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처음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였을 때, 태블릿 PC라는 제품의 용도, 활용법 등을 두고 참 말이 많았다. 기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태블릿 PC를 두고 ‘그저 화면 큰 스마트폰 아니냐’며 평가 절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애플이 아이패드2를 출시하고 구글이 전문 태블릿 PC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3.0버전(허니콤)을 선보인 이후로, 태블릿 PC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허니콤 관련기사: http://it.donga.com/newsbookmark/4465/). 또한 처음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와 달리 태블릿 PC에 최적화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이 출시되면서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태블릿 PC는 그 나름의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태블릿 PC 사용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 사용자를 만나는 것이 이제 낯설지 않다.

한편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제조사는 묘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허니콤을 탑재할 수 있는 태블릿 PC에 보이지 않는 제약을 두면서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사양의 태블릿 PC가 범람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사용자는 다 거기서 거기인 안드로이드 태블릿 PC가 더 이상 신기하지도, 반갑지도 않다. 그래서일까. 최근 태블릿 PC 제조사는 획일화된 제품이 아닌 자신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TF101

아수스가 오는 8월 국내에 출시할 ‘Eee 패드 트랜스포머 TF101(이하 트랜스포머)’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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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색상은 짙은 갈색으로 통일되어 있으며, 곡선 처리된 뒷면에는 ASUS 로고가 박혀 있다. 화면은 16:10 비율에 10.1인치 크기(해상도 1280x800, LED 백라이트 방식)이며, 화면 주변 베젤이 넓어 손으로 쥐었을 때 안정감이 있고 터치 화면을 건드리지 않고 잡을 수 있다(태블릿 PC의 베젤이 너무 얇으면 손으로 쥐고 사용할 경우 원치 않게 화면을 터치하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불편할 때가 많다). 화면을 덮고 있는 유리는 생활 흠집에 강하게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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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기본 사양은 나쁘지 않다. 태블릿 PC의 성능을 결정하는 CPU는 1GHz 듀얼코어 엔비디아 테그라 2 칩셋이며, 메모리는 DDR2 1GB다. 기본 저장 장치로는 16GB 또는 32GB SSD가 탑재되어 있으며, 아수스가 제공하는 Webstorage도 이용할 수 있다. 무선랜은 802.11 b/g/n 규격이며, 블루투스 2.1버전도 탑재되어 있다(3G 모델은 없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용으로 사용되는 후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 영상통화에 주로 사용되는 전면 카메라는 120만 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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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양 옆에 위치한 스피커는 스테레오를 지원하며, SRS 프리미엄 사운드도 지원한다. 전체 무게는 680g으로 아이패드 오리지날과 같으며, 전체 크기는 272x171x12.98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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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우측면에는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화면이 큰 디지털 TV나 모니터 등과 연결할 수 있는 미니 HDMI 단자, 3.5mm 헤드셋/마이크 단자가 있다. 좌측면에는 화면을 끄고 켤 수 있는 전원 버튼과 볼륨 조절 버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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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라 불리는 이유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랜스포머는 약간의 ‘변신’이 가능하다. 트랜스포머용 키보드 독에 꽂으면 마치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사용할 때는 키보드 독에 꽂아서 사용하고, 밖에서는 모니터에 해당하는 트랜스포머만 들고 나가면 그만이다. 키보드+정전식 터치 화면을 동시에 이용하는 독특한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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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용 키보드 독의 키보드는 키 하나하나가 독립된 아이솔레이트 방식(키 간 간격이 넓어 오타를 방지하고, 먼지 등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이다. 키보드 상단에는 트랜스포머용 단축키가 있어 쓸만하다. 뒤로 가기, 무선랜 On/Off, 블루투스 On/Off, 터치패드 잠금/해제, 화면 밝기 조절, 스피커 음량 조절, 동영상 정지/재생/일시정지/앞, 뒤로 가기 등 일반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능키와 함께 구글검색 실행, 웹 브라우저 실행, 카메라 활성화 버튼, 화면 잠금 버튼 등 트랜스포머 전용 기능키가 있어 해당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터치패드 역시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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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키보드 독에는 2개의 USB 2.0 포트와 MMC/SD/SDHC 메모리 카드 리더도 탑재되어 트랜스포머 활용을 더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배터리도 내장됐기 때문에 키보드 독에 트랜스포머를 연결해 사용하면 16시간 정도로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다(트랜스포머의 단독 사용 시간은 9.5시간 정도). 또한 트랜스포머를 키보드 독과 연결했을 때의 무게는 약 1.3kg이다. 이정도면 연결한 상태로 들고 다니면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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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허니콤 3.1버전이다. 아수스 측에 문의한 결과, 국내 출시가 되는 8월 말쯤에는 최신 버전인 3.2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출시 가격은 70~80만 원대이며(아직 미정), 트랜스포머와 키보드 독을 개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트랜스포머 단독 모델은 EP101이며, 트랜스포머+키보드 독 모델은 TF101로 출시된다).

트랜스포머, 태블릿 PC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사실 태블릿 PC는 각 제품 별로 별다른 특징이 없다. 그나마 운영체제가 다른 아이패드 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라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허니콤 태블릿 PC는 대부분 거의 같다. 속된 말로 모토로라 줌을 사용하건,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사용하건 같은 제품을 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본적인 하드웨어 성능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상향 평준화가 되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는(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키보드 독을 함께 제공해 태블릿 PC와 넷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다른 안드로이드 허니콤 태블릿 PC나 아이패드도 이와 같은 키보드 독 또는 블루투스 연결 방식의 키보드 액세서리 등이 있지만, 다른 제조사(서드 파티)가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아수스처럼 하나의 제품으로 출시한 것은 트랜스포머가 처음이다(그만큼 제품간 호환성 및 안정성이 높다).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1)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1)

트랜스포머 실 사용기

트랜스포머만을 가지고 사용할 때의 경험은 다른 허니콤 태블릿 PC와 거의 같다. 트랜스포머는 구글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어플이 있다면 내려받아 사용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태블릿 PC의 활용법은 어떤 어플을 설치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문서 작성 어플을 실행하면 문서 편집기가 되고, 전자책 어플을 실행하면 신문, 잡지, 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뿐이랴. 전세계적으로 인기인 ‘앵그리버드’를 실행하면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게임기가 되고,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어플을 실행하면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3)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3)

트랜스포머는 이러한 태블릿 PC의 활용법에 키보드 독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혁신적인 변화라고 하기는 힘들다.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도록 하자). 특히 문서를 작성할 때 일반 노트북과 같은 편리함을 선사한다. 일반 태블릿 PC로 문서 작성을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태블릿 PC가 기본 지원하는 터치 방식의 가상 키보드로 30분 정도만 타이핑해보면 알 수 있다. 자꾸 발생하는 오타는 둘째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아파온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키감이 아예 없다는 것도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본 기자의 주변인도 아이패드2를 사용하다가 문서 작성을 위한 블루투스 연결 키보드를 따로 구매했을 정도.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2)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2)

반응 속도도 빠르고, 키감도 적절하다(이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다만, 터치 패드의 터치감이 살짝 느리다. 커서를 이동해 어플을 클릭하는 것보다 그냥 화면을 손으로 터치해 실행하는 것이 더 편했을 정도. 그렇다. 키보드 독을 연결해 사용해도 화면의 터치 입력은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 이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무조건 세로로 실행되는 어플은 어쩔 수 없이 키보드 독을 제거하고 실행해야만 한다.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4)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4)

참고로, 리뷰에 사용한 트랜스포머는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 한글 키보드를 기본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이 가능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한글 키보드 어플을 내려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키보드 독과 연결해 사용할 때 발생했다. 키보드 독과 연결하자 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글/영어 변환 키 자체가 없다. 나름 이리저리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해결책을 도모했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5)
태블릿 PC의 정의를 다시 쓰다 - 아수스 Eee 패드 트랜스포머 (15)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말자. 아수스 측에 문의한 결과, 국내 출시 제품은 키보드 독에 한글/영어 변환 키가 추가되고, 가상 키보드도 한글을 기본 지원한다.

기본 제공하는 문서 작성 어플 ‘Polaris Office’를 사용하면 넷북에서 문서작성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폴라리스 오피스는 MS 오피스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와 호환되는 어플으로 웬만한 문서를 편집, 작성하는데 무리가 없다(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문서작성 어플 중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어플이다). 폴라리스 오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문제 없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와 있는 다른 어플을 내려받으면 되니까.

넷북과 태블릿 PC, 두 제품을 원한다면

애플 아이폰의 성공 요인을 iOS라는 운영체제의 사용자 경험에서 찾는 것처럼, 트랜스포머는 아수스가 제안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의 하드웨어적 사용자 인터페이스 확장이라는 생각이다. 당연한 것 아닐까? 아수스는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노트북, PC 같은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지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업체가 아니다.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면서, 아수스가 자사의 노하우를 태블릿 PC 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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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넷북처럼, 내일은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트랜스포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일반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한계도 명확하다. 결국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 넷북처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설치된 기존 넷북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식에 의하면 트랜스포머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한다. 국내 태블릿 PC 사용자에게 또는 기존 넷북 사용자에게 트랜스포머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트랜스포머는 고리타분한 기존 태블릿 PC와는 달리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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