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 - 노트북의 원조, '도시바'
어떤 IT제품이던지 '최초'라는 수식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최초의 퍼스널컴퓨터(PC)인 IBM 5150이나 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세한 엠피맨 같은 제품은 이후의 IT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최초의 노트북은 무엇일까? 만약 '휴대용 컴퓨터 전체'로 범위를 넓힌다면 1975년에 나온 'IBM 5100'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무게가 25kg에 달했기 때문에 '휴대용'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이동이 가능한' 컴퓨터에 가까웠다.
실질적으로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 즉 지금 우리가 '노트북'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물건은 일본 도시바에서 처음 내놓았다. 1985년에 등장한 '도시바 T1100'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품은 휴대 시에 접어서 부피를 줄일 수 있는 LCD 화면을 갖추었으며, 83키의 키보드도 기본 탑재해 우수한 휴대성을 발휘했다. 도시바 T1100의 출시 이후, 이런 휴대용 컴퓨터를 '노트형', 혹은 '북형' 컴퓨터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노트북'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되었다(다만, 북미에서는 휴대용 컴퓨터를 노트북이 아닌 '랩탑'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T1100의 출시 이후, 도시바는 노트북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1987년, 세계 최초의 하드디스크 탑재 노트북을 발표하며 '다이나북(DynaBook)'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 참고로 다이나북이라는 이름은 1968년에 미국의 전산학자인 '앨런 케이(Alan Kay)'가 개념을 제시했던 미래형 휴대용 컴퓨터의 이름이었다. 1968년 당시에는 이런 휴대용 컴퓨터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어 다이나북은 그야말로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물건이었다.
엘런 케이의 '다이나북 개념'과 도시바의 '다이나북 노트북'은 이름만 같은 뿐이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도시바는 자사의 새로운 노트북이 엘런 케이의 다이나북 만큼이나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도시바는 여세를 몰아 노트북 시장의 강자로 등극했고, 특히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다이나북이라는 브랜드는 일본 내에서만 쓰인다. 미국에서 다이나북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도시바 노트북은 '새틀라이트(Satellite)', '포테제(Portege)', '테크라(Tecra)', '코스미오(Qosmio)' 등 다양한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도시바 노트북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가장 무난한 가정용 노트북 '새틀라이트(Satellite)'
도시바의 주력 제품이기도 하며,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도시바 노트북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새틀라이트 시리즈다. 14인치 및 15인치 화면을 갖춘 표준형 크기의 노트북이 대부분이라 휴대용은 물론, 데스크탑 대체용으로도 쓰기에 무리가 없다. 성능이나 기능, 가격의 밸런스가 좋아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성과 같은 일반 작업뿐 아니라 영화 감상이나 게임 등 다양한 용도에 두루 쓸 수 있다.
다만, 무난한 가정용 노트북을 지향하는 관계로 어느 한쪽으로 특화된 용도로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바도 이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최근에는 17인치급 대화면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갖춰 게임 성능을 강화한 '새틀라이트 P770'을 출시하는 등, 새틀라이트 브랜드의 확장에 나서는 추세다.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업무용 노트북 '테크라(Tecra)'
14인치 및 15인치급 화면을 갖춘 제품이 주력이라는 점은 새틀라이트 시리즈와 같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노트북이라는 점을 고려, 가볍고 튼튼한 재질을 사용해 내구성과 휴대성이 보다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널찍한 키보드를 갖춰 타이핑 편의성도 높다. 비슷한 크기의 새틀라이트 시리즈에 비하면 다소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전문가들이 쓰기에는 테크라 시리즈가 훨씬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출시된 '테크라 R800' 시리즈의 경우, 기존의 테크라 시리즈의 특성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 CPU를 탑재해 성능을 높였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보호하는 'HDD 프로텍션' 기능을 갖추는 등 내구성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휴대용에 최적화된 슬림형 노트북 '포테제(Portege)'
화면 크기 13인치급 이하의 소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며, 무게도 1.5kg이하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휴대성을 강조하는 제품군이지만, 의외로 고성능 모델도 자주 출시된다. 크기가 작으면서 고성능을 내는 부품이 다수 사용되므로 비슷한 사양의 새틀라이트 시리즈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와서는 고속의 SSD 저장장치를 탑재해 성능을 높인 '포테제 R830'과 같이 전통적인 포테제 시리즈의 컨셉을 이어받은 제품은 물론, 저전력 CPU와 얇은 두께,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울트라북(UltraBook) 규격의 '포테제 Z830'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의 다양화를 노리고 있다.
고품질 멀티미디어를 위한 노트북, '코스미오(Qosmio)'
15인치에서 17인치에 달하는 큰 화면,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 그리고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갖춘 노트북으로, 풀 HD급 영화의 감상이나 제작, 고사양 게임 플레이와 같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즐기는데 최적화 된 것이 특징이다. 상당수의 모델들이 차세대 광 디스크인 블루레이(blu ray)를 구동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갖췄으며, 해외 출시 제품의 경우 디지털 TV 수신용 튜너를 내장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고성능과 다기능을 강조하다 보니 휴대성은 좋지 않고,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코스미오 시리즈의 컨셉 자체가 '휴대용 노트북'이라기보단 '이동할 수 있는 데스크탑'에 가깝기 때문에 데스크탑 대체용 노트북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중이다. 최근 출시된 '코스미오 F750'의 경우, 3D 안경 없이도 입체 화면을 볼 수 있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