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애인이 생겨도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전 애인' - SNS 친구추천 기능
최근 회사원 강 아무개(26) 씨는 사귄 지 2달 남짓 된 남자친구와 한바탕 싸웠다. 남자친구가 전 애인 연락처를 스마트폰에서 지우지 않았던 것. 강 씨는 전 애인의 연락처를 스마트폰에서 지우는 것은 물론 싸이월드, 페이스북에서도 모든 관계를 끊겠다는 일종의 각서를 받고 나서야 화해했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강 씨는 남자친구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친구추천 메뉴에서 전 애인을 발견하고 또 한번 노발대발 화를 내는데……. 그러자 남자친구 변명하길, "카카오톡이 알아서 추천해 주는 거라고!"
'내 애인이랑 바람핀 ‘원수’ 같은 친구', '이직하고 다시는 안볼 줄 알았던 전 직장 상사'가 친구추천 될 때 기분은 어떨까? 이렇듯 친구추천 기능에 대한 하소연 사례는 가지각색이다. 그만큼 국내외 많은 SNS가 이 기능을 필수처럼 갖추고 있다. 2,5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 싸이월드도 친구추천 기능이 있으며, '대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각각 '알 수도 있는 사람'과 '팔로우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이 기능을 제공한다. 기능도 뛰어나다. 하다못해 이메일만 몇 번 주고 받아도 친구라고 소개시켜 준다.
친구추천은 해당 서비스에 등록한 사용자의 정보 중 학교, 회사, 나이, 취미, 이메일 등을 기준으로 관계가 있을 법한 사람을 자동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때문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 유년 시절 동네친구는 물론 까까머리 학창시절 동문까지 추천해준다. 또한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소셜네트워크 인맥 확장도 가능하다. 때문에 SNS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SNS에 몰입하게끔 한다. 반면 잊고 싶은 사람들도 굳이 찾아내주는 영리함을 보여 사용자들의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친구추천 기능 없는 SNS 찾기도 힘들어
스마트폰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인 카카오톡은 친구추천 기능의 대명사가 됐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저장되면 자동으로 친구로 등록한다. 이 때 상대방만 자신의 연락처를 저장했다면, 카카오톡 친구목록 메뉴가 아닌 친구추천 메뉴에 뜨게 된다. 즉, 자신은 상대방의 연락처를 지워도 상대방이 자신의 연락처를 지우지 않는다면 친구추천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친구추천 메뉴가 눈에 거슬린다면, 카카오톡 설정 메뉴에서 자동친구추천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 이 기능을 비활성화하면 친구추천에 상대방이 뜨지도, 상대방 친구추천 메뉴에도 자신이 뜨지 않는다.
굴지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도 친구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일촌이 아니면 상대방의 정보 열람이 쉽지 않았던 터라 '일촌공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개인 커뮤니티에 가까웠지만, 지난해부터 친구추천 기능을 도입했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만큼 개인정보가 뚜렷해 동기, 동창 등의 인맥을 찾기도 수월하다.
싸이월드의 친구추천은 자신의 일촌에서 시작한다. 그 일촌의 일촌, 일촌의 일촌의 일촌까지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적당한 친구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이에 이촌, 삼촌, 사촌 등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페이스북 역시 '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친구를 추천해준다. 로그인 아이디로 쓰는 이메일 주소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기록이 있거나, 자주 쓰는 메신저 아이디를 연동해 둔다면 많은 친구들을 페이스북에서도 만날 수 있다.
트위터는 팔로우 상대의 팔로우를 토대로 몇몇 사용자를 추천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현재 팔로우하고 있는 상대방과 그 상대방이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 간 반응도에 따라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생성된다. 싸이월드의 친구추천 개념과 흡사하다. 또한 트위터 가입 시 기입했던 정보를 통해서 각 분야별 대표 트위터를 추천하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사용자라는 이름으로도 '트친(트위터친구)'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네이버가 운영하는 미투데이도 조만간 친구추천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위치기반을 토대로 하는 SNS 서비스 등도 친구추천 기능의 한 범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안드로이드 어플인 '하이데어(Hi There)'는 자신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추천해준다.
인맥의 확장이냐, 사생활 침해냐
친구추천 기능의 부작용도 있다. 헤어진 애인이 등장하는 건 고인이 된 친구가 친구추천에 뜨는 것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전화번호로 친구 관계가 형성되는 카카오톡에는 택배기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업무상 그의 연락처를 저장해둘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친구추천 기능으로 인해 사용자가 원치 않은 정보가 유출될 때다. 특히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사용자마다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구추천 기능이 사생활 침해와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전화번호 공개가 자의라는 점을 강조한다. 카카오톡의 경우 전화번호를 모르면 애당초 친구등록이나 추천에 뜨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를 통해 등록될 수도 있지만 아이디 역시 개인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알기 힘들다. 반대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다분하다는 사람들은 전화번호 공개만으로도 다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싸이월드는 추천기능을 비활성화 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며, 카카오톡 역시 설정에서 친구추천 기능을 끌 수 있다. 또 카카오톡은 쌍방의 번호가 저장된 경우에만 사진을 볼 수 있다.
싸이월드 측은 친구추천 기능에 대해 "보다 많은 지인들과 교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서비스"라며, "그러나 불편을 느낄 수 있는 회원들을 위해 사용 여부를 직접 선택하거나 특정 인물을 추천 받고 싶지 않으면 차단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