 손으로 들고 찍어도 어색함이 없는 컴팩트한 크기는 물론, 전문가들에게 환영받을 듯한 촬영모드 다이얼과 핫슈 단자, 그리고 후면에 위치한 3인치 크기의 LCD를 보고 있자면 언뜻 동일 모델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점도 있다. 정지화면 촬영용 셔터버튼과 동영상 촬영버튼을 따로 준비해 편의성을 높인 것은 동일하지만, GX1은 그 사이에 iA(인텔리전트 오토)모드 버튼이 추가되었다. Ai 모드는 카메라에 내장된 프로세서가 촬영 환경을 인식해 자동으로 최적의 색감과 밝기를 얻을 수 있도록 각종 수치(셔터, 조리개, ISO, 화이트밸런스 등)를 조정해주는 기능이다.
GF1에서는 다이얼을 돌려 iA모드를 선택해야 했지만 GX1은 아무 때나 이 버튼만 누르면 곧장 iA 모드가 실행되므로 간편하다. 수동 촬영 기능이 충실한 GX1이지만 자동 기능 역시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터치스크린과 후면 다이얼로 원하는 사진을 ‘만들자’
후면에도 내부적인 변화가 있었다. GF1과 마찬가지로 LCD의 크기(3인치) 자체는 같지만, GX1의 LCD는 이에 더해 터치스크린 기능까지 추가됐다.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한데, 특히 사진 촬영 시에 원하는 사물에 초점(포커싱)을 맞추고자 할 때 편리하다. GF1은 터치 스크린 기능이 없어서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사물, 혹은 거리가 멀리 떨어진 사물에는 초점을 맞추기가 다소 번거로웠지만 GX1이라면 이런 불편이 없다.
그리고 LCD의 우측 상단에는 GF3에서는 생략되었던 후면 다이얼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특히 수동 모드에서 셔터 속도와 조리개 수치를 신속하게 바꾸며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연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GF3에서는 생략된 핫슈 단자도 GX1에서는 건재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GF3에서는 생략되었던 핫슈 단자도 GX1에서는 건재하다. 여기에는 카메라에 자체 내장된 소형 플래시로는 원하는 밝기를 얻을 수 없는 야간 촬영 시에 유용하게 쓰이는 외부 플래시(스트로보)를 장착할 수 있다. GX1에는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소형 플래시 외에도 일반 DSLR용 대형 플래시(올림푸스 제품도 호환 된다)도 장착이 가능하다. 물론 일반 DSLR용 플래시를 장착할 경우엔 카메라 본체보다 플래시가 더 커지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긴 하지만, 이 기능을 아예 못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더욱이 핫슈 단자는 스튜디오 촬영 시에 스탠드형 플래시와 통신할 수 있는 무선 동조기도 꽂을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핫슈 단자 외에 카메라 자체적으로도 소형 플래시를 내장하고 있다. 후면 좌측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팝업 형식으로 튀어나온다. 내장 플래시의 밝기는 GN(가우스넘버, 밝기기준 수치) 7.6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컴팩트카메라용 플래시 수준이다. 최소 GN 20 정도의 밝기를 낼 수 있는 외장 플래시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취미용 촬영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줌렌즈의 기능성과 단렌즈의 휴대성을 하나로, 파나소닉 X렌즈
파나소닉이 GX1의 출시에 즈음해 함께 내놓아 화제가 된 것이 바로 ‘X 시리즈’ 렌즈(이하 X렌즈)다(물론 GX1은 X렌즈가 아닌 기존의 줌렌즈나 단렌즈도 호환된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렌즈’라면, 조리개 수치(밝기)나 초점(촬영 가능 거리) 거리가 우수한 렌즈를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파나소닉의 X렌즈는 조리개 수치나 초점 거리 같은 사양 면에서는 매우 평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휴대성 때문이다.
예전에 나온 미러리스 카메라용 줌 렌즈는 초점 거리를 늘리기 위해 기다란 경통을 갖추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본체가 큰 일반 DSLR이라면 경통이 긴 렌즈를 장착해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지만, 휴대성을 강조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라면 이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수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들은 경통 길이가 3~4cm로 짧은 단렌즈를 애용하곤 했다. 단렌즈는 휴대성이 좋고 밝기도 우수해서 미러리스 카메라와 궁합이 좋다. 다만 단렌즈는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어서(줌 기능이 없어서) 촬영 대상과의 거리에 따라 ‘발줌’을 해야 하는 것이 불편한 점이다.
하지만 GX1과 동시에 출시된 X렌즈는 기존 줌 렌즈와 동일한 성능을 가지면서 경통 길이가 절반 이하로 짧아졌다. 그리고 일반 줌 렌즈는 경통을 직접 돌려 초점 거리를 조절하지만 X렌즈는 측면의 전동 레버를 밀어 조작하는 방식인 것도 특이하다.
이번 리뷰에서 사용한 ‘LUMIX G X Vario PZ 14-42mm’ 모델의 경우, 경통 길이가 2.7cm에 불과한데도, 조리개 수치(F3.5~F5.6)나 초점 거리(14-42mm)는 이전에 나온 동사의 표준 줌 렌즈인 ‘LUMIX G Vario 14-42mm’와 완전히 동일하다. 한마디로 단렌즈급의 휴대성을 가진 줌렌즈라는 것이다. 작은 크기에서 최대의 활용성을 추구하는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로서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유사한 사양의 기존 렌즈에 비해 가격이 3배나 비싸다는 점은 구매의 걸림돌로 작용할 듯 하다.
빠른 AF와 우수한 노이즈 저감 능력 인상적
GX1은 내부적인 사양도 크게 향상되었다. 파나소닉 특유의 ‘Live MOS’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점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화소 수가 1,210만에서 1,668만 개로 향상되어 보다 정밀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촬영 가능한 동영상의 화질이 HD급(1,280 x 720 해상도)에서 풀HD급(1,920 x 1,080 해상도)로 향상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 밝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ISO(빛에 대한 감도)를 높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자면 노이즈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GX1은 노이즈를 억제하는 화상 처리 엔진인 ‘비너스 엔진 FHD’을 탑재했다. GF1은 최대 3200까지 ISO를 높일 수 있었지만, GX1은 최대 12800까지 ISO를 높일 수 있을 정도로 노이즈 저감 능력이 향상되었다.
실제로 GX1에 X렌즈를 장착하고 촬영해 보니 일단 AF(오토포커스, 자동 초점)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꾸물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초점을 찾아준다. 빠른 AF는 예전부터 파나소닉 미러리스 카메라의 전매특허였는데, GX1 역시 이 특허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와 함께 LCD에 현재 카메라의 기울어진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직/수평 각도 표시계도 나타나므로 기울어짐 없는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다.
이미지의 세부 표현 능력과 노이즈 저감 능력 면에서도 최근 나오는 미러리스 카메라 중에 상위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이 매우 강한 곳에서 찍은 이미지에서도 밝은 색 옷의 주름이나 레이스를 왜곡 없이 섬세하게 표현하며,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기 위해 ISO를 높일 경우에도 ISO 1600 정도 까지는 노이즈 발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일반인 보다는 매니아, 여성보다는 남성 지향적인 카메라
파니소닉 루믹스 GX1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파나소닉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제품이다. 성능 면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GF3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지만 컨셉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GF2나 GF3가 일반인, 혹은 여성 지향적이라면 GX1은 매니아, 혹은 남성 지향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2009년에 출시된 GF1과 유사점이 많다.
본 기사의 첫 머리에서 이야기한 ‘성능과 휴대성, 가격 경쟁력’까지 모두 갖춘 카메라를 찾는다는 사람이 있다면 GX1은 좋은 구매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미러리스 카메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X렌즈까지 함께 구매한다면 가격이 껑충 뛰는 것(바디 + 14-42 X렌즈 세트 가격이 1,049,000원)은 다소 아쉬운 점이며, 전문적인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캐주얼한 사용자라면 GF3 쪽이 더 잘 어울린다(이쪽이 가격도 더 싸다).
GX1은 전반적인 제품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제품 컨셉이 너무 확실해서 사람을 가리는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해 두자. ‘셔터 속도’, ‘조리개’, ‘ISO’와 같은 카메라 기초 용어의 의미를 확실히 알고 있으며, 이것 저것 조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사용자라면 GX1은 생각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장난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