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경' 방식 3D 스마트폰, 과연 볼 만 한가?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처음 접한 안경 방식의 입체 영상은 신선한 시각적 충격이었다. 손에 잡힐 듯 눈 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이 마냥 새롭고 신기하던 때였다. 시간이 흘러 입체 효과가 한층 개선, 강화된 3D/4D 입체 영화가 대중화됨에 따라 3D 영상은 이제 일반 사용자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영상 분야로 자리 잡았다. 3D TV와 3D 모니터, 3D 노트북 등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영상 관련 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3D 트렌드’는 TV 등과 같은 영상 기기에 국한되지 않고, 디스플레이를 갖춘 대부분의 IT/가전 기기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IT 분야의 ‘핫 트렌드’인 스마트폰, 태블릿 PC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영화관에서 보던 3D 입체 영상을 4인치 남짓한 화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전용 3D 안경 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 ‘변화’다. 모바일 기기도 이제 화면 크기나 해상도 만을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다.
3D 스마트폰으로는 2011년 7월 현재 LG전자의 ‘옵티머스 3D’와 HTC의 ‘이보(Evo) 3D’가 출시되어 사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이보 3D는 해외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사실상 국내 최초, 유일의 3D 스마트폰은 옵티머스 3D라 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달 유럽 60여 개국에 옵티머스 3D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옵티머스 3D는 또한 3D로 촬영, 재생, 공유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무안경 3D 입체 영상
과연 3D 전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화면이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실감하고 화려하게 출력될까? 무안경 방식도 혹시 어지러움이나 눈의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이에 옵티머스 3D와 이보 3D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
두 제품 모두 무안경 방식 3D 입체 영상을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듀얼코어 CPU를 내장했다. 3D 영상을 끊김 없이 재생하기 위한 기본 사양이다. 다만 옵티머스 3D는 현재 안드로이드 2.2(프로요)가 설치되어 있는데 곧 2.3(진저브레드) 업데이트가 제공될 예정이다. 화면 크기는 4.3인치로 동일하지만, 해상도는 이보 3D가 540 x 960으로 옵티머스 3D(800 x 480)보다 약간 높다. 사양에 있어 눈에 띄는 쪽은 옵티머스 3D다. ‘트라이 듀얼모드’ 때문인데, CPU만 듀얼코어(데이터 처리)인 다른 제품과 달리 듀얼 메모리(데이터 저장)와 듀얼 채널(데이터 전송)까지 지원하여 인터넷 속도, 다중작업, 3D콘텐츠 재생 등을 보다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
1) 3D 동영상 촬영 및 재생
옵티머스 3D와 이보 3D에서 3D 입체 영상을 재생하려면 콘텐츠 역시 3D로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 물론 두 제품 모두 일반 2D 콘텐츠를 3D 변환, 출력하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3D 콘텐츠에 비해 입체 효과가 다소 약하다.
이에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3D 영상을 두 제품에서 동시에 재생하여 3D 품질을 확인했다. 무안경 방식은 안경은 필요 없지만 시야각이 좁아 화면을 정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이야 어차피 여러 사람이 보는 공용 기기가 아니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일단 두 제품 모두 일반 화면과는 확연히 다른 입체적 영상을 출력한다. 전면 인물과 뒷면 배경에 따른 원근감이 정확하게 표현된다. 도대체 디스플레이에 어떤 기술을 적용했기에 3D 안경 없이 이러한 입체 영상이 가능한지 신기할 정도다.
입체 효과를 위해 여러 화면을 겹치다 보니 화질이나 선명도, 색감은 아무래도 2D에 비해 약간 부족하다. 물론 그러다 해도 충분히 감상할 만하다. 3D 입체 영상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두 제품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이른 바 입체 영상의 깊이(depth)와 관련된것으로, 배경으로부터 맨 앞, 그 뒤, 세 번째 뒤에 위치한 대상에 대해 각기 다른 입체적 원근감, 거리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옵티머스 3D는 대상의 각 위치에 따라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이보 3D는 배경과 그 앞에 있는 대상 만을 구분하여 출력할 뿐 각 대상 간 위치에 따른 거리감, 원근감이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는 듯했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사용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 밖에 시야각 부분에서도 옵티머스 3D가 약간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무안경 3D 방식의 특성 상 시야각이 어긋나면 입체 영상이 깨지기 마련인데, 이보 3D는 시야각이 달라지면 화면이 급격하게 겹쳐 지면서 어지러움을 유발하곤 했다. 반면 옵티머스 3D는 화면은 역시 겹쳐지지만 눈에 피로를 주지는 않는 수준이다. 물론 정확한 시야각에서 시청하더라도 두 제품 모두 장시간 사용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3D 영상 재생 품질은 이보 3D가 다소 우월한 듯하다. 동일한 동영상을 재생했을 때 옵티머스 3D보다 색감이 밝고 제법 선명하다. HD급 3D 영상이라면 화면 크기는 작지만 3D 입체 영상을 만끽할 순 있으리라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두 제품 모두 제법 그럴싸한 3D 입체 영상을 보여줌을 확인했다. 물론 3D 상영관에서 3D 안경(편광방식)으로 보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일단 화면 크기부터 작으니). 시야각에 따라 입체 효과가 달라지는 건 무안경 방식의 어쩔 수 없는 기술적 한계다(보는 각도에 따라 튀어 나와 보이던 게 들어가 보이고, 들어가 보이던 게 튀어나와 보인다).
2) 3D 사진 촬영 및 재생
두 제품 모두 3D 사진 촬영, 재생이 가능하다. 사진은 동영상보다 한결 ‘3D’답게 출력된다. 두 제품 모두 5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했으며, 2D/3D 촬영 모두 가능하다. 3D 사진에서는 각 피사체 위치에 따라 이보 3D도 거리감, 원근감이 제대로 표시된다. 최대 화질 설정으로 촬영했을 때 이보 3D의 결과가 약간 더 나은 듯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3D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3D 사진 역시 시야각에 따라 입체 효과가 달리 적용된다. 참고로 3D 동영상과 3D 사진은 가로보기 모드를 기본으로 재생되기에, 세로보기 모드에서는 2D로 재생되거나 3D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재생된다.
3) 3D 게임
3D 스마트폰은 물론 3D 영상 기기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기도 기기지만) 3D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일단 두 제품에는 3D로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게임(데모)이 설치돼 있다(옵티머스 3D가 몇 개 더 많다). 동일한 게임을 다운로드/설치할 수 없어 옵티머스 3D는 ‘아스팔트 6’를, 이보 3D는 ‘스파이더맨 3D’를 실행했다.
스마트폰에서 카 레이싱 게임은 중력 센서를 이용해 본체를 좌우로 기울여가며 운전하는 방식이었지만, 옵티머스 3D는 시야각 때문에 기울일 수 없으니 화면 터치로 차량을 움직여야 한다. 조작이 쉽지 않아 게임을 즐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3D 입체 효과는 제법 쓸 만 하다. 특히 레이싱 게임의 특성 상 차량과 배경과의 원근감이 잘 구분, 표현되어 장시간 플레이해도 눈에 통증이나 어지러움을 느끼진 않았다.
이보 3D의 스파이더맨은 액션 게임이라 화면 버튼을 터치하다 보면 본체가 흔들리게 되는데 이때마다 3D 입체 영상이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다. 그리고 액션 게임은 주인공과 배경과의 원근감이 크게 적용되지 않아 게임 진행에 별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물론 주인공 파커가 도심 건물을 날아 다니는 장면에서는 공간적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3D 사용 환경 조성이 최대 관건
3D TV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3D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 두 제품의 시장 성공 가능성은 긍정적이라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옵티머스 3D는 3D TV와 3D 모니터, 3D 노트북 등 3D 관련 주요 기기를 제조하는 LG전자에서 생산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경우 옵티머스 3D로 찍고 자사 인피니언 3D TV와 Xnote 3D 노트북, 플래트론 3D 모니터, 3D 지원 빔프로젝터 등에서 간편하게 재생할 수 있게 된다.
디스플레이를 갖춘 대부분의 기기에서 3D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3D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옵티머스 3D와 이보 3D를 이어 향후 다양한 3D 스마트폰/태블릿 PC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자체는 워낙 제조사들이 잘 설계하고 잘 만드니 걱정할 것 없지만, 문제는 역시 3D 콘텐츠의 다양화다. 이에 LG전자는 옵티머스 3D를 출시하며, 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개발업체와 제휴하여 3D 어플을 개발하는 등 3D 콘텐츠 산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3D 스마트폰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머지 않아 옵티머스 3D나 이보 3D와 같은 모바일 3D 기기와 3D 콘텐츠가 풍부해 지면 시장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주도했던 지난 몇 년간의 IT 트렌드를 이제 ‘3D 디스플레이’가 이어 받을 차례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