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동? 반자동? 캡슐? 내게 맞는 커피머신 고르기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물가 상승과 기후 위기로 인한 커피 생산량 감소가 겹치며 국내외 커피 프랜차이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좀 더 저렴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기 위해 커피머신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커피머신은 추출법이나 작동 방식 등에 따라 크게 ‘커피메이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캡슐커피 머신’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에 따라 특성이 천차만별이므로 본인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제품이 잘 맞을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거금 들여 구매한 기계가 주방 한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리기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실 만한 각성제가 필요하면 ‘커피메이커’

밀리타 아로마보이. 출처=밀리타
밀리타 아로마보이. 출처=밀리타

장점: 가격이 저렴하다, 크기가 작다, 핸드 드립에 비해 손을 덜 탄다

단점: 고품질 커피를 만들기 어렵다, 필터가 소모품이다

커피메이커라는 명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커피를 만드는 기계’지만, 커피머신의 한 종류를 지칭할 때는 보통 ‘드립’이라 부르는 여과식 커피 추출법을 사용하는 커피머신을 뜻한다. 과거 가장 흔히 볼 수 있었던 커피머신 종류다. 최근에는 다른 커피머신과의 구분을 위해 ‘드립 커피메이커’나 ‘드립 커피머신’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밀리타의 ‘아로마보이’가 있다.

커피 드리퍼에 필터와 커피를 담고 주전자로 물을 부어서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사람 대신 기계가 대신한다. 필터를 갈아주고, 물과 원두의 양만 맞춰서 채워주기만 하면 된다. 직접 주전자를 들고 물줄기 조절을 할 필요가 없으니 좀 더 편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일부 고가 제품을 제외하곤 사람이 직접 할 때에 비해 섬세함이 크게 떨어지므로 ‘마실만한 커피’ 이상을 뽑아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좀 더 사용법이 간단하면서도 제조되는 커피 품질도 뛰어난 캡슐 커피머신에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기도 하다.

자판기처럼 쉽게 뽑아 마시고 싶다면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필립스 ‘1200 에스프레소 머신’. 출처=필립스
필립스 ‘1200 에스프레소 머신’. 출처=필립스

장점: 사용법이 간단하다, 맛과 품질이 일관적인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단점: 가격이 대체로 비싸다, 잔고장이 날 가능성이 크다

에스프레소는 아주 곱게 간 커피에 90℃ 이상의 뜨거운 물을 9bar(바) 이상의 높은 압력으로 통과시켜 20~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뽑아내는 커피다. 다른 추출법으론 흉내내기 어려운 농축된 풍미와 풍부한 거품층인 ‘크레마’가 특징이다.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의 베이스로 활용된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에스프레소 추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 사용자가 할 일은 원두와 물을 채워두고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다.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전혀 몰라도 일정 품질 이상의 커피를 간단하게 제조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인 가구나 사무실에서 쓰기 적합하다. 밀리타, 필립스, 유라, 드롱기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유명하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다. 동급 제품들을 기준으로 가정용 커피머신 중에서는 가장 비싼 편이다. 또한 기능이 많고, 구조가 복잡한 제품 대부분이 그렇듯 잔고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브레빌 'BES870'. 출처=브레빌
브레빌 'BES870'. 출처=브레빌

장점: 숙련자가 사용할 경우 고품질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단점: 사용법이 비교적 복잡하다, 가격이 비싸다

국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전자동과 달리 에스프레소 추출법을 알아야 사용할 수 있다. 고온·고압의 물을 만들어 내는 것까지는 기계가 대신 해주지만 커피를 갈고, 포타필터(에스프레소 추출 용기)에 담는 등 추출에 필요한 준비는 직접 해야한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뛰어난 품질의 커피를 내리거나 원하는 맛의 커피를 내리려면 상당한 커피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구매를 권하기 힘든 제품이기도 하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거나, 취미로 삼을 경우에만 추천한다.

가정용으로 나온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도 많지만,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만족할만한 커피를 추출하기엔 성능이 부족할 때가 많다. 따라서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만하려 한다면 가격이 20만원 미만인 제품은 가급적 피하길 권한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는 가찌아의 클래식 프로가 유명하다. 좀 더 고가 제품 중에는 브레빌의 BES870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낮은 초기 비용으로 맛, 편의성 둘 다 잡고 싶으면 ‘캡슐커피 머신’

네스프레소 '이니시아'. 출처=셔터스톡
네스프레소 '이니시아'. 출처=셔터스톡

장점: 기기 가격이 저렴하다, 사용법이 간단하다, 관리가 쉽다

단점: 한 잔당 가격이 비싸다

미리 분쇄한 커피를 밀폐해 놓은 캡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네슬레의 ‘돌체구스토’, ‘네스프레소’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 이후 빠르게 믹스커피나 커피메이커를 대체하며 대표적인 가정용 커피머신으로 자리잡았다. 캡슐을 전용 기기에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고온·고압의 물을 캡슐을 통과시키며 커피를 추출한다. 전자동 커피 머신처럼 사용이 간단하고, 일정 품질 이상의 커피를 일관되게 제조한다. 그러면서도 기기 구조가 훨씬 단순하기 때문에 관리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기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비용 부담이 낮은 건 아니다. 커피를 내릴 때 원재료인 원두가 아닌, 가공 처리가 된 제품 형태의 캡슐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잔당 비용(500~700원대)은 다른 방식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물론 제조사 정품 캡슐이 아닌 좀 더 저렴한 호환 캡슐을 이용하는 식으로 비용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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