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100만 대 돌파, 잡스 이번만은 당신이 틀렸소
2011년 12월 29일,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가 국내외 합쳐 100만 대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이는 출시 2개월 만에 거둔 성과로, 5.3인치라는 생소한 크기의 틈새시장 공략용 제품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안착했다”라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판매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갤럭시 노트의 가장 큰 특징은 와콤의 디지타이저(전자유도) 방식 터치펜인 ‘S펜’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S펜에 적용된 디지타이저 방식은 기존의 감압식이나 정전식보다 한층 더 진보된 방식으로, 필기를 할 때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다.
사실 터치펜 자체는 크게 놀랍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감압식 터치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에도 터치펜은 사용됐었다. 당시 사용자는 직접 자필로 문자를 보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터치펜을 활용했다. 또한, 감압식의 특성상 손가락으로 누를 때 엉뚱한 데가 눌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로도 사용했다.
하지만 정전식 입력방식의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고 난 이후, 터치펜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점점 사라졌다. 터치펜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감압식 입력방식의 경우 멀티터치(두군데 이상 동시인식)가 되지 않아 정전식 입력방식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감압식 입력방식의 단짝과도 같던 터치펜도 볼 수 없게 된 것.
이뿐만이 아니다. 정전식 입력방식은 터치펜이 없어도 손가락만으로도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어 감압식 입력방식보다 편리했다. 또한, 터치펜은 보관하기도 번거로와 분실 위험이 높아 불편했다. 스티브잡스 전 애플CEO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에 더 이상 터치펜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터치펜을 필요로 하는 일부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수없이 등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터치펜 액세서리 등이 바로 그 증거다. 정전식 입력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지만,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는 터치펜의 정확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터치펜은 손가락보다 더 정확하게 누르는 위치를 지정할 수 있고, 필기를 할 때도 터치펜으로 적으면 손글씨를 쓰는 것처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전식 입력방식과 터치펜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정전식 입력방식과 터치펜을 함께 사용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현하기 어렵다. 정전식 입력방식은 정전기를 통해 입력을 인식한다. 이에 정전식 입력방식 전용 터치펜을 사용해야 한다. 이 정전식용 터치펜은 전기가 통하는 특정재질로 만들어야 하고,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야 한다(끝이 뾰족하면 정전기가 적게 일어나 인식이 잘 되지 않기 때문).
따라서 그냥 손가락으로 쓰는 것과 정확도 측면에서 딱히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터치펜을 쓸 때 손가락 또는 손바닥이 스마트폰 화면에 같이 닿았을 경우, 멀티터치로 인식되기 때문에 필기 시 실수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아무리 많은 필기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이 등장해도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필기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디지타이저 방식의 터치펜 S펜을 사용한 것. S펜의 장점 중 하나는 화면에 필기할 때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S펜에 붙어있는 버튼을 통해 선의 굵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마치 공책(즉, 갤럭시 노트)에 연필로 글을 쓰듯 자연스럽게 필기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 기능을 보조하기 위해 전용 필기 어플을 갤럭시 노트에 탑재했으며, 해당 API를 공개해 다른 개발자 또는 개발사가 다양한 갤럭시 노트용 추가 어플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물론, 정전식 입력방식도 지원해, 손가락과 S펜을 번갈아 가며 쓸 수 있다).
다만, 필기입력이 반 박자 정도 느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S펜을 활용한 전용 어플이 아직 다양하지 않다. 또한 국내용 갤럭시 노트는 4G LTE용으로 출시하기 위해 프로세서를 바꿔, 해외용 갤럭시 노트보다 성능이 낮고,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다고 지적되다 있다. 때문에 S펜 입력이 더 느리다는 소문이 돌아 일부 사용자는 해외용 갤럭시 노트를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다행히(?) 필기기능은 국내용과 해외용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
갤럭시S2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 취향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갤럭시S2만으로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점에 주목해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제품 라인업의 다양화). 그리고 빠른 속도로 100만 대 이상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도 좋겠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소위 '꼼수'라고 불리는 점이 하나 섞여 있다. 100만 대 판매라는 수치는 통신사에 넘긴 공급량 기준이며, 실제로 사용자에게 판매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갤럭시 노트의 국내 공급량은 22만대 내외이며 이 가운데 실제로 사용자에게 판매된 것은 약 7만~8만 대 정도일 뿐이다. 즉,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갤럭시 노트도 전체 판매량에 포함된 셈.
현재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과 중국에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 상태이며, 이후 미국과 일본에 갤럭시 노트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가 얼마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