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칩 쓰면 프로그램이 빨라져요?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은 누가 뭐래도 ‘엔진’이다. 그리고 이를 PC에 비유한다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가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CPU와 GPU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사용자마다 또는 사용 환경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다. CPU가 PC 전반을 제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나오는 응용 프로그램, 특히 게임이나 동영상 구동 소프트웨어는 GPU의 성능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곤 한다. 그래서 한 때는 CPU 제조사와 GPU 제조사끼리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논쟁이 쏙 들어갔다. 아예 CPU와 GPU를 하나로 만든 통합 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PU와 GPU를 함께 개발, 생산하는 AMD 사는 이런 칩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기존의 CPU나 GPU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었다. 올해 6월에 출시된 AMD의 A4(보급형)과 A6(중급형), 그리고 A8(고급형)이 바로 대표적인 APU다.

APU가 있으면 CPU와 GPU(그래픽카드를 의미)를 각각 따로 살 필요가 없으니 PC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AMD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GPGPU’의 대중화다. 이는 ‘General-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의 약자로, 말하자면 GPU의 성능을 그래픽 처리뿐 아니라 그 외의 일반 작업에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CPU와 GPU는 연산작업을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처리 전문 영역이 조금 다르다. CPU는 정수연산 능력이 강해 사무/일반 계산 작업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GPU는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이 강하므로 멀티미디어나 과학적 계산 등에 적용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게임을 제외한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거의 CPU를 통해 처리되고, GPU는 활용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처리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GPGPU 기능을 활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라면 CPU 뿐만 아니라 GPU까지 적극 활용해 연산 처리를 수행하므로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파일 압축이나 동영상 인코딩(변환) 작업을 GPU가 담당하면 처리 속도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GPGPU 기능을 지원하는 응용 프로그램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AMD는 GPGPU 기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응용 프로그램의 보급, 확산에 역점을 두고 있다. APU 내에 있는 CPU와 GPU 기능을 동시에 활용, PC 전반적인 성능을 극대화 함을 어필하기 위함이다. ‘AMD 앱 가속화(AMD App Acceleration)’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AMD의 APU나 GPU를 탑재한 PC에서 확실한 성능 향상이 예상되는 응용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2011년 8월 현재, AMD 앱 가속화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응용 프로그램은 디빅스(DivX)사의 동영상 재생 및 변환 프로그램인 디빅스 플러스(DivX Plus) 시리즈, 어도비(Adobe)사의 인터넷 동영상 및 사진 재생 프로그램인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Adobe Flash Player) 10.1 버전, 그리고 싸이버링크(CyberLink)사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파워디렉터(PowerDirector) 등이다.

이와 함께, AMD는 개발자들을 위한 AMD 앱 가속화용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Software Developers Kit)도 다수 출시하고 있으며, 관련 강연회도 종종 열고 있다. 아직까지는 AMD APU 및 GPU의 GPGPU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몇 개 안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관련 개발 장비 및 개발 노하우를 지원해 이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AMD는 현재 CPU 시장에서는 1위 업체인 인텔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GPU 시장에서도 최대 경쟁사인 엔비디아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CPU와 GPU 양쪽 부문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인텔과 엔비디아가 갖지 못한 AMD만의 강점이다.

AMD의 APU는 CPU 성능만으로 따지면 인텔 CPU에 약간 부족하지만, 여기에 GPGPU 기능이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APU는 일반 GPU와 달리, 그래픽 처리는 물론 범용적인 용도의 CPU로 쓸 수 있으므로, 이 점에서 AMD는 엔비디아에 비해 우위를 보일 수 있다. AMD가 왜 APU에 미래를 걸고 있는지, 그리고 AMD 앱 가속화 캠페인을 왜 그렇게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