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생일선물로 딱! 필립스 아쿠아터치 전기면도기
평소에 의류나 잡화, 장신구 등에 영 관심이 없는 남자친구. 더구나 로션이나 스킨 등의 남성 기초 화장품은 선물해 봐야 1년 내내 찍어 바르는 일이 없다. 딱히 좋아하는 것, 찾는 것, 원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러니 매년 그의 생일만 되면 고민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 동안 생일 선물로 건넨 ‘준’명품 가방도, 자켓도, 구두도 그다지 애용하는 것 같지 않다. 올 생일에는 뭔가 유용하고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 이에 오늘도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지만 눈에 띄는 게 없다.
괜찮은 선물이 여기 하나 있다. 남자들만을 위한 ‘전기면도기’다. 남자에게 있어 전기면도기는, 없어도 일상 생활에 큰 지장 없으나 있으면 정말 편리한 것. 하지만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왠지 아까운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지금까지 선물한 적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전기면도기를 선물로 받은 적 있는 본 리뷰어의 경험에 비춰 틀림 없는 사실이다.
전세계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필립스의 ‘아쿠아터치(AquaTouch) AT890’을 일단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아래 리뷰를 참고하라. 따라서 이 리뷰는 남성용 생활기기인 전기면도기에 대한 체험기지만 정작 눈 여겨 봐야 할 대상은 여성이다.
참고로 본문에서 ‘남자친구’는 상황에 따라 ‘남편’, ‘남동생’, ‘아빠’, ‘오빠’, ‘형부’, ‘시동생’ 또는 ‘편집장’등으로 치환해도 무리 없다.
전기면도기 진화의 시작
전기면도기라는 게 사실상 외형이나 디자인에서 큰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 물론 한 눈에 보기에도 뭔가 ‘있어 보이는’ 외형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전기면도기니까. AT890의 외형은 필립스에서 수십 년간 전세계 시장에 내놓은 수 많은 전기면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단에는 3개의 회전 칼날 부분(헤드)이, 중앙에는 전원 버튼이, 뒷면에는 구레나룻의 잔수염을 제거하는 소형 칼날(정식 명칭이 ‘팝업트리머’다)이, 마지막으로 하단에는 충전용 단자가 있다. 더 이상 소개할 외형적 요소가 없다.
상단 3개 칼날부는 앞쪽의 버튼을 누르면 페달 쓰레기통 뚜껑 열리듯 위로 젖혀진다. 물론 깎인 수염 제거 또는 세척을 위한 것이다. 세척한 지 오래된 경우 무턱대고 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산사태처럼 쏟아지는 수염 잔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알아서 세척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는 게 좋다. 참고로 3개칼날부는 턱 주위의 굴곡에 따라 얼굴 면에 밀착되도록 부드럽게 움직인다.
구레나룻용 칼날은 하단의 버튼을 아래로 내리면 툭 튀어 나온다. 이는 특히 구레나룻을 깔끔하게 제모하기에 요긴하다. 물론 남자친구가 일부러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다면 사용할 기회가 적을 것이다(아울러 구레나룻을 기른다고 절대 ‘터프’해 보이는 게 아니라고 설득하라. ‘터프함’과 ‘지저분함’은 별개다).
AT890의 몸매는 (쓰다 만)S자 라인이다. 그래서인지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썩 괜찮다. 더구나 전원 버튼이 있는 부분에는 빗살무늬 미끄럼 방지 고무가 덧대어 있어 느낌도 좋다. 왼손 또는 오른손으로 사용하기 편한 대칭형 구조다.
충전은 AT890 전용 케이블에 끼우면 자동으로 시작되며, 약 1시간 충전에 5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우 50분?’이라 하겠지만, 전기면도기가 MP3 플레이어도 아니고 연속으로 50분 동안 사용할 일이 거의, 아니 아예 없다. 하루 평균 3분 정도 사용한다면 한번 충전 후 보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행여 배터리가 아예 바닥난 경우 3분만 충전해도 한번은 면도할 수 있다(급속충전 기능이다).
샤워와 면도를 동시에, ‘멀티태스킹’ 방수 전기면도기
앞서 언급한 대로, 전기면도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본 리뷰어도 물론 포함) 세척에 그리 진취적이지 못하다. 잔뜩 쌓인 수염더미나 어쩌다 한번 비우는 게 전부다. AT890은 남자친구의 ‘귀차니즘’을 배려한 100% 방수 기능을 제공한다. 뚜껑 열어 흐르는 수돗물에 슬슬 헹구면 그만이다. 결정적으로 샤워하면서도 면도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쿠아터치의 특장점이다. 바쁜 아침에 샤워와 면도를 ‘멀티태스킹’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하다 놓쳐 욕조에 퐁당 빠져도 고장 나지 않는다(낙하 충격으로 인한 파손은 제외). 또한 평소에 쉐이빙폼(면도 거품)이나 젤을 사용한다 해도 AT890으로 곧바로 면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에 물기가 없는 상태에서 1회용 면도기 등으로 면도하면 대단히 따갑기도 하고, 자칫 면도날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남자들이라면 한번쯤 경험 있을 것이다). AT890은 얼굴에 물기가 있던 없던 안전하고 깔끔하게 면도가 가능하다. 피부보호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 또한 AT890의 특징이기도 하다. 실제로 본 리뷰어가 사흘간 면도하지 않은 완전 건조 상태에서 AT890으로 대충대충 아무렇게 면도했는데, 면도 중 또는 면도 직후 조금의 따가움도 느낄 수 없었다. 1회용 면도기로 면도하고 ‘애프터쉐이브’ 등의 스킨 로션을 바르면 이 때도 역시 따끔거림이 있었는데, AT890 사용 직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아 나름 만족스러웠다.
흔히 전기면도기로는 1회용 면도기만큼 깨끗하게 면도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본 리뷰어도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AT890을 사용한 뒤로는 전기면도기로도 얼마든지 깔끔하고 깨끗하게 면도가 가능함을 깨닫게 됐다. 1회용 면도기를 사용할 경우 항상 거울을 봐야 하지만, AT890은 거울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슥슥 문질러도 만족스러울 만큼 깔끔하게 면도된다(물론 거울을 보면 더욱 좋긴 하다).
남자친구의 ‘V라인’ 턱 선을 위한 선물
아쿠아터치 AT890은 여행이나 출장을 위한 휴대용 파우치도 제공한다. 물론 본체 외 충전 케이블 등을 함께 넣을 만큼 넉넉하진 않지만, 15일 이상의 장기 출장이 아니라면 충전 케이블이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외 3개 칼날부보호캡도 제공되니 사용 후 닫아 두는 게 좋다.
아무리 옷을 깔끔하게 입어도 수염이 덥수룩하면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이에 평균적으로 이틀에 한번 꼴로 면도를 해야 하는 남자친구의 ‘고충’을 덜어 주기 위해 전기면도기는 꽤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가슴 설레는 첫 키스의 순간, 남자친구의 턱수염에 산통 깬 경험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 전기면도기가 절실하다. 가격도 (생일 선물치고는) 그리 부담 없다. AT890은 2011년 11월 현재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13만 원 선이다. 연애 중 한번 사면 결혼 후에도 줄곧 사용할 수 있기에 기간 대비 가격 효용성은 높다 하겠다. 남자친구의 강인하고 매끈한 ‘V라인’ 턱 선은 옥수수 수염 음료만 들입다 마신다고 얻어지는 게 아님을 기억하자.
아쿠아터치 AT890 선물 후 남자친구에게 당부할 사항
- 공공장소나 사무실 등에서 사용을 자제할 것 (소음 공해)
- 수염이외 다른 부위의 털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 것(고장 우려)
- 아버지, 형, 남동생 등과 공용 사용하지 말 것 (개인 위생)
- 한 달에 한 번은 꼭 세척할 것 (제품 관리)
- 2년 사용 후 면도 헤드를 교체할 것 (장기 사용)
- 만나는 날에는 반드시 면도하고 나올 것 (기본 매너)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