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 클라우드 서비스 발목 잡을 듯

이래저래 말 많던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 이하 LTE)의 요금제가 드디어 확정됐다. SK텔레콤이 지난 28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 LTE’를 출시하면서 LTE 전용 요금제를 발표한 것. 이날 SK텔레콤은 LTE가 기존 3G 통신 대비 5배 이상 빠른 다운로드와 8배 이상 선명한 고품질 영상통화가 가능하다고 전하며, 연내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함께 내세웠다.

SK텔레콤이 발표한 LTE 요금제는 기존 3G보다 하나가 더 늘어 총 7개로 분류되며, 각 요금제에 따라 음성과 문자, 데이터 제공량도 조금씩 다르다. 기본료 5만원 미만의 3G 요금제의 경우 최대 사용할 수 있는 음성과 문자는 각각 200분과 250건이었지만, LTE 요금제로는 최대 180분의 음성통화와 최대 200건까지 문자전송이 가능하다.

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 클라우드 서비스발목 잡을 듯 (1)
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 클라우드 서비스발목 잡을 듯 (1)

이처럼 음성통화와 문자 사용량은 조금 줄었지만, 제공되는 데이터량은 오히려 더 늘었다. 3G 요금제인 올인원34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은 100MB에 불과하지만, LTE 요금제인 LTE34는 350MB가 제공되고 LTE43 요금제에 가입하면 700MB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본료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가장 저렴한 올인원34와 LTE34 요금제의 기본료는 34,000원으로 동일하며, 올인원44와 LTE44는 각각 44,000원과 42,000원으로 LTE 요금제가 2,000원 더 저렴하다. 그러나 기본료 5만원 이상부터는 3G와 크게 달라진다. 결정적으로 ‘무제한 데이터’가 사라져 최대 10GB 데이터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수도 더 적어진다. 물론 이에 따른 기본료는 LTE 쪽이 조금 더 저렴하지만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속도는 빠르지만 마음껏 사용할 수는 없어

LTE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다운로드 속도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LTE 스마트폰에선 고화질 HD 동영상도 빠르게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고, 고품질 영상통화 또한 끊김없이 할 수 있다. SK텔레콤 또한 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T 클라우드(T cloud)’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T 클라우드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T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이나 문서를 스마트폰에서 바로 보거나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T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언제든 PC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와 별반 차이없어 보이지만, T 클라우드 서비스만의 매력은 동영상 스트리밍재생에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물이 T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면 다운로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 클라우드 서비스발목 잡을 듯 (2)
LTE 무제한 요금제 폐지, 클라우드 서비스발목 잡을 듯 (2)

하지만 문제는 LTE부터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3G에선 기본료 54,000원인 올인원54 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비슷한 금액의 LTE 요금제에선 1.2GB 용량까지만 허용된다. 영화 한편 용량이 1.4GB임을 감안하면 제 아무리 속도가 빠른들 끝까지 감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사진 파일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스마트폰으로 듣거나 보는 사용자도 늘고 있고, 최근에는 케이블 방송이나 IPTV 방송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LTE 스마트폰은 통신 속도는 빨라졌을지언정 활용 반경은 대단히 좁아진 셈이다.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요금제 필요

물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3G 통신망은 하루에 수 GB씩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과다 사용자(헤비다운로더, heavy downloader)가 증가해 네트워크 부하가 극심한 상태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3G 통신이 자주 끊기거나 전송속도도 저하되는 등 서비스 품질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LTE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LTE 데이터 제공 한도에 대해서도, 현재 3G 통신 사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약 1.1GB 정도기 때문에 LTE 데이터 용량도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TE 통신망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만큼 3G 통신보다 동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3G 통신망에서 5만원 미만의 (데이터 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이들이라면 LTE 요금제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다소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요금제, 특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사용자에게는 여러 가지로 불리한 요금 정책이긴 하다.

어쨌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를 통해 이제는 이동하면서도 고화질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콘텐츠의 특성과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요금제로 인해 LTE의 장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TV 광고에선 LTE 통신으로 인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빠르게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고, 통신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남아있는 데이터 용량을 수시로 확인해야하는 결정적인 번거로움이 추가된다. 말마따나 ‘덮어 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하는’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SK텔레콤의 경우 ‘LTE 안심 옵션’이 제공되긴 하지만 속도가 400kbps로 제한되고 요금도 9천원이 더 추가된다(LTE 통신의 매력이 전혀 없다). 통신사가 LTE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 클라우드 시대를 맞이하는 이 시기에 적합한 데이터 요금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천상구 (cheonsg@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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