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를 위한 고속 인터페이스 - SATA(Serial ATA)
PC의 구성품 중 중요한 부분은 CPU(중앙처리장치)와 RAM(주기억장치), 그리고 하드디스크(보조기억장치)다. 이 세가지 요소의 성능이 고르게 향상되어야 실질적인 처리 속도의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반도체 기반의 장치인 CPU와 RAM에 비해 자기디스크 기반 장치인 하드디스크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뒤떨어 질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PC 전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곤 했다.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느린 이유는 장치 자체의 재질과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결 방식)의 문제도 있었다. 1980년대 PC 개발 초기부터 써온 병렬 ATA(Parallel AT Attachment, 통칭 ‘IDE’, 혹은 ‘PATA’)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하드디스크 및 ODD(광디스크 드라이브)용 인터페이스로 널리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PATA 인터페이스도 몇 번의 개량을 거쳐 약간의 성능 향상이 있었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 면에서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PATA(IDE)를 대체하기 위해 태어난 SATA 인터페이스
PATA 인터페이스는 속도뿐 아니라 편의성 면에서도 불리했다. 데이터의 경로를 여러 개로 분산시켜 성능을 높이는 병렬 구조의 특성 때문에 PATA 방식의 하드디스크와 ODD는 40개의 핀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의 커넥터와 케이블을 사용해야 했고(후기에는 80선 규격의 PATA 케이블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장치 및 케이블을 소형화 하는데 불리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핀을 사용하다 보니 데이터 전송 도중에 신호의 누락이나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컸고, 이는 데이터 전송 시 안정성과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86년에 PATA보다 데이터 안정성과 전송속도를 향상시킨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 스커지) 인터페이스가 발표되었지만, 표준 규격이 완전히 확립되지 못하고 장치의 가격이 비싸서 PC보다는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용으로만 보급되는데 그쳤다.
이러한 이유로, PATA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드디스크 및 ODD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표준 인터페이스를 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2003년에 처음으로 규격이 재정된 ‘직렬 ATA(Serial ATA)’ 인터페이스다. 통칭 ‘SATA’, 혹은 ‘사타’로 부르는 이 인터페이스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기존의 PATA와 달리 직렬 구조의 데이터 전송 방식을 갖추고 있다.
크게 향상된 편의성과 안정성
40개의 접점을 사용하는 PATA와 달리, SATA는 커넥터의 접점이 7개로 줄어들었으며 이로 인해 포트의 크기와 케이블의 굵기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PATA용 데이터 케이블은 너비가 5cm에 육박하지만 SATA용 케이블의 너비는 8mm에 불과하므로 PC 내부 공간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으며, 케이블 및 포트의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PATA 환경에서는 전송 오류 발생의 우려 때문에 케이블의 최대 길이가 40 ~ 50cm 정도로 제한되었지만, SATA 환경에서는 1m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쓸 수 있다.
그리고 병렬 구조의 PATA 인터페이스에서는 하나의 케이블에 2개의 하드디스크나 ODD를 함께 연결한 뒤, 각 장치에 꽂힌 점퍼(jumper, 커넥터의 일종)의 배치에 따라 이를 구분해 사용하는 마스터/슬레이브(Master/Slave) 개념이 있었지만, 직렬구조인 SATA 인터페이스에선 이런 개념 없이 각 디스크가 각각의 포트와 케이블을 사용해 메인보드(주기판)와 직접 연결된다. 이로 인해 2대 이상의 디스크를 함께 설치할 때 점퍼나 케이블의 조정을 해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외에, PATA 환경에서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 반드시 PC의 전원을 꺼야 했지만, SATA 환경에서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하드디스크의 교체가 가능한 핫 스와핑(hot swapping)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모든 PC에서 SATA 하드디스크의 핫 스와핑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해당 PC의 메인보드 및 운영체제에서 AHCI(Advanced Host Controller Interface) 규격을 지원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SATA 규격은 기본적으로 PC 내부에 설치되는 내장형 하드디스크를 위한 것이지만, 휴대용 외장형 저장장치인 외장하드를 위한 별도의 SATA 규격도 지정되어 있다. 외장형 SATA 규격은 ‘eSATA’라고 하는데, 내부적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는 일반 SATA와 동일하다. 다만, 커넥터 및 케이블의 규격은 일반 SATA와 다른 것을 사용하며, 최대 2m에 이르는 긴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대 6Gbit/s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 가능
위와 같이 SATA 인터페이스는 PATA 인터페이스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PATA 규격의 경우, 실질적으로 마지막 규격이라고 할 수 있는 Ultra ATA/133 모드에서 최대 1.33Gbit/s의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SATA의 경우, 2003년에 등장한 첫 번째 규격부터 최대 1.5Gbit/s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후 SATA 규격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점차 향상되어 2005년,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가 3.0Gbit/s로 빨라진 ‘SATA 리비전(Revision) 2.0’ 규격이 발표되었으며, 2008년에는 6Gbit/s의 최대 전송 속도를 내는 ‘SATA 리비전 3.0’ 규격이 발표되었다. 2011년 현재,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SATA 리비전 2.0 규격의 제품들이지만, SATA 리비전 3.0 규격을 지원하는 메인보드 및 하드디스크가 다수 출시되고 있어 조만간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ATA의 각 버전은 같은 모양의 포트와 커넥터를 사용하며, 내부적으로도 하위호환성을 갖추고 있어 서로 버전이 다른 하드디스크 및 메인보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는 양쪽 제품 중 하위 버전의 성능으로 동기화된다. 예를 들어 SATA 리비전 3.0 규격의 하드디스크와 SATA 리비전 2.0 규격의 메인보드를 함께 사용할 경우, 전체 성능이 SATA 리비전 2.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참고로 시중에는 다소 가격이 비싼 SATA 리버전 3.0 규격 전용 케이블이라는 제품이 팔리고 있긴 하지만 벤치마크(성능 측정) 프로그램 사용시, 기존 SATA 케이블에 비해 약간의 수치 변화가 있을 뿐, 체감적인 성능 차이는 거의 없으므로 일부러 이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SATA3? SATA 3.0? SATA 6Gbit/s? 뭐라고 부르지?
SATA 리비전 3.0 규격은 현재 시장에서 SATA3, SATA 3.0, SATA 6Gbit/s 등 다양한 명칭으로 표기되고 있다. SATA 규격의 표준을 관장하는 ‘SATA-IO(Serial ATA International Organization: SATA 국제 협회)’에서는 ‘SATA 리비전 3.0’, 혹은 ‘SATA 6Gbit/s’로 부를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편의상 ‘SATA3’, 혹은 ‘SATA 3.0’이라고 지칭하곤 한다. 다만, 이 경우엔 SATA 3.0Gbit/s(SATA 리비전 2.0) 규격과 혼동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품 구매 시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위 규격의 SATA 하드디스크를 쓴다 하여 PC의 전반적인 속도가 몇 배로 빨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페이스 속도의 발전에 비해, 하드디스크 자체의 속도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SATA 리버전 3.0은 일반 하드디스크가 아닌 SSD(Solid State Drive: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에 적용했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