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장 가까운 가상 공간, ‘라이브 파크’ 최초 공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스크린 앞에 서서 양 팔을 흔든다. 있는 힘껏 발을 구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도 한다. 사람들 맞은편 스크린에는 토끼를 닮은 아바타가 사람들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일종의 동작인식 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불과 수 미터 옆에서는 디자이너 몇 명이 PC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은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새다. 스크린에 수많은 불빛이 명멸하고, 사방에서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와도 그들은 태연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마치 저들과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전자는 기자들이고, 후자는 디스트릭트(www.dstrict.com) 직원들이다. 그리고 이 곳은 디스트릭트가 개발중인 체험 테마파크 ‘라이브파크’의 데모시설, ‘라이브팩토리’다. 올해 12월 디스트릭트가 라이브파크의 공식 개장을 앞두고 그 일부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 게임으로 따지면 CBT(클로즈베타테스트)인 셈이다.
현재 라이브팩토리는 투자자 및 언론의 견학 공간이자 디스트릭트 직원들의 사무실이다. 견학자들은 웃고 즐겼지만, 직원들은 후반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극심한 온도 차이는 라이브파크의 현재 진행 상황을 대변한다. 라이브파크의 첫 번째 에피소드, ‘노이 라이브(Noi Live)’는 이제 겨우 60% 가량 완성됐다. 특히, 디스트릭트의 주특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홀로그램 분야는 아직 멀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생산자들은 웬만큼 결과물을 완성하고 나서야 언론에 공개하기 마련이지만, 디스트릭트는 체험형 테마파크를 어려워하는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른 시기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라이브파크의 성공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다. 공개된 것보다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고, 공개된 부분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디스트릭트 최은석 대표는 “일부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라며, “12월에 개장하는 라이브파크에는 더 많은 게임과 즐길 거리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바타 생성 단계, 라이브스테이션
라이브파크는 롤플레잉 게임과 비슷하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제일 먼저 자기 캐릭터를 만들 듯, 라이브파크에서도 자신만의 아바타를 생성해야 한다. 관람객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라이브스테이션은 이 아바타를 만드는 장소다. 얼굴인식 기기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입장 시 받았던 팔찌를 센서에 가져다 대면 자신을 닮은 아바타가 등록된다. 하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닮지는 않았다. 최종 완성단계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바타 위에 표기되는 영문 이니셜로 자신의 아바타를 구분하는 것이 편하다. 만약 이 방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수백 명이 동시에 입장하면 본인 아바타 찾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관 습득은 필수, 라이브봇
아바타를 만든 후에는 노이 라이브의 세계관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라이브봇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관람객들은 지구와 멀어져 가는 달을 붙잡기 위해 월계수 씨앗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라이브봇에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할 법한 원통형 로봇이 등장해 공연을 펼친다. 하지만 사실 로봇은 거들 뿐, 실제 세계관 설명은 영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움직임에 반응한다, 라이브캡슐
이제부터는 관람객 스스로가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한다. 첫 번째 월계수 씨앗을 획득할 수 있는 라이브캡슐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설치물이 등장한다. 이 설치물은 수십 개의 발광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람객들이 발로 밟거나 손을 갖다대는 패널에 불이 들어온다. 이와 관련된 미니 게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월계수 씨앗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 콘텐츠가 완성되지 않아서 현재 패널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았다.
360도 3D 입체영상, 라이브360
라이브360은 360도 전방향에서 3D 입체영상을 상영하는 곳이다. 원통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둘레가 27미터에 달해 수십 명이 한꺼번에 입장할 수 있다. 입구에서 받은 특수안경을 끼면, 라이브360 어느쪽을 보더라도 실감나는 3D 입체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영상의 길이가 짧다는 게(약 6분) 아쉽다.
본격적인 게임 공간, 라이브플레이
라이브플레이에서는 다양한 미니 게임을 통해 월계수 씨앗을 모을 수 있다. 관람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곳이다. 벽면 전체가 스크린으로 되어 있고, 모션 센서가 일정 간격마다 배치됐다. 이 모션 센서 앞에 서서 팔찌를 가져다 대면 자신의 아바타가 등장하는데, 이 아바타가 관람객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서 움직인다. 동작인식 게임기 ‘키넥트’나 ‘위’를 연상케 한다. 또 라이브플레이 중앙에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테이블이 다수 놓여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앵그리버드’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빛이 부리는 마술, 라이브미로
라이브미로에서는 불빛이 반짝이는 미로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 미로공원 수준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미로 자체의 크기가 작고 미로의 벽이 낮아 순식간에 도착점을 찾을 수 있다. 도착점에 있는 동작인식게임을 통해 마지막 월계수 씨앗을 얻게 된다. 동작인식게임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랠 수 있도록 모래 바닥에 불빛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
날 따라 해봐요, 라이브홀로
월계수 씨앗을 충분히 모았다면, 인기 연예인의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대형 스크린에 걸그룹 2NE1을 닮은 아바타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아바타와 실제 모습이 영상에 함께 등장한다. 동작인식 기술과 홀로그램의 결합이다. 쑥스러움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2NE1와 함께 춤을 추는 것도 어렵지 않다.
미완성이라 아쉬운 부분도 많아
일부나마 라이브파크를 체험해본 결과, 즐길 거리가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게임 수가 적기도 했지만, 게임 난이도도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된 게임은 미취학 아동들도 쉽게 완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미니게임들이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모든 게임을 마치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트릭트측에서 공개한 라이브파크의 입장료는 24,000원. 웬만한 테마파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했다면 최소한 2~3시간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완비돼야 한다. 누구나 쉽게 월계수 씨앗을 획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의 소비 속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최소한 한 게임에 두어 번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테마파크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게임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게임이 단순한 것과 쉬운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간단한 게임의 대명사인 테트리스에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테트리스가 쉬운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안전 사고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달의 뒤편을 묘사한 노이 라이브의 세계에는 뾰족뾰족한 소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체험형 테마파크의 특성상 직접 접촉할 일이 많은데, 이 소품들이 지나치게 견고하다면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티로폼 등의 부드러운 소재로 제작한다면 개장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라이브파크 곳곳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관람객과 라이브파크 양쪽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