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형 PC, 이 정도는 되야 - LG전자 V300
많은 사용자들이 일체형(올인원) PC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본체와 모니터가 한 몸체에 있다 보니 성능이나 확장성 면에서 일반 PC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C라면 모름지기 ‘성능’이 최우선이라 여겼기에 일체형 PC의 입지는 더욱 작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PC 성능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됨에 따라, 최근에는 사양·성능보다 실리성과 편의성 등을 고려한 PC가 인기를 얻고 있다. 범용성·확장성은 일반 PC에 훨씬 미치지 못함에도 애플의 아이맥이나 맥미니 등이 잘 팔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대부분의 사용자는 더 이상 성능에 목 말라 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일체형 PC는 일체형 특유의 편의성과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갖춰 가정용이나 사무용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일반 PC가 갖는 투박하고 단편적인 디자인을 벗고 하나의 ‘인테리어 IT 기기’로 당당히 인정 받고 있는 추세다. LG전자의 일체형 PC인 V300-DE10K(이하 V300)을 보면 우리나라의 일체형 PC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게 모니터야 본체야
V300의 외형은 영락 없는 LCD/LED 모니터 그 자체다. 그것도 상당히 ‘잘 빠진’ 디자인의 모니터다. 한번 흘겨 본 것 만으로는 과연 컴퓨터 부품이 저 안에 제대로 들어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크기는 23인치 모니터와 비슷하다. 가까이서 보니 어지간한 TV 수준이다. 광시야각(좌우 178도)을 제공하는 IPS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해 화면을 어느 쪽에서 보든 색 번짐이나 왜곡현상이 거의 없다. 최근 들어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컴퓨터의 주요 부품은 모니터와 스탠드 내부에 눈에 띄지 않게 배치됐다. 전원 버튼을 비롯한 각종 입출력단자(USB, 오디오/마이크, SD 메모리 리더기, DVD 드라이브 등)는 하단에 위치해 있다. 전원은 손가락으로 터치해 On/Off 할 수 있으며, 일체형 PC의 특성 상 모니터와 본체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모니터 뒷면에도 각종 입출력 단자가 있다. 전원, 유선랜은 기본이고 입력 출력을 겸하는 HDMI 단자에 심지어 e-SATA 단자까지 갖췄다. 특히 TV 수신을 위한 단자까지 내장한 점은 V300의 활용성을 더욱 높여 준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훌륭하다 평가하고 싶다. 순백색 몸체에 모니터 가장 자리를 검은 테두리로 둘러 색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신혼 가정이나 회사 내 응접실과 회의실 등에 가져다 놓으면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한다. 더욱이 본체와 통일된 디자인을 유지한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연결용 USB 동글 포함)도 깔끔한 디자인 기조를 잘 살려주고 있다. 참고로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는 유선으로도 연결할 수 있어 배터리가 방전돼도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본체에 동봉된 키보드의 경우, 숫자 패드까지 포함한 일반형 제품으로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고 슬림한 디자인이다. 다만 애플의 ‘매직키보드’와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타이핑 각도를 조절할 수 없고 키감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점까지 유사하다. 한편 함께 들어 있는 무선마우스는 딱히 흠잡을 것 없이 무난한 수준이다.
썩 봐줄 만한 디자인 제품이지만 옥의 티도 분명 있다. 본체 하단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스티커가 그 중 하나다. 이는 마치 격조 높은 고급 승용차 차체에 쓸데없는 엠블럼을 부착한 것 같다. 만약 V300을 구매했다면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로고나 스티커는 과감히 제거하길 권한다.
모니터의 높이는 조정할 수 없고 정면에서 바라보는 각도만 앞뒤로 약 20도 정도 젖혀 진다.
3D 입체영상에 터치스크린까지
V300의 주목할만한 첫 번째 특징은 바로 3D 입체 영상과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V300은 편광필름 방식의 3D 입체 영상을 지원하며, 제품 구성에 3D 안경과 클립형 안경 두 가지가 같이 들어 있다.
아직 3D 입체 영상이 대중화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기기의 출력 능력은 과거보다 확실히 개선됐음을 V300으로 확인할 수 있다. V300은 23인치 IPS LED 디스플레이에 최대 해상도 1,920x1,080을 지원하며, ‘TriDef 3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3D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3D 입체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눈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전반적인 입체 영상의 품질은 양호한 편이다. 이 정도면 꼬리표처럼 따라 붙던 화질 논란도 해소될 수 있으리라 본다. V300에 포함된 편광 입체 안경은 3D 영화 상영관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이다. 또한 안경 착용자를 위한 클립형 3D 안경도 포함되어 있다. 사용 편의성을 고려하면 배터리가 들어가는 셔터글래스 방식에 비해 훨씬 유리하리라 판단된다.
다만 3D 입체 영상 콘텐츠는 지금보다 다양해 져야 할 것이다. V300을 구입해도 막상 3D 입체영상으로 볼 만한 영화나 드라마는 아직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정말로 3D 입체 영상 분야를 선도하고 싶다면 출력 기기뿐 아니라 3D 콘텐츠 육성이나 배포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V300의 두 번째 특징은 23인치 화면 전체가 터치스크린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아직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게 익숙한 상태라 처음에는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본 리뷰를 작성하면서 최대한 터치 기능을 활용하고자 했다. 문서 작업이나 게임 등에서는 큰 의미 없지만 웹 서핑에서는 적잖은 유용함을 얻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톡톡 찍어 인터넷 페이지를 열고 이동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편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웹 페이지 내 글자가 작은 경우 한 번에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익숙해지니 큰 불편은 없었다. 아울러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도 터치스크린을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이에 V300은 가정뿐 만 아니라 회사 내 응접실, 회의실 또는 대형 미용실, 커피전문점 등에 고객용 컴퓨터로 배치하기에 적합하리라 판단된다. 일체형 제품이라 이동이나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 일체형이라면 TV는 기본이지
그렇다면 V300은 어떤 사용자에게 가장 어울릴까? 앞에서 언급한 일반 가정이나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사용자가 해당될 수 있겠지만, 본 리뷰어가 생각하는 이는 ‘원룸 거주자’다. 원룸은 일반적으로 5~8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 온갖 살림이 꽉 들어차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한대 들여 놓기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공간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는 20~24인치 내외의 TV와 모니터를 선택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V300은 사용자에게 또 다른 선택 사항을 제시한다. 23인치의 TV, 모니터, PC 본체를 하나로 뭉쳐 놨기 때문이다. 이사가 잦은 원룸 거주자의 특성 상 이삿짐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아기자기한 원룸 인테리어를 원하는 여성 사용자도 충분히 만족하리라 예상한다.
V300의 TV 기능은 쓸만할까? 과연 얼마나 TV 다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예전부터 PC와 TV의 접목은 본체 내외장형 TV 수신카드를 통해 제공됐다. 그만큼 PC로 TV를 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이었다.
V300은 내부에 TV 수신 튜너를 내장했다. 따라서 TV 안테나 케이블을 끌어와 연결하면 TV를 볼 수 있다. 만약 HD 방송이 들어온다면 HD 방송까지 그대로 볼 수 있다. PC와 결합된 제품이라 일반 TV와 달리 사용이 복잡한 것 아닐까 하는 우려도 가질 필요 없다.
연결방법은 간단하다. 안테나 케이블을 연결하고 V300에 들어 있는 리모컨 중앙에 있는 녹색 윈도우 로고 버튼을 누르면 ‘윈도우 미디어 센터’라는 푸른 화면의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이는 윈도우 비스타부터 등장한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인데, 일반 PC에서는 큰 효용이 없지만 V300과 같이 TV가 수신 가능한 일체형 PC 에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윈도우 미디어 센터로는 TV 시청/녹화, 동영상/사진 재생, DVD재생, 라디오 청취(라디오 튜너 내장한 경우) 등을 리모컨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TV 안테나 케이블을 연결한 후, ‘TV 설정’ 화면에서 TV 신호를 검사하면 된다. TV 신호 설정이 완료되면 이제 인터넷을 통해 각 채널의 프로그램 목록도 받아온다.
프로그램 목록까지 다 가져 오면 이제부터 V300은 PC가 아닌 23인치 HD TV가 된다. 모든 조작은 일반 TV와 마찬가지로 리모컨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다만 리모컨이 그다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V300을 일반 화질(SD) 안테나 케이블에 연결했다. HD 만큼 깨끗하지는 않지만 일반 TV와 차이 없이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준다. 리모컨으로 채널 변경, 볼륨 조절 등 TV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방송 화면이 4:3 비율로 나올 경우 TV 설정 메뉴를 통해 전체 화면으로 맞추면 일반 TV처럼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또한 디지털 TV처럼 방송에 대한 간단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PC와 TV가 결합됨으로써 얻는 장점은 또 있다. 바로 TV 방송을 즉시 녹화,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윈도우 미디어 센터에는 방송 녹화 기능이 있는데, 리모컨의 녹화 버튼만 누르면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이 녹화된다. 예약 녹화도 가능하다. 프로그램 편성표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예약 녹화를 걸어 두면 된다. 이러한 작업이 리모컨 만으로도 가능하니 TV라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V300은 DLNA 기능을 지원해 주변의 다른 PC, 스마트폰, 저장장치 등에 저장된 영상도(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원격 재생할 수 있다. V300에 설치돼 잇는 ‘LG FUNtasia’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같은 네트워크에 있는 기기를 검색해 사진, 동영상 파일 목록을 출력한다. 이를 선택하면 해당 파일이 V300에서 재생된다.
뿐만 아니라 V300에는 요즘 디지털 TV라면 대부분 제공하는 ‘타임머신’ 기능도 들어 있다. 즉 생방송 중 바로 수초 전의 방송 화면을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축구경기를 보다 잠시 화장실 다녀 오는 동안 골이 들어갔다면 방금 전 골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 사용자에 따라 효용성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다다익선이라 하듯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보인다.
이 밖에 IPTV 셋탑박스나 PS3, XBOX 360과 같은 비디오 게임기도 HDMI포트로 연결해 즐길 수 있다. 다만 HDMI포트가 하나인 점은 약간 아쉽긴 하다. 디지털 기기가 다양해 짐에 따라 서너 개 정도 마련해 두었다면 훨씬 활용 가치가 높을 것이다.
사양? 성능? 옵션? 일체형 PC라고 무시하지 마라
일체형 PC의 한계상 부품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PC 부품 사양이 높아지고 교체 주기가 잦아져 예전과는 달리 특정 부품만을 교체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냥 완제품 사서 3~4년 정도 사용하다 새 완제품을 구입하는 형태다. 따라서 V300과 같은 일체형 PC가 예전보다 훨씬 쓸 만한 제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V300은 모델에 따라 사양이 조금씩 다르다. 본 리뷰에 사용된 V300은 DE10K 모델로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2410M(노트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4GB의 메모리, AMD 라데온 HD6600M(노트북용 외장 그래픽 칩셋), 500GB 하드디스크 등 중급 노트북 수준의 사양을 갖췄다.
PC의 종합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퍼포먼스테스트 7.0 64비트’ 프로그램을 통해 점검하니 1,026점을 기록했다. 과거의 일체형 PC가 500~700점대를 기록해왔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3D 게임으로도 기본 성능을 확인했다. 사양을 제법 따지면서 대중적인 게임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 2’다. 게임 내 옵션에서 ‘텍스처’와 ‘그래픽 품질’을 ‘중간’으로 설정하고 플레이 하니 어떤 전투 장면이든 별 다른 끊김 현상 없이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에는 비교적 괜찮은 성능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두 옵션을 모두 ‘높음’ 이상으로 설정하니 게임 도중 프레임이 끊기거나 지연되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꾹 참고 플레이할 순 있지만 한두 번씩 뚝뚝 끊어지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V300의 사양과 성능은 중급 노트북과 비슷하므로 당연한 결과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2는 3D 입체 영상을 지원해 V300으로 3D 입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그 외 풀 HD(1080P) 동영상을 보든 요즘 잘나가는 인터넷 웹 게임을 하든, 넘치지는 못할지 언정 부족한 성능을 보여주진 않았다. V300의 주된 용도인 가정용, 업무용 및 원룸용으로는 전혀 불편하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성능에 대한 요구는 사용자마다 다르겠지만, 강력한 성능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다.
다만 사운드 품질은 다소 부족한 듯하다. 아무래도 비좁은 본체에 풍부한 음량의 스피커까지 넣기가 곤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RS 음장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지만 음량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체형 PC의 재도약을 기원하며
일체형 PC는 일반 PC에 비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설치, 사용이 쉽고 이동도 간편하다. 게다가 각종 케이블도 줄이고 공간 활용에도 용이하며, 주변 인테리어와도 자연스럽게 조화된다. 그럼에도 일체형 PC는 그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동안 제품 디자인이나 편의성보다는 사양이나 성능에 사용자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컴퓨팅 사용 패턴이 바뀜에 따라 주목 받는 제품도 변하고 있다. 노트북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성능의 태블릿 PC가 엄청나게 판매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데스크탑도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됐다. 과거처럼 채 10%도 활용하지 않는 잉여 성능보다는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을 고려하는 것이 다가 올 2012년 PC를 선택하는 기준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